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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Dec 11. 2019

아즈라(AZLA) 쯔바이(Zwei)

쯔바이가 들려주는 미묘한 홀톤의 매력

  저는 아즈라(AZLA) 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 떠오릅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아즈라는 매번 새롭습니다. 이제까지 출시된 아즈라의 이어폰들은 외관만 보면 서로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녀석들을 들어보면 정말 한 가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리들이 제각각입니다. 특히 그 제각각의 소리들이 다들 개성이 강한 편이어서 그 차이가 더 두드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품이 어떤지 직접 들어보기 전까진 아즈라라는 이름만으론 예측이 불가합니다.



  지난 BSK 2019 행사장에서 아즈라의 신제품인 쯔바이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즈라는 국내 브랜드지만 아즈라의 첫 이어폰인 아즈라(01R)는 국내 시장에 선보여지지 않은 채 일본에서만 소개되었을 만큼 일본 시장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제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즈라는 이어폰보다는 오히려 세드나 이어팁으로 더 잘 알려진 것 같습니다. 이번 쯔바이 역시 일본에선 출시가 된 상태지만 아직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 전입니다. 


  이제껏 이러저러한 기회를 통해 아즈라에서 출시한 대부분의 이어폰들을 들어봤기에 인터넷을 통해 쯔바이 출시 소식을 전해 들었을 당시 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행사장에서 짧막하게 들어본 쯔바이는 생각보다 인상적이더군요.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제품을 대여 받아 들어보는 중 조만간 공구 형식으로 쯔바이의 국내 판매가 이루어질 것이란 소리를 전해 들었습니다. 국내 소개기가 아직 몇 없는 만큼 궁금해하실 분들이 계실 듯하여 차근차근 쯔바이를 살펴보려 합니다.



아즈라 최초의 BA 드라이버 이어폰


  앞서 말씀 드렸듯 아즈라 제품들은 제품별로 소리의 성향차가 매우 큰 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통적으로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제작된 것은 맞지만 각 제품별로 사용된 드라이버의 제조사가 달랐습니다. 첫 번째 제품인 01R의 경우 국내 기업인 다이나믹 모션에서 개발한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BA 드라이버를 동축으로 배치한 인피니티 드라이버를 채택했었고, 호라이즌은 디락 시리즈로 유명한 이신렬 박사의 SF 드라이버를 사용했습니다. 쯔바이의 전작인 오르타의 경우 아즈라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ALC 드라이버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었지요. 이렇게 매번 사용하는 드라이버가 바뀌는 브랜드도 제 기억으론 흔하지 않습니다.


  쯔바이는 아예 BA 드라이버로 노선을 완전히 변경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2개의 BA 드라이버가 사용된 2-Way 구성입니다. 놀즈(Knowles)사의 BA 드라이버가 사용된 쯔바이는 당연한 소리겠지만 이번에도 역시 전작들과는 완전히 달라진 소리를 들려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양성이라는 개념 안에서는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줄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소리 면에서는 아즈라만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는 한계를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다양성은 유지하되, 보다 확실하게 아즈라만의 소리에 대한 노선을 정하고 달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이렇게 기대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아즈라가 만드는 제품 자체의 기술력이 탄탄해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여기저기에서 부품들을 가져와 이리저리 만들어내는 곳은 아닙니다. 특히 이어폰 유닛 내부 공간인 인클로저의 튜닝은 과거 제품들부터 독자적으로 여러 시도를 통해 매번 발전시켜 왔습니다. 내부 드라이버 주변에 유달리 큰 공간을 형성하여 울림을 살린다든지, 공간을 줄이는 대신 후면 에어 벤트를 늘려 저역을 보완한다든지 등 제품 컨셉에 맞게 공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줄 아는 브랜드입니다.



  아즈라는 자사의 인클로저 기술을 Infinity sound technology라 부릅니다. 크게 드라이버를 감싸는 내부 챔버와 그 밖을 둘러싸는 외부 챔버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드라이버 주변 공간을 최대한 자유롭게 열어 두되, 이어폰의 사용 환경상 차음성을 높여주는 밀폐형 타입의 인클로저를 개발한 결과 이러한 인클로저가 사용된 겁니다. 아즈라 쯔바이 역시 기본적인 개념은 이와 동일합니다. 다만 BA 드라이버로 변경된 만큼 그에 맞는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했을 겁니다.



