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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Jul 27. 2024

역발상을 하면 인생이 행복해지지

-1일1드로잉100 (19)


프리랜서, 특히 글 쓰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머릿속 상상계와 현실세계를 양립하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을.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나만의 소우주를 만드는 것과도 같다.


사이코패스  조물주라도 된 양 주인공을 성취감에 한껏 들뜨게 만든 다음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버리거나 주인공보다 센 적대자에게 흠씬 두들겨 맞게 만드는 일은 너무나 재밌고도 긴장감이 넘친다.


여하튼 밋밋한 현실보다 가상의 세계가 너무 생동감이 넘쳐서 현실에서의 역할을 가끔씩 잊어버리고 만다.

정신 차리고 보면 버리지 못한 음식쓰레기에서 냄새가 올라오고, 냉장고 안에서 존재가 잊힌 반찬들에선 곰팡이가 피어난다.

그럴 때마다 '너란 놈이 언제부터 그 안에 있었냐?'하고 바보처럼 중얼거리게 된다.


이런 판국이니 아내 역할,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 현실이 2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각종 공과금을 내고, 청소, 빨래, 가족들 먹거리 챙기는 일은 하루라도 밀리면 거대한 배가 작은 쥐들이 갉아먹다가 난파되고 마는 것처럼 금세 망가지고 만다.


글 쓰는 일이란 본디 돈 버는 순간은 잠시, 좋아서 하던 것인데 현실을 잡아먹는 거대한 스트레스의 원흉이 돼버릴 수도 있단 말씀.


그래서 현실세계를 망각하지 않기 위해 사소한 할 일을 죄다 메모장에 적어서 관리하면서부터는 그런 일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엔 노는 것 같아도 늘 쓰는 일을 생각하는 집착러에겐 현실이 불청객처럼 끼어들어 방해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자주  있는 것이다.

뭣도 아닌 신인 작가, 작가 지망생이라도 베스트셀러 작가와 심리상태는 아마 비슷할  게다.


현실의 일로 방해받을 때마다 짜증이 났다.

시간이 흐르고 깨닫게 된 것은 그럴수록 현실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현실이 굳건하게 바닥을 지탱하지 못하면 애초 글 쓰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랴.

몸이 아프고, 빚이 쌓여만 간다면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현실에서의 역할을 망각하다 배우자와 자꾸 싸우게 된다면 생산적으로 일할수도 없다.

애초 현실에서 감동받고 고난을 겪지 않는다면 표현하고 싶은 글이란 게 있을까.


본업이 작가인데 '주부'라는 일 때문에 자꾸  방해받는다고 생각했더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다 본업이 '주부'인데 작가가 부업이라고 생각을 바꿨더니 평화가 찾아왔다. 

단순히 생각을 바꿨을 뿐인데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작가는 심리와 뇌과학까지 알아야 정신건강을 잘 지킬 수 있나 보다. 힘들어도 오랫동안 버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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