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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Jul 12. 2024

나의 촌스러운 노포식당 <겁나매운 낙지볶음>



영화사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이 찾아간 식당을 대라면 '서린낙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출근은 있어도 퇴근은 없는 엔터업계에서 버티려면 체력과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였죠.

여직원이 많은 회사였기 때문에 매운맛에 단체로 '환장'했다가 중독으로 이어졌습니다.


메뉴가 점심식사용으로 적당했기에 피 같은 점심시간에 택시까지 동원하여 다 같이 달려갔죠.


테이블당 '베이컨소시지' 한판에 불낙지한판을 섞어 콩나물이 가득한 불판에 지글지글 자작하게 볶으면 매운 냄새에 정신이 어질어질해지고 침샘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신기한 점은 맵찔이인 전 감히 낙지를 먹을 엄두도 못 내어 소시지랑 콩나물만 찔끔찔끔 먹는데도 맛있다는 겁니다. 케첩과 머스터드를 섞은 소스를 매운 소시지에 가득 묻혀 먹은 후 단무지로 혀에 붙은 불을 꺼트려야만 했는데도요.


실컷 매운맛에 두들겨 맞고 땀을 흘린후에 회사로 복귀하면 또다시 싸울 힘이 났죠.

이래서 한국인은 매운맛인가요.


이후에 가족들과 자주 가는 집이 됐습니다.

식당이 자리를 옮겨 같은 종로긴 하지만 이젠 '르메이에르'건물 2층으로 갑니다. 근처에 같은 집이 또 한군데가 있어요.


맛이 변했는지 어쩐 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시절에 대동단결해 중독된 맛이어서 그런가 언제나 맛있기만 합니다.

그곳에 가면  평범한 낙지가 아니라 영화와 열정을 버무린 추억의 낙지볶음을 먹는 셈이니까요.


노포의 힘과 맛은 바로 이런 점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떠올리기만 해도 코끝에 매운 낙지냄새가 감도는 것 같네요.

오늘 저녁 메뉴로 매운 음식,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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