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을 책임질 아웃도어 헤드폰 - B&W PX5, PX7
음원을 손쉽게 소비하기 좋은 시대입니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어디에서든 방대한 양의 음원 라이브러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스트리밍은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등을 통한 영상 스트리밍 혹은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이어폰잭이 없어진 이후 코드리스 제품들이 급속도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거리에서 유선 이어폰보다 코드리스 제품을 찾아보기가 더 쉽습니다. 무더운 여름철 코드리스 이어폰과 함께 보냈다면 이제는 어느덧 헤드폰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아웃도어에서 가장 유용한 기능이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노이즈 캔슬링을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엄청난 소음 속에서 비행을 해야 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일상 속에서 활용되는 대중적인 기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길거리의 시끄러운 차량 소음, 카페 안 사람들의 대화 소리들 모두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들입니다. 이럴 때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용하면 상당 부분 주변 소음을 차단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브랜드는 소니와 보스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소개할 제품은 B&W 브랜드에서 새롭게 출시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PX5와 PX7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버이어 타입인 PX7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두 제품은 몇 년 전 출시했던 PX의 후속작들입니다. 제품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타 제품과의 비교는 추후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펀딩에 참여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짚어보고 가려 합니다.
스펙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고를 때 고려해야할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크게 휴대성을 비롯한 사용 편의성과 노이즈캔슬링 성능, 그리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질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무래도 아웃도어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니 제품의 디자인도 중요하겠지요. 그럼 이 기준에 맞추어 PX7을 따져봅시다.
제품 박스 속에는 간략한 제품 설명서와 함께 본체와 케이스, 3.5 AUX 케이블과 USB-C 타입 케이블이 동봉됩니다. 이어폰과는 달리 헤드폰은 부피로 인해 휴대시 주로 가방 속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PX7 케이스의 경우 하드 타입으로 제작되어 휴대시 외부 충격에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반면 PX5는 측면으로부터의 충격은 어느 정도 보호되겠지만 앞뒤로의 눌림에는 취약해 보이니 휴대시 눌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PX7이 귀를 완전히 덮는 오버이어 헤드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온이어 타입인 PX5에 비해 큰 편이지만 막상 케이스에 넣은 모습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제품 스펙을 살펴보지요. 코드리스 제품들은 배터리로 구동되기 때문에 배터리 타임도 주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PX7의 배터리 타임은 완충시 약 30시간, PX5는 25시간으로 경쟁하는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긴 배터리 타임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급속충전도 지원해서 15분 충전시 5시간 가량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사용하면서 배터리 때문에 곤란할 일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도 조금씩 고음질화되는 추세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 320kbps에 머물던 음질이 요즘에는 무손실 음원, 더 나아가 24bit 고음질 음원까지도 지원합니다. 이를 블루투스 제품에서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음질 음원을 수신받을 수 있는 코덱 지원이 필요한데 대표적으로 퀄컴의 aptX HD나 소니의 LDAC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음질을 중시하는 유저라면 제품을 고를 때 해당 제품이 어떤 코덱까지 지원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제품 모두 퀄컴의 최신 코덱인 aptX Adaptive까지 지원하여 역시다 경쟁 제품들보다 한 단계 앞서 나갔습니다.
간략하게 aptX Adaptive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퀄컴의 코덱은 고음질 지원 코덱인 aptX HD와 짧은 지연율에 초점을 맞춘 aptX LL이 있습니다. aptX HD의 경우 24bit 음원까지 지원하는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코덱입니다. 반면 aptX LL은 40ms라는 매우 짧은 지연 시간으로 게임이나 동영상 감상 등 정확한 싱크를 중요시하는 분야에 적합한 코덱입니다. aptX Adaptive는 이 두 코덱의 장점만을 합친 현존하는 가장 발전된 코덱입니다. 상황에 맞게 HD와 LL을 자동으로 선택해서 작동 시키는 것입니다. 다만 PX7뿐 아니라 사용 중인 스마트폰에서도 해당 코덱들을 지원해야 활용이 가능한데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두 제품인 갤럭시 시리즈와 아이폰 시리즈 모두 해당 코덱을 지원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나는 정말 스마트폰 + 블루투스 이어폰 혹은 헤드폰으로 최상의 음질을 즐기고 싶다는 분들은 현재로써는 LG 스마트폰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기의 조작은 이어컵 좌우에 배치된 물리 버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좌측 이어컵에는 노이즈캔슬링 및 뒤에서 설명할 앰비언트 패스 스루 모드 기능 선택 버튼 하나만 존재할 뿐 나머지 모든 조작 버튼 및 단자는 우측 이어컵에 몰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드리스 이어폰은 물리버튼으로 조작할 경우 누를 때마다 이압 때문에 불편할 때가 있어서 터치 방식을 선호하지만 헤드폰은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조작이 가능한 물리 버튼 방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블루투스를 통한 무선 연결 외에 USB-C 케이블을 통한 디지털 연결 및 3.5mm AUX 케이블을 통한 아날로그 연결 유선 연결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든 제품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날로그 연결 방식에서도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용 DAP를 운용하는 분이라면 카페 등 실내에서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을 때에는 DAP에 PX7을 유선으로 연결해서 노이즈캔슬링 기능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입니다.
