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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Dec 01. 2020

프롤로그: 꿈을 실현하는 독일의 N잡러

토종 한국 여자가 맨손으로 온 독일에서 N잡러가 되기까지

2017/18 겨울.

한국 초중고대 학업을 마친 후 넘어 온 독일에서 가방끈을 좀 더 늘려 현지 연구소에 취업을 해 연구원으로 일한지 2년이 되던 즈음 찾아온 인생 슬럼프는 그 계절만큼 차고 쓰라렸다.


그 처음 맞아본 생소한 고비는 "곧 지나갈거야. 조금만 견뎌보자"로 해결되지 않는, 아주 근본적인 곳에 뿌리를 내린 문제에서 비롯했다.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가?



아니었다.


나는 내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그저 매일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취미라고는 기껏해야 (성장 기여도는 1도 없는) 유튜브 보기. 일을 안하는 시간마저 허투루쓰고 있던터라 의미는 차치하고 재미도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달라지기 전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에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렇게 서른이 되어서야 나는 나를 배우기 시작했다(눈부신 서른의 여름 매거진 참조). 나는 어떤 성격의 사람이고,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안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 일을 못하는 지를. 그렇게 나의 꿈 리스트 첫번째 버전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서른 두 살의 나는 현재(2020년 기준)

독일에서 여러개의 직업으로 나를 살고 있다.


(1) 데이터 분석가를 주업으로 삼은

(2) 줌바 강사, (3) 요가 강사, (4) 온라인사업가 로의 삶을 살고 있으며

다섯번째 직업으로는 (5) 글쓰는사람 을 꿈꾸고 있다.



재생에너지 연구원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전업에 성공해 목표로 했던 독일 회사에 다니고 있고

취미로 하던 줌바와 요가는 강사의 자격을 갖춘 후 직접 독일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는 아쉽지만 코로나19 관계로 쉬는 중이지만)

관심있는 식품 관련 아이템으로 독일 구매대행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는 엑스잡(x-job)이긴 해도 꿈 리스트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한글 학교 강사일(독일인 대상)도 1년여간 한 이력이 있다.




내가 하나의 직업이 아닌 N잡러로 사는 이유를 질문 받게 된다면 나는

자아실현하며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라 대답할 것이고



N잡 선택 조건을 질문 받게 된다면 나는

좋아하는 일인 동시에 의미있는 일

이라 대답할 것이다.





해외라고, 외국인이라고 안 될 이유는 없었다.

어려움은 있을지언정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충청도의 중소도시에서 자라 스무살이 넘어서야 외국인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 본, 아주 평범했던 내가 머나먼 독일에서 5개의 직업(한글학교 강사 포함)을 갖기까지의 과정을 글로 남겨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 부족한 글솜씨로 수입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꿈의 직업인 "글쓰는 사람"에 도전하는 그 과정 자체이기도 하니 나에겐 내 인생의 무지개에 또 다른 색을 입힐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꿈을 실현하는 독일의 N잡러"

쓰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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