  웹을 통해 쯔바이의 내부 모습을 보여주는 짤막한 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후면이 오픈되어 있는 내부 챔버에 BA 드라이버가 배치되는데 이 챔버의 앞부분이 노즐쪽으로 소리를 전달시키는 도관 역할을 겸하는 모양입니다. 제품을 뜯어보거나 혹은 개발자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아마 두 개의 BA 드라이버에서 만들어지는 신호들의 위상을 비롯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을 듯합니다. 내부 오픈형 챔버는 이전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외부 챔버, 이어폰 하우징을 통해 밀폐되는 방식으로 이전 제품들과 동일합니다. 후면 하우징 쪽에는 두 개의 에어 벤트가 배치되었습니다.


  여타 부분들은 전작과 대동소이합니다. 아즈라는 언제나 기본 구성품의 품질이 훌륭한 편이었는데요. 이번에도 활용도가 높아 보이는 적당한 사이즈의 하드 케이스, 이어폰보다 유명한 세드나 라이트 이어팁, 그리고 특이하게 2.5mm 밸런스 잭을 기본으로 한 MMCX 단자의 케이블이 포함되었습니다. 3.5mm 변환잭도 함께 들어 있어서 일반 유저들이 사용하는 데에 별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일본을 메인 시장으로 삼는 아즈라가 4.4mm 밸런스잭이 아니라 아스텔앤컨의 2.5mm 잭을 사용했다는 게 신기합니다. 이런 데서 국내 제품의 의리를 찾아볼수가… 어찌 되었든 저야 사용하는 기기에 잘 맞는 단자여서 기분이 좋습니다.


  쯔바이의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어쩌면 위의 스펙보다 중요한 부분, 착용감을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아즈라의 경우 01R 시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착용감 때문에 말들이 많았었지요. 이후 호라이즌으로 오면서 유닛 사이즈를 줄여 착용감을 대폭 향상시켰고, 오르타부터는 귀에 쏙 들어오는 아주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쯔바이의 외관은 오르타와 거의 동일합니다만 유심히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쯔바이쪽이 아주 조금씩 작아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본인에게 맞는 이어팁만 선택한다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으실 겁니다. 참고로 쯔바이는 케이블을 귀 뒤로 넘기는 오버 이어 타입으로도 혹은 케이블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언더 이어 타입으로도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머리를 기르다보니 오버이어 타입 이어폰을 착용하는 게 은근히 번거롭더라고요. 이래서 사람은 뭐든지 직접 겪어봐야 압니다.



  과하지 않은 음색 튜닝. 하지만 여전한 개성 한 자밤



  제가 BSK 때 쯔바이를 처음 듣고 놀란 이유는 ‘아즈라답지 않게' 음역대 한 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은 첫인상 때문입니다. 전작인 오르타처럼 너무 밝지도, 01R처럼 너무 저역에 치우치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보컬을 비롯한 중음역대가 재생되는 톤을 적절한 높낮이로 기준을 잡아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리뷰는 쯔바이와 함께 아스텔앤컨 칸큐브와 SA700 등으로 청음을 진행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아즈라는 과함과 덜함의 정도차는 있을지언정 인클로저의 울림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쯔바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이 쯔바이의 소리 전반에 걸쳐 묘한 음색을 만들어내는데, 이게 곡에 따라 장점으로 발휘되기도 하고, 단점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특히나 쯔바이에서의 홀톤은 인간의 청각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음역대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보다 크게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쯔바이는 듣는이가 이 홀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큰 이어폰입니다.



  보컬을 포함한 중고역이 주가 되는 곡들, 그리고 피아노 등 울림과 잔향이 매력적으로 표현되는 곡들에서는 쯔바이의 묘한 울림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리뷰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곡들 중 칙 코리아 트리오의 <Trilogy 2> 앨범이 이에 해당합니다. 칙 코리아의 피아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의 베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드럼의 2016년 투어의 라이브 앨범인 만큼 공연장의 현장감 및 탁 트인 공간감 등의 표현이 뛰어날수록 앨범을 듣는 맛이 살아나는데 이런 표현에 있어서 쯔바이는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습니다. 세 악기 소리의 정위감이라든지 악기 고유의 음색이 준수하게 표현되는 가운데 울림 표현이 양념처럼 곁들여저 기분 좋은 현장감으로 곡을 포장해 줍니다. 만약 단순히 음역대 볼륨 조절에 의한 것이라면 서로 다른 음역대인 악기들의 밸런스가 문제가 될 텐데, 적어도 이 앨범에 한해서는 세 가지 악기 소리 모두 가깝게, 그리고 조화롭게 표현되었습니다.



