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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Sep 11. 2024

빵 찾아 '리틀 프레스트'부터 '긴자'까지

-1일1드로잉 (22)


나는 지인들 사이에선 유명한 빵순이였어.


예전에는 빵집 투어를 다닐 만큼 맛있는 빵을 찾아다녔지만 반백살이 넘어가니 그 짓도 그리 흥미가 생기지 않더라고.

먹을 만큼 먹었고,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더니 빵보다 밥, 한식, 가정식이 점점  좋아지더라고.



내 기준으로 빵은 크게 하드계열과 소프트 계열로 나누거나 식사류와 디저트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바게트, 치아바타처럼 겉이 딱딱한 빵은 하드계열이면서 식사류이고, 케이크, 마들렌 같은 것은 소프트계열이면서 디저트류에 속하겠지.


이제는 외국인 입맛에도 맞는 디저트 천국, 빵천국이 된 한국이지만 여전히 하드 한 류보다 소프트한 빵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


물론 소프트한 빵들이 부드럽고 달달해서 맛있지만 나처럼 빵을 많이 먹는 사람은 건강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고, 쌀밥처럼 재료를 받쳐주 딱딱한 빵이 질리질 않더라고.


한창 빵집을 찾아다녔던 시기엔 하드 한 빵을 찾아 한강진, 이태원 등 외국인이 많은 동네로 가야 맛있는 빵을 사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집 근처에서도 살 수 있게 돼서 빵순이는 즐거워.


언뜻 보기엔 밍밍해도 씹을수록 구수하고, 어떤 재료를 더해도 맛을 품어주는  하드 한 빵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갔었던 20대부터였어.

 

속재료 없빵만으로도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알게 된 건 독일과 프랑스 덕분이었어. 

마치 동네 쌀집처럼 곳곳에 있는 빵집에 가득한 딱딱한 빵들을 보고 얼마나 흥분했었는지.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아무렇게나 보관해도 괜찮고 저렴한 하드 한 빵은 참으로 고마운 음식이었거든.


입천장 까지기 일쑤였지만, 딱딱해져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서 흔하디 흔한 쨈과 버터, 요거트를 발라 아침 대용으로 먹고 다녔던 이후로 중독됐나 봐.


기대도 하지 않았던 독일의 하드 한 빵들은 가장 가짓수도 많고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프랑스에서 갓 구운 바게트를 먹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


아침 일프랑스 사람들이 빵집에 줄을 서서 바게트를 사는 걸 보고 얼른 대열에 합류했지.

사자마자 신선한 빵을 손으로 북 찢어 말랑한 속살을 한입 먹는 순간, 낯선 외국이 따뜻한 고향처럼 따스하게 느껴졌어.

빵에서 갓 지은 쌀밥 냄새와 구수한 맛이 떠올랐거든.



일본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여주인공은 덥고 습기 많은 일본 시골의 집안을 건조하기 위해 스토브를 켜게 돼.

실내가 후끈 해질 테니 그것을 이용, 발효가 잘될 빵을 굽기로 하는데.

밀가루에 이스트를 넣고 열심히 치대 만든 빵은 바로 바게트처럼 딱딱한 빵이었어.


거기에 시고 맛없다고 싫어만 하던 빨간 수유열매를  따서 마치 화해의 손길을 내밀듯 쨈으로 만든 다음 빵에 빨간 쨈을 듬뿍 발라먹는데.... 아, 나도 한 입만! 하고 싶은 식욕 돋는 장면이었어.


별것 아닌 것 같은 조합 같지만 하드 한 빵과 쨈만으로 승부를 보는 빵집을 한국에보지 못한 것 같아.


그러다 작년 일본의 긴자에서 그런 빵집을 발견했지 뭐야! 바로 '츠키토 하나'라는 '어른들의 쨈빵'전문인 작은 빵집이야.


바게트의 작은 버전인 하드롤에 갖가지 쨈으로만 승부보기에 빵과 쨈 자체가 맛있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을 거야.


사과, 복숭아, 감 등 신선한 계절과일을 달지 않고 과육 씹히는 쨈으로 만든 다음 동글동글한 귀여운 하드롤에 듬뿍 넣어 먹으면 달고 쫄깃한 식감에 기분이 좋아져.


그 '잼빵'도 포장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먹었으니 하드 한 빵은 내게 이제 외국여행, 이동, 추억의 대명사가 된 것 같네.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지면 내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증거로 생각하면 돼. 우울증에 걸렸을 수도 있고."라고 가족에게 말할 만큼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음식이 늘어날수록 행복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빵집이 있으내게도 소개해줄래?


츠키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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