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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트라맨 Jul 05. 2024

굴업도

쉽지 않았어. 여행을 떠난다는 것. 누군가가 옆에 없으면 불안하고 두려워서 혼자 불쑥 어딘가를 간다는 건 생각도 못 한 일이야. 어렸을적에 말야, 기억이 없어서 잘 나진 않지만 왜, 보통 꼬맹이가 혼자서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어딜 돌아다니진 않잖아?! 부모님과 또는 형제들과 함께 천진난만하게 방학이 되면 시골에 잠시 맡겨지거나 했었잖아 우리.


 근데 말야. 어릴 적 나는 엄마가 밤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면 혼자서 밥도 못 먹었다고 혼자 밥 먹기 싫었다고, 울며 불며 투정을 부렸단말이지. 왜냐면 우리 어린시절이 그랬듯 한 부모 가정이 많았잖아. 그래서 여행은 고사하고 밥도 먹기가 쉽지 않았어. 조금씩 커 가면서 다른 친구들도 만나고 그 친구들의 집도 놀러가고 하다 보면, 참 부러웠던 게 있어. 미키마우스와 함께 사진을 찍고 아주 큰 디즈니 랜드라고 써 있는 놀이공원에서 사진을 찍은 친구들을 보면서 질투가 났어. 디즈니 랜드가 지금도 사실 뭐하는 곳인지는 잘 몰라. 놀이공원이라고는 하는데 뭐 내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남들이 다 뻥치는 걸수도 있다고 생각해.(뻥치지 마요! 난 아직 못 봤으니까) 아무튼, 나는 그런 사진이 없지만. 추억하고 싶은데 추억할 곳이 없고 엄마와 추억할만한 사진이 없다는 거, 조금은 슬프다?

 그래서 유독, 커 가면서 사진도 많이 남기고 영상도 찍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유난떨며 찍는 이유가 있나봐.


 이 날도 마찬가지였어. 참 어렵게 마음을 다 잡고 간 여행이였고, 이 여행을 제안해 준 정해열이, 그리고 운전도 해주고 애써준 동생 임의상이한테 너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볼 법한 광활한 하늘을 볼 때는 CGV 부럽지 않은 가장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사슴들이 내 눈앞에서 시시닥거릴때는 디즈니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 재미있더라. 섬 한 바퀴를 돌며 신나게 탐험을 하던 그 모습. 바다에서 빨개벗고 수영을 하던 그때의 자유. 죽기전까지 잊고 싶지 않은 기억 중 하나야.


 끝날때까지 완벽한게, 돌아가는 날인데 갑자기 폭풍우가 치지 뭐야, 그래서 배는 당연히 뜨지 않고 우리는 강제로 섬에 이틀을 더 묵게 되었는데, 진짜 정말 행복했어. 이게, 이렇게 알 수 없는 게 인생인데, 왜 이렇게 짜릿하지? 생각해보니까 일을 강제로 안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해. 이런 일, 겪으면 진짜.. 신난다?


 음.. 아무튼, 우리의 기억은 한계가 있고 당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다가 순간 생각난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도 잊어먹을 판이니, 열심히 기록하자. 그게 당신과 나, 세상을 잇는 아름다운 수단 중 하나고, 애틋하고, 그 어느때보다 선명한 기억일테니까.


 그리고 꼭,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기억은 세상에서 가장 선명한 상태로 만들어 기억하자. 그 사람이 곁에 없어져도, 그날의 온도, 분위기, 감정은 꽤나 선명하게 기억될 테니까.


 그러고보니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네. 요즘 카메라가 너무 좋아져서 그런지, 어쩜 이리 다 선명할까.

나는 근데 아직도 투박하고, 화소도 떨어지는 필름 카메라가 좋다. 왜냐구? 그냥 멋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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