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Jun 22. 2020

독일 사람들이 해외에서 그리워하는 독일 음식

밖에서는 맥주보다 구하기 힘든 이 것

팔도에 진미가 넘쳐나는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 해외에 살며 그리운 한국 음식을 꼽으라면 손가락 열 개로는 턱도 없다. 채식(페스코)을 하고 있기에 한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육류 요리가 빠진다고 한들, 구수한 순두부 찌개, 향긋한 냉이 된장국, 매콤한 낙지볶음, 새콤달콤 무말랭이 무침, 쫄깃쫄깃한 쑥개떡 등 그 자리를 대신하고도 남을 정말로 "맛이 있는" 음식들이 수두룩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한식의 매력이다.


그렇다면 미식의 나라라고 부르기엔 조금 뭐한감이 있는 독일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서 살 때 가장 자주 그리워하는 음식은 뭘까?

재미 삼아 찾아보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이다:

https://www.dw.com/de/was-vermissen-deutsche-wenn-sie-im-ausland-sind/a-39622966#:~:text=Was%20vermissen%20Deutsche%2C%20wenn%20sie%20im%20Ausland%20sind%3F,die%20Antwort%20oft%3A%20deutsches%20Brot.


Deutsches Brot. 독일 빵이다.


사실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독일에 잠시라도 살아보고 빵 문화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수긍할만한 답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쌀밥 그 자체를 그리워하는 것일텐데 독일 음식하면 떠오르는 슈니첼(독일식 돈까스)이나 슈바인스학세(독일식 족발), 자우어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절임)을 말하는 경우를 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대부분이 1순위로 빵을 꼽은 것을 보면 독일 사람들의 빵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어찌보면 맥주에 대한 그것보다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 바쁜 일과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주중이던지 여유롭게 식사를 준비하는 주말이던지 간에 빵은 독일 사람들이 아침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존재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 독일은 좋아하는 음식마저 한결같이 소박하다.


그러나 흰쌀밥, 흑미밥, 잡곡밥, 콩밥 등이  "밥"이라는 범주 안에 존재하듯이 독일의 빵도 밀가루 종류나 부재료에 따라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은 하얀 빵에서 호밀 베이스에 여러 씨앗을 넣고 구운 검은 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독일 Weinheim에 위치한 오직 "빵"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일 빵 연구소(Deutsches Brotinstitut)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인정된 독일의 빵 종류만 현재 무려 3165가지에 이를 뿐더러 2014년 유네스코는 이러한 독일 빵 문화를 인정해 세계 무형 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리스트에 등재했다고 한다(https://www.brotinstitut.de/brotkultur).


독일 빵 연구소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은 빵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과 통계도 찾을 수 있었다(https://www.brotinstitut.de/brotinstitut/zahlen-und-fakten-zu-brot):

독일의 빵 소비량은?

2018년 독일은 평균 인당 21,2kg 그리고 한 가정당 42,4kg의 빵을 소비했다.            

Brot와 Brötchen의 차이는 무엇인가?

독일에서 Brot(브로트)는 큰 빵, Brötchen(브룃헨)은 작은 빵을 의미하는데 Brot의 지방과 당 함유은 곡물 기준 10%을 넘지 않아야 한다. 브룃헨의 경우 무게가 250g을 넘기면 안되며(역시나 독일스러움) 다른 지역에서는 브룃헨을 Semmel, Weck, Weckle, Schrippen, Kipf, Laabla, Rundstück, Brötli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빵은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좋은가?

빵 안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분의 노화(retrogradation - 알파전분이 베타전분으로 되돌아가는 현상)가 진행되어 물이 배출되기 때문에 표면이 점차 딱딱해진다. 이 때 플라스틱 봉지나 그릇에 보관하면 수분 배출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차가운 온도에서는 전분의 노화가 더 빨리 일어나기에 빵을 냉장고에는 보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점토(Ton, Steingut)로 만든 밀폐 그릇에서는 빵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데 이유는 점토가 빵이 배출한 수분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와 빵의 상관관계는?

맥주와 빵을 구성하는 성분은 (비율이 다르지만은) 곡물, 물 그리고 효모(이스트)로 같고 둘 다 발효 과정을 거치며 생산되기 때문에 맥주는 사실 "흐르는 빵"과 다를 바 없다. 그리하여 중세시대에는 빵을 굽고 난 다음 날은 맥주를 생산했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빵은?

1위 Mischbrot: 독일 사람들의 최애(33%)는 일반 밀가루와 호밀가루가 섞인 빵(Misch는 mix라는 뜻). 밀가루 함량이 50%에서 많게는 90%가 들어있는 빵인데 밀가루 함량이 90%가 넘으면 Weißbrot나 Weizenbrot라고 부르고 호밀 함량이 90%가 넘으면 Roggenbrot라고 부른다.

