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고비사막 울트라마라톤 250km
사막 마라톤? 일반 마라톤도 아니고 사막에서 마라톤을 뛴다고?
도대체 그런 경기를 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것도 250km를 달리는 경기라고?
군 전역을 하고 고민 상담을 하는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아들이 자꾸 위험 한 극지 마라톤, 오지 마라톤을 다녀서 걱정이라고 한 상담내용을 본 적이 있다. 결론은 아들이 앞으로는 몸도 사리고 조금씩만 경기에 참가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에게 사막 마라톤은 각인이 되었다.
그 이후 한참을 삶에 치여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며, 당장 눈앞에 상황들을 모면하며 살아냈다.
"이번 달 월세, 핸드폰비, 공과금, 카드값,," 돈은 차고 넘친 적이 없이 매 순간 부족했다. 이대로 가다간 신용불량자가 될 것만 같은 생각에 숨이 막혀왔다. 어떤 때는 투잡을 하면서 한 순간들을 모면했다. 분명 적당히 쓰는데 어디서 돈은 이렇게 새어 나가는지 정말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30살이 넘어서 비행기를 타 봤다. 그리고 그 첫 비행의 장소는 제주도였다. 제주도 역시 처음 가는 장소라, 정말 무진장 설레었다. 친구와 함께 간 제주도의 여행은 너무나도 즐거웠고 그때부터 여행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새로운 장소를 간다는 행복감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배웠다. 새로운 장소에서 못 먹어본 음식을 먹어보고 또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새로운 장소의 자연을 느낀다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행복했다.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경험들을 얻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는 법도 알았고, 새로운 장소에서 적응하며 여행이라는 행동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무얼 한다는 생각보다 무작정 가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싶었다. 이를테면 서울-부산 국토종주를 할 때 아주 늦은 시간까지 숙소를 못 구하고 걷고 있었는데 한 할아버지가 어디까지 가냐고 늦었으니 마을 회관에서 재워주겠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이장님이셨고 마을 회관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잠시 쉬고 있었는데 어디서 식사 한상을 차려다 주시며 "든든하게 먹고 다녀야 무사히 완주하지" 하면서 식사를 주셨다. 북엇국 같은 두부가 들어간 맑은 국이었는데 눈물 나게 맛있었다.
또 한 번은 너무나도 더운 와중에 (왜 국토종주는 항상 더울 때 떠나는지 모르겠다) 도보에 있는 턱에 잠시 앉아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오셔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시고 짐을 보시더니 엉망으로 마구 구겨 넣은 내 짐들을 보시며 무게에 맞춰서 다시 정리해 주시며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너무 울컥해서 그 자리에서 눈물을 찔끔 흘린 적이 있다. 이밖에도 회사원분들께서 사주신 콩국수, 식당 아주머니가 얼려주신 얼음물, 철물점 사장님과 지나가던 낚시꾼분들이 주신 얼음물.. 등등 정말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이렇게 무작정 떠난 그 길에서 새로운 경험들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짧지만 진한 이야기들 속에서 삶을 알아갔다. 삶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고 힘들고 지치고 더러울 때도 있지만, 결국 끝에는 행복하다는 것이다.
마침 다니던 직장을 퇴사를 하며 약 1달이 넘는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당연히 이 귀한 시간을 술 먹고 게임하고 놀고먹고 하는 시간에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15일 여정의 코스를 찾아냈다. 비행기 표와 첫날 숙소를 예약하고 이제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한참을 산티아고를 위해 걷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청년 행복주택 예비 당첨이 되셨습니다' 처음에는 피싱 문자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읽어보고 알아보니 진짜 당첨 문자였다. 그리고 처음 든 생각은 '돈'이었다. 당장 산티아고를 가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준비한 350만 원. 그리고 행복주택 보증금 4750만 원. 계약금 250만 원. 집 계약을 위해 예약을 했던 비행기 표와 숙소는 전부 취소가 되었다. 비행기 위약금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속상했다. 현실에 부딪히는 문제 때문에 꿈을 포기한 순간이었다. 당연히 집이 더 우선순위라고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과연 그 경험을 하고 왔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가끔 든다. 그렇게 나의 첫 해외여행은 불발이 되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나의 꿈은 점점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그 이후 한참을 또 세상에 내 몸을 던지며 하루하루 죽음으로 나를 내 던지고 있었다. 사회에서 받던 여러 스트레스는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렸으며, 술로 지새우는 밤이 점점 깊어지고 많아졌다. 그렇게 점점 병들어갔고, 결국 가슴통증으로 움직이지 못할 만큼 아프게 되었다. 크게 한번 아프게 되니 건강에 욕심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속 상처와 스트레스, 질병을 이기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아주 작고 미약했다. 하지만 달리기가 너무 좋았고 달리기를 사랑했다. 매일 달리기와 연애하다 보니, 어느새 대한 울트라마라톤 연맹에 울트라 마라토너가 되었고 난 울트라 마라톤을 뛰는,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마음속 각인 되었 던 그 작은 씨앗이 발아하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더욱 커졌다. 그것은 바로 사막 마라톤. 가장 가까운 대회를 찾아보았다. "몽골 고비사막 마라톤 250km" 가슴이 두근거렸다. 참가비를 보기 전까진.
사막 마라톤은 가장 대표적으로 MDS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주최하는 회사와 RTP 레이싱 더 플레넷이라는 어드벤처 레이스 회사가 있다. RTP에서는 4개 사막을 대회를 주관하고 있으며 나미비아 사막, 몽골고비 사막, 아카타마 사막, 남극 이렇게 4개의 대회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4개의 대회를 그 해에 모두 완주하게 되면 "그랜드 슬래머"라는 칭호가 수여가 된다. 굉장히 멋지지 않나? 아무튼 이 각 대회의 참가비는 3,900달러(2024년엔 4,100달러) 약 500만 원이 참가비이고 항공권으로 약 90만 원, 장비 70만 원 정도 본다면 약 700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 내가 과연 이 참가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루를 고민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보증금을 결제했다. RTP 대회들은 자신의 자리를 보증받을 수 있는 보증금 제도가 있다. 보증금으로 자리를 예약해 놓고 나머지 추가금을 나중에 결제하면 되는 식이다.
어떻게 결제를 했는지 모르겠다. 머릿속엔 온통 '돈이야 벌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과 '몽골 고비사막이라니, '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을 잘 수 없었다. 대회까지는 1년 정도 남은 기점이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루 4시간 정도를 자며 3 잡 때론 4 잡까지 감행하는 아주 극단적인 수준으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파트타임으로는 그렇게 큰돈을 벌 수 없었다. 그리고 허덕이는 순간들을 겪어내며 점차 줄어가는 시간 속에 마음의 불꽃은 점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