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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마리 Mar 12. 2023

[영화리뷰] 평행우주 속 아시안, EEAAO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이제 할리우드에서 '아시안'이라는 카테고리를 특별하다고 언급하는 것은 진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골든 글로브와 미국 배우 조합상(SAG)에서의 양자경과 조나단 콴의 수상소감을 듣는다면 그 진부함은 몇 십 년 전부터 일구어온 쾌거라고 말해야 한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의 열풍이 뜨겁다.


초반부터 작은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와 수상을 거듭해 Critic’s Choice, Hollywood Critics Association 등 큰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 편집상 등을 수상하더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과 남우 조연상을 수상하고,

미국 배우 조합상(SAG)에서 남우 주연상을 제외한 모든 배우상을 수상한 것뿐만 아니라 캐스트상까지 받았다.

이 정도면 10개의 상에 노미네이트 된 오스카상의 수상도 꽤 긍정적으로 전망할 만하다.

   

SAG에서 수상소감을 발표하던 양자경과 할아버지 역할의 제임스 홍 배우의 모습에 울컥했다. 클라크 게이블과 함께 연기했던 70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변했고 끝까지 할리우드를 지켜온 할아버지의 승리다.
남편 역할의 조나단 콴은 인디아나 존스에서 시작해 40여 년이 지나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의 캐스트들은 그야말로 버티는 자들이,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산 증인이자 성공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물론 놀라운 변신으로 웃음을 안겨준 제이미 리 커티스까지.



코로나는 우리 생활의 많은 면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에 긍정적인 변화는 역시 문화 산업에도 존재한다.

다들 집에서 지내느라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이용했고,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 시장의 콘텐츠를 소비했다.

여전히 영화 산업의 많은 자본은 할리우드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 자본을 영미권 안에서만 투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우수한 투자처도 쉽게 찾게 되었다.


최근 2~3년 안에 많은 동양 콘텐츠와 배우들이 서양권에서도 인기를 누렸고, 할리우드와 골든 글로브, 오스카, SAG 등이 여전히 영화 산업의 탑 티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든 영화 산업을 아우를 수 있는 오픈 마인드와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것 같다.



(약스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1. 주요 배역들이 다 아시아인으로 캐스팅된 영화이지만, 뻔한 ‘동양’을 강조한 스토리가 아닌 일반적인 ‘가족’과 ‘자아’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토리. 아마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이후의 최대의 성공이 아닐까.


2. 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비주얼적인 효과와 스토리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영화. 눈이 즐겁다.


3. 배우들의 액션 연기가 멋있었다. 양자경의 액션 연기는 얼마만인지.


언니의 액션은 얼마만이야.


4.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그 덕분에 발전한 메타버스 같은 가상의 세계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았다면, 양자역학의 세계와도 같은 이 스토리가 너무 멀게만 느껴져 재미없지 않았을까.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영화. 그리고 마지막엔 감동 큰 한 스푼.


5. 결국 내 모든 선택에 따른 내 모든 삶을 알 수 있더라도, 인간은 눈앞에 있는 삶에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고 눈앞에 있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성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싶은 영화가 아닐까.


6.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허무주의'를 떠올린다. 지금의 선택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허무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안다면 허무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극과 극은 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은 나에게 불교의 '공(空)'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7.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결국 현재, 내가 마음먹기 나름.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영화 자체도 충분히 오락성과 메시지를 담은 좋은 작품이지만, 할리우드에서 상징성을 가진 영화가 되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대찬 영화를 만들어낸 두 명의 다니엘 감독.


개인적으로는 ‘Tar’의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오스카상을 놓치기에는 아쉽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양자경이 수상하는 걸로 (케이트 블란쳇 언니는 BAFTA에서 받으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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