밀가루와 호밀이 섞인 Weizenmischbrot


2위는 20%를 차지하는 토스트 빵(Toastbrot)

밀가루 함량이 최소 90%이라면 일반 Toastbrot라고 부르고 50-90%의 경우 Weizenmischtoastbrot라고 부른다. 통밀(통밀가루나 호밀의 통밀)이 90% 이상 넘어가면 Vollkorntoastbrot(통밀 토스트빵)이라고 한다.

통밀 토스트빵 (Vollkorntoastbrot)


3위: 씨앗 종류(호박씨, 해바라기씨, 아마씨 등)가 들어간 빵(Körnerbrot/Saatenbrot).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 종류다.

다양한 씨앗이 들어간 Mehrkornbrot
나의 최애 호박씨 브룃헨(Kürbiskernbrötchen) - 반을 갈라 크림치즈와 잼을 발라 먹는 일요일은 너무나도 행복하다.


4위를 차지한 통밀빵(Vollkornbrot)은 최소 90%의 통밀(Weizenvollkorn)이나 호밀의 통밀(Roggenvollkorn)을 함유하고 있다.

통밀빵 Vollkornbrot


5위의 호밀빵(Roggenbrot)에는 앞서 말했듯이 최소 90%의 호밀이 담겨있다. 발효시킨 반죽으로(Sauerteig - Sour dough) 만드는 게 대부분인데 이 때문에 산미가 강하고 일반 밀가루 빵보다 보존 기간이 길다.

호밀이 90%까지 담긴 호밀빵(Roggenbrot)

사진 출처: https://www.wiado.de/deutsche-brotsorten-liste/

https://www.selbstversorgerland.de/weiterverarbeitung/backen/kuerbiskernbroetchen-selber-machen-1204

https://www.goldentoast.de/produkte/produkt/vollkorn-toast/



독일 빵 연구소는 매년 20000개가 넘는 빵을 테스트하는데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https://www.brotinstitut.de/brotpruefungen/so-wird-getestet):


1. 형태와 생김새(Form und Aussehen): 각 빵이 개별로 다르게 테스트 되기에 형태와 생김새에는 엄격한 기준이 없다. 다만 빵 타입에 맞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치아바타는 납작한 모양, 바게트는 가늘고 긴 모양 등)


2. 표면과 껍질(Oberflächen- und Krusteneigenschaften): 표면 및 껍질의 성질도 빵마다 다르게 평가된다. 일반적으로는 두꺼운 껍질이 얇은 껍질보다 좋은데 이는 두꺼운 껍질에 향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수분을 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 빵 안쪽 부분의 집적도(Lockerung und Krumenbild): Krume는 빵 안쪽 부분을 말하는데 이 부분도 빵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일반 빵(Weizenbrot)의 경우에는 기공이 있고 가벼워야 하며 호밀빵(Roggenmischbrot)은 촘촘하고 조밀해야 한다. 빵을 자를 경우 기공은 비슷하게 분포가 있어야 하고 너무 큰 구멍이 없어야 한다 - 왜냐하면 버터를 바르게 바를 수 없기 때문이다.


4. 구조와 탄력성(Struktur und Elastizität): 구조와 탄력성은 빵을 자르면서 평가된다. 빵이 칼에 붙지 않아야 하고 문제 없이 잘라야 한다. 탄력성은 엄지손가락으로 빵을 눌러본 후 손을 떼었을 때 제자리로 돌아오는 정도로 테스트한다.


5. 향(Geruch): "빵을 베어 물어 먹을 감정"을 들게 만드는 가가 향을 테스트하는 데 가장 중요한 종목이다. 향 또한 빵의 타입에 맞아야하며 너무 세거나 너무 약해도 안 된다. 입에 침이 고인다면 그 것이 가장 이상적인 빵의 향이다.


6. 맛(Geschmack): 개개인의 입맛이 다 다르기에 빵의 맛이라기보다는 풍미(Aroma)에 더 중점을 둔다. 풍미의 강약과 산도 및 당도가 테스트 되는데 예를 들면 일반 빵(Weizenbrot)의 경우 호밀빵보다 마일드한 맛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독일 빵 연구소는 또한 각 지역에 인증받은 베이커리들을 리스트화 시켰는데 여기는 어느 빵 집에 어느 빵이 맛있는지 알려준다(https://www.brotinstitut.de/baeckerfinder).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서 GOLD(3년 이상 연속적으로 아주 좋음(sehr gut)) 인증을 받은 베이커리를 찾아보았더니 놀랍게도 슈퍼마켓 REWE안에 위치한 작은 베이커리였다(https://www.brotinstitut.de/baeckerfinder/baecker/767f3a14-bcc9-4176-acc9-40ea49320cb2/):

링크에는 영업 시간과 위치가 나와있고 어느 빵이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도 명시해 놓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호박씨빵(Kürbiskernbrötchen) 또한 2019년 5월 19일 sehr gut 등급을 받았다.

주말에 시간이 나면 한 번 가서 호박씨빵을 사 먹어 봐야겠다.


내내 빵 생각이 나며 쓴 글 여기서 마무리.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숫자를 거꾸로 읽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