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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Jul 17. 2024

모험보다 안전을 택할 수 없다

-1일1드로잉100 (18)


딸이 8월에 일본여행을 가자고 한다.

많이 망설여졌다.

언젠가부터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졌기에.


작년 여름 도쿄에 갔다가 우리나라보다 심한 더위에 혼쭐이 났더랬다.

더위 핑계를 대며 싫다고 했지만 사실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닌 걸 느꼈는데.


낯선 곳을 헤매는 신선한 즐거움보다 그곳을 가기 위해 정보를 찾고, 까다로운 예약을 하고, 준비물을 꼼꼼히 체크한 후 발로 뛰어 준비하는 일의 피곤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면세점이나 현지에서 즐기는 쇼핑도 기대되지 않았다.

예전엔 나도 쇼핑을 즐겼었지만 이제 여행의 경험이 많이 쌓여서 그런가 새로운 기대감이 생기지 않았다.


마치 설렘이 지루함으로 바뀌는 연애를 자주 반복해 온 사람처럼.


딸과의 추억보다 귀찮음이 앞서다니,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는 나로선 당황스러운  망설임이었다.

단순히 거에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다가 이것이 바로  '나이 듦'이 아닐까, 충격에 빠졌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기대할 것도 없으며 모험보다 안전을 택하게 되는 나이.

여행이 이렇다면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에 대해서도 같은 시각을 갖게 될 것 같다.

로 예전보다 사람이나 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예전엔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상처받아도 금방 아물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상처도 생생한데 새로운 상처까지  더해야 할까.


이러다가 내가 싫어하는 '안주하는 어른'이 될까 봐 걱정이 된다.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그건 그냥 이런 거야'라고 쉽게 단정 짓는 꼰대가 될까 봐 두렵다.

하나를 그만두는 순간 두 개, 세 개 내려놓는 건 금방이다.


그래서 여름엔 개처럼 혀 내밀고 엎드려만 있고 싶은 난 덥기로 유명한 도쿄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랬더니 다른 일에도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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