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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Oct 15. 2024

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떡만둣국과 갈비찜>


여느 처럼 일요일 시댁에 갔습니다.


시어머니는 오빠분이 집에 놀러 오신다고 해놓곤 취소하셨다고 속상해하고 계셨어요.

시어머니 연세가 80대 중반이시니 오빠분은 90세 전후가 되셔서 이동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배우자나 자식의 도움 없이는 만남 자체가 성사되질 않기에 한 번의 약속이 소중합니다.


정이 많으신 손 큰 시어머니는 아직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기에 나이 많은 오빠를 위해 음식 준비를 하셨지만 덕분에 우리만 맛있는 떡만둣국과 갈비찜으로 포식했습니다.


두 분이 서로 카톡이나 문자를 할 수 없어서 전화로 몇 번이나 걸었다 끊었다 하시며 통화하시네요.

점점 전화통화보다 문자가 편해지니 상대방과 오래 통화해 본 기억이 없어지는 저로선 그런 광경이 신기하고도 번거로워 보입니다.


'다음에 밥이나 한번'이 절박해지는 나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겐 그냥 해보는 인사이지만 누구에겐 앞으로 몇 번이나 볼 수 있겠냐 싶은 절박함이지요.


만남에 수동적이고 혼자 잘 노는 편인 저는 아주 친한 사람과 만나는 횟수도 일 년에 몇 번 되질 않아요.


한 번의 만남에 필사적이 되는 때가 우리에게도 올 것입니다.


오늘의 만남을, 나와 마주 앉은 상대와의 시간을 이왕이면 즐기고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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