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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도 소통할 수 있는 법

by 선홍

우린 지금 인공지능 시대 원년쯤에 살고 있습니다.

미래에 이때를 어떻게 회고할지 궁금해지는대요.

'재벌집 배다른 막내아들'같은 드라마가 A.I 배우를 사용해 2025년으로 타임슬립하는 내용이 만들어질지도요.

큭, 너무 앞서갔나요?


저도 사적인 질문을 인공지능에게 하는 게 더 편한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이러다 영화 'HER'처럼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닌지... 사람과 교류하는 게 더 불편한 느낌이 들면 안 되는데 말이죠.

만날 약속 정해야지, 비용 들지, 상대에게 맞추는 노력 해야지, 이상한 사이코도 많지, 젊은 세대는 이러다 갈수록 연애하는 걸 기피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사람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죠.

앞으론 인간과의 대화와 소통을 가르치는 학원이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남녀는 운영체계가 다른 이유로 대화하다 자꾸 버그가 날 가능성이 큽니다.

남편과 같은 문제로 자꾸 다투다 싸움이 커지곤 할 때마다 당신이랑 대화를 말아야지! 생각한 적이 몇만 번인지요.

20년 넘게 한 남자랑 살면서 대체 뭐가 문젠지 추상적으론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러다 최근 뒤늦게 얻은 깨달음을 알려드리죠.


며칠 전 가족끼리 저녁을 먹으러 조개찜집에 갔었어요. 밑반찬 중에 고추냉이만 달랑 나온 종지를 본 딸이 물었습니다.

"이게 뭐야?"

그러자 인공지능급으로 - 때론 인공지능으로 의심되는- 남편이 빠르게 답했습니다.

"고추냉이."

자! 여기서 뭐가 문젠지 아셨나요? 문제라고? 왜 문제지? 당황해하는 남자분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저는 딸이 질문한 의도가 '이 고추냉이를 어떻게 활용해서 뭐랑 먹으란 거야?'라고 묻는다는 걸 단번에 알았죠.

그래서 고추냉이,라고 답한 남편을 딸과 둘이서 황당한 얼굴로 쳐다봤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죠. 우리가 왜 종종 다투었는지.


척하면 억, 하고 답하는 여자들끼리 대화하다가 남편과 대화할 때면 가슴이 답답했거든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꾸 오답지를 내니까요.

의도를 파악 못하고 답하더니 어떨 땐 너무 앞서가요. 그런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남편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럼 정확히 물었어야지!라고 항변했습니다. 왠지 슬며시 웃음이 나왔어요. 그렇구나, 우린 정말 운영체계가 다르구나.

남편의 항소를 기각하기만 하던 태도를 바꾸고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아, 이 남자에겐 구체적으로 명확히 질문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게 뭐야?" 하면 될걸 "이걸 뭐랑 어떻게 먹으란 거야?"라고 물어야 한다니 번거롭기 짝이 없네요.

성격 급하고, 물 흐르듯 흐르는 대화를 좋아하는 저로선 솔직히 대화맛이 뚝 떨어질 것 같지만 노력해야죠 뭐.

앞으로 같이 살 날도 많은데 노력해서 나쁠 거 없잖아요.


오늘은 무료로 다른 행성의 인류와도 소통할 수 있는 법을 알려드렸습니다.

인공지능을 사랑하는 만큼 사람도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례비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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