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부모 역할은 대체 언제쯤 끝나는 거냐고.
아이가 아기일 때 수면부족에 시달렸고, 어릴 땐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느라 만성피로였으며 학생일 땐 많이 보내지도 않는 학원비 걱정에 시달렸습니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전전긍긍하다 이제 아이들이 성인이 됐으니 부모로서의 법적의무는 끝난 거 아닌가요.
얏호, 이제 이혼을 하든 졸혼을 하든 내 맘이다! 밥은 이제 니들이 차려먹어라, 나가서 뭘 하든 난 대학등록금만 대주면 그만이지, 신나게 외치려다 뒤통수가 서늘해집니다.
진짜 끝일까요? 과연 끝은 있는 걸까요?
아니아니아니지요! 한국의 정서상 취직 안 되는 요즘 청년들, 캥거루처럼 나이 들어도 계속 뱃가죽에 넣고 다니다가 행여 결혼이라도 한다 치면 기둥뿌리 쑤욱 뽑아줘야죠.
결혼해 아이라도 생기면 어째, 모른 척도 못하고 아이 봐주다 몸고생 마음고생 해야죠. 자식걱정만 하던 걸 결혼하면 1+1,1+2로 걱정거리가 늘어납니다.
몸도 마음도 다 주고 자식들 키워놨더니 불평불만만 많지요.
이 모든 걸 부모님들은 어떻게 당연하게 감내하셨을까요.
자식이기만 했다가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되어 어깨에 얹은 벽돌이 늘어나니 당연하게만 생각했고,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부모님들이 위대해 보입니다.
너무 힘든 어느 날, 시어머니에게 언제쯤 부모로서 편해지냐고 여쭤보니 걱정은 더 커진다고 하십니다. 줘야 할 돈의 액수도 커지고.
에구 어머니. 거짓말이라도 희망 좀 주시지...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이 키우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낄 것, 힘들다고 생각한 이 순간이 지나면 행복이었고,
다시 오지 않는 순간임을 깨달을 것!
아이 키울 때 힘든 것만 말해서 그렇지 얼마나 자식이 사랑스러운지, 세상에 온통 나밖에 없는 것처럼 신뢰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지, 말하는 건 또 얼마나 신선하고 재치 있는지 모릅니다.
우린 아이의 순수하고 영리한 눈을 통해 세상을 또 한 번 살게 됩니다.
한 번뿐인 삶에서 영생을 경험하는 방법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진 세상에서 아이의 눈으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간접경험을 하고, 회사도 가고, 결혼도 합니다. 자식이 또 자식을 낳으면 또다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지요.
내가 잡아끌고 다니던 고사리 같은 손이 이젠 나를 끌고 핫플을 다닙니다.
이래서 자식 키우는 일이 힘든가 봅니다.
그토록 비싼 영생을 경험하는 대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