  내친 김에 유명한 라이브 앨범 하나 더 들어봅니다. 오디오파일의 영원한 레퍼런스, 이글스의 <Hell Freeze Over>에 수록된 ‘호텔 캘리포니아’입니다. 이전 칙코리아의 앨범보다 무대의 규모도 더 커졌고 등장하는 악기의 수도 늘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전에는 느껴지지 않던 아쉬운 점이 하나씩 튀어 나옵니다. 우선 타 음역대에 비해 중고역 이상의 소리의 볼륨이 좀 작습니다. 가령 드럼 심벌이라든지, 뒤에서 들려오는 마라카스의 질감 등 까실하고 시원하게 퍼져야 할 파트들의 존재감이 미약합니다. 그러다보니 시원한 고역이 가져다주는 개방감은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대신 무대 전면에 위치하는 기타 소리라든지 보컬은 상대적으로 도드라지게 표현됩니다. 이걸 보면 쯔바이는 상대적으로 고역은 조금 줄이고 중역부터 중고역까지를 강조시킨 튜닝 같습니다. 탇 트인 시원한 음색을 원하시는 분들은 쯔바이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앞선 두 앨범을 통해 쯔바이가 들려주는 홀사운드의 장단점이 어느 정도 밝혀졌습니다. 중음역대를 기준으로 그 주위 음역대의 표현에 있어선 부드럽지만 고급스럽게 강조하여 들려주는 대신 고역은 끝을 조금 무디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저역은 어떨까요? 쯔바이의 저역을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저역을 다시 두 영역으로 쪼개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통 저역이라 이야기하는 60Hz 대역 이상부터 중저역 부근까지는 적당히 부푼 듯한 풍성한 양감으로 표현됩니다. 이 음역대 역시 다른 음역대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홀톤이 가미되는 편이어서 질감이 단단하지는 않습니다만 타격음 뒤에 이어지는 여음이 듣기 좋게 이어지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피커에서 서브 우퍼가 담당할 만한 영역대, 60Hz 이하의 소리들의 존재감이 좀 약합니다. 그래서 깊고 낮게 깔려야 하는 곡을 들을 경우 곡 표현력이 조금 가볍습니다. 영화 조커 OST는 영화의 암울한 분위기를 바닥까지 더 끌어내리는 듯한 다크한 맛이 강한 앨범입니다. 첫 번째 트랙부터 끝까지 그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그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파트가 아마 메인 선율 뒤에 깔리는 굉장히 낮은 음역대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기감일 겁니다. 쯔바이는 딱 그 부분의 양감이 덜합니다. 그 바로 위 음역대, 소리로 표현되는 저역의 암울함은 특유의 홀톤까지 더해져 웅장하게 들려주는 것과 상반됩니다.




  리뷰를 작성하며 생각해보니 과거 들었던 이어폰 중 이와 비슷한 평을 내렸던 제품이 떠오릅니다. 파이널 오디오의 피아노포르테 시리즈입니다. 중역 재생에 특화된 이어폰, 피아노포르테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울림을, 유저들 사이에서 정말 그만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이어폰이 몇이나 있을까요? 아즈라 쯔바이는 그만큼은 아니지만 소리의 방향이 피아노포르테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재즈, 특히 피아노 연주를 즐겨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쯔바이의 홀톤 섞인 미묘한 음색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실 겁니다. 그러고보니 날이 찬 요즘 같은 날씨에 음악을 듣기 좋은 이어폰 같습니다. 문득 쯔바이로 빌리 홀리데이의 앨범을 들으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집니다. 리뷰는 이쯤으로 마무리하고 들으러 가보겠습니다.



 * 이 글은 아즈라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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