아웃도어용 헤드폰은 마치 옷과 같습니다. 예뻐야 하고 편해야 합니다. 예전부터 B&W 헤드폰들은 수트와 캐주얼 룩 어디에 매칭해도 잘 어울렸습니다. 이번에도 외관의 큰 틀은 유지하는 가운데 살짝 곡선으로 부드럽게 마무리했습니다. 두 제품 모두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는데 그 중 PX5의 남색 색상에 눈길이 갑니다. 전작인 PX에서 단 한 가지 불만이었던 부분은 이어컵과 헤어밴드에 사용된 가죽의 재질이 조금 딱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장시간 착용시 정수리에 압박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에는 두 제품 모두 부드러운 가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헤드폰 프레임을 가볍고 견고한 카본 소재를 적용하여 무게도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PX7의 경우 PX에 비해 커졌지만 무게는 21g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성능
최신 제품답게 블루투스 헤드폰이 가져야할 기능적인 측면 모두 준수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사실 PX 시리즈뿐 아니라 타 브랜드에서 최근에 출시한 블루투스 헤드폰들 역시 약간의 장단이 있을 뿐 기능적으로 딱히 빠지지 않습니다. 기능만 가지고 이 제품을 추천하는 것은 조금 모자람이 있다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B&W 제품들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저는 블루투스 헤드폰들 중 B&W 헤드폰의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는 이번 제품들에 와서도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B&W는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서는 인지도 및 판매량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한 브랜드입니다. 그에 비해 국내 포터블 오디오 분야에서 B&W는 이상하리만치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블루투스 헤드폰 이전 유선 헤드폰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수준급 음질을 들려주었지만 주변에 물어보면 제품을 들어본 사람들 자체가 그리 많지 않더군요. 첫 번째 블루투스 제품인 전작 PX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선 헤드폰의 음색을 무선에서도 그대로 계승하면서 블루투스 헤드폰답지 않은 세련되고 깔끔한 음색을 들려주었지만 정작 흥행 면에서는 소니나 보스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PX5와 PX7 두 가지 라인업으로 구분해서 동시에 출시했습니다. PX5가 PX를 계승한 모델이라면 PX7은 마치 유선 이어폰의 P5와 P7처럼 사이즈도 커졌고 그만큼 음질도 향상되었습니다. PX7은 귀를 완전히 감싸는 오버이어 타입의 헤드폰입니다. 때문에 차음성 역시 온이어 타입인 PX5보다 뛰어납니다. 단순히 이어컵의 구경만 커진 것이 아니라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직경도 커졌습니다. 이번 PX7에는 43mm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탑재되었습니다. 이는 이제껏 출시된 B&W 헤드폰들 중 가장 큰 사이즈입니다. 드라이버가 크기가 음질과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실제 청음시 소리가 상당히 여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소개하는 글이니 만큼 음질에 대해 구체적으로 너무 길게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특징적인 부분만 간추려 말씀 드리면 블루투스 헤드폰으로서는 넓은 축에 속하는 사운드 스테이지, 그리고 충분한 양감을 바탕으로 한 단단한 저역으로 B&W다운 세련된 사운드 튜닝이 인상적인 제품입니다. 공간감에서 차이가 있지만 PX5 역시 음색은 PX7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튜닝은 마치 동사의 700 시리즈 스피커를 연상케 합니다. 플래그십인 800 시리즈와는 다르게 700 시리즈는 높은 해상력과 강력한 타격감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인 소리를 들려주는데 PX7이 꼭 그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PX 시리즈로 여러 장르를 들어본 결과 팝이나 록과 같은 장르와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노이즈캔슬링 및 앰비언트 패스 스루 기능 모두 준수합니다. 때마침 PX7을 들으며 쇼핑몰을 돌아다닐 일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 속 여러 소음이 뒤섞인 공간에서 PX7의 노이즈캔슬링 성능은 주변 소음과 관계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완벽하게 보조해 주었습니다. 헤드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외부 소리를 들어야 할 때 이어컵 우측의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적용되는 앰비언트 패스 스루 기능은 매우 유용합니다. 전용 어플을 통해 외부 소리 수음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최대로 맞춰두면 제가 말하는 소리까지 마이크를 통해 증폭되어 들릴 정도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앰비언트 패스 스루 모드로 맞춰놓을 경우 재생음은 적은 볼륨으로 고정되어 조절이 불가하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 모드에서는 음악 감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PX5와 PX7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에게
저는 예전부터 음질과 편의성은 반비례 관계라고 생각하고, 이 생각은 당분간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블루투스 제품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블루투스 제품은 기피하던 저도 캐주얼하게 들을 때 블루투스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꾸려진 유선 시스템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만 PX7을 들으면서 이제는 블루투스 제품도 음질적으로 들어줄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제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선택 팁을 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매우! 중요한 점, 본인의 머리가 크다!하시는 분은 주저없이 PX7입니다. PX5는 헤어밴드의 수용 폭이 좁은 편입니다. 다시 말해 대두는 착용 불가라는 겁니다. 보통 외출시 모자를 쓰는 편인데 PX5는 헤어밴드를 최대로 늘려야 모자 위에 간신히 착용이 가능했습니다. (저 그리 머리 안 커요.표준이에요..) 반면 PX7은 같은 상황에서도 여유롭습니다. 착용감 면에서도 온이어 타입과 오버이어 타입의 호불호가 나뉠 텐데, 조금 큰 사이즈도 괜찮다 하신다면 개인적으로는 PX7을 추천 드립니다. 착용시 이어컵이 너무 큰 게 부담스럽다 싶으신 분들(아마 주로 여성 분들이 해당될 듯합니다.)은 온이어 타입인 PX5로 선택하십시오. 마지막으로 나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질을 원한다 하시는 분께서는 PX7을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당분간 외출시에 PX7과 함께 할 듯합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유튜브 채널 ‘포터블웨이브’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포터블웨이브 유튜브 채널 링크 : https://goo.gl/yu3ig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