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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뚠뚠한 D Aug 17. 2022

뚠뚠한 생각 -1

1.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2022년은 나에게 ‘쉼’과 ‘건강’, ‘미래’라는 키워드로 정리될 것 같다. 4월 2일에는 캠핑을 다녀오던 중 인생 첫 교통사고가 났다. 무려 일주일이나 입원을 하고 통원치료도 3달에 걸쳐 받았다. 아내와 나는 다행히도 어디 한 군데 부러지진 않았다. 다만, 사고로 인해 생긴 입원과 치료시간으로 인해 견고하던 나의 일상에 몇 가지 균열이 생겼다.


첫 번째로는 2세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내심 딩크족을 생각하던 우리는 어째서인진 아이에 대한 생각이 강해졌다. 물론 당장 가져야겠다는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외면하지 말고 계획적인 피임은 피하자는데 의견을 통일하게 되었다.

둘째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방향이다. 나는 이제 10년 차 디자이너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이제는 브랜딩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첫 직장의 동료였던 형들이 회사를 차렸고 자연스레 그 회사를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나의 포지션은 디자인 총괄이다. 회사 내에서 디자인에 관해서는 무소불위 독단적 스트라이커의 위치에서 전체적인 디자인 퀄리티에 대한 디렉팅과 함께 디자이너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기획가 있을 때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하였다. 툴강의가 첫 시작이었으나 팀원들에게 디렉팅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반복되며, 나름의 기준이 확립되며 강의에 대한 욕심이 커져갔다. 짭짤한 부수입이란 점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었지만 강의 준비와 실무가 겹치면서 오는 시너지로 인한 나의 성장이란 과실은 너무나도 달콤하였다. 현재의 ‘나’가 있기까지의 ‘일’과 ‘강의’에 대한 역할과 개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고 지금까지 10년과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시간이었다.

셋째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의 사회적 지위 같은 건 내려놓고 헐벗은 나의 몸을 보며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머리에 새겼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라는 8글자가 나의 삶에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이 되었다. 역시 아프고 나니 건강이 최고더라.


치료가 끝나고 백조와 같았던 나의 2022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하는 시점에 8월이 되자마자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가 한창 창궐하던 2021년에도 나는 걸리지 않았다. 어제 웃으며 떠들던 직원이 코로나에 걸렸어도 나는 걸리지 않았다. 혹시나 내가 슈퍼 면역자였나라는 나의 생각을 비웃 기라도 하듯 흐릿한 두줄은 나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강제로 쥐어주었다. 처음 확진 통보를 받았을 때 안일하게도 적당히 재택근무를 하며 미뤄두었던 독서도 하고, 글쓰기도 시작하자고 생각했으나 생각의 정리가 채 끝나기 전에 파도를 타는 나의 체온과 난도질당하는 목 상태로 인해 나는 일주일의 시간을 건너 마지막인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키보드 앞에 앉았다. 코로나는 생각보다 효과가 상당했고 다행히 우리 부부는 같은 날 확진을 받은 덕에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는 있었다.


코로나가 걸리는 날에도 그렇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과 나의 열정과 체력은 유한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무엇하나 손에서 놓지 못하는 상태였다.


영어공부

디자인 강의

부동산 강의

책 읽기

운동


위 5가지가 나의 위시리스트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외에 출퇴근 시간과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을 활용시간으로 삼고 계획표를 짜 보기도 하며 계획만 일삼던 중에 나는 코로나가 걸렸다. 거의 코로나로 인한 격리기간 일주일 중 대부분은 아팠고 정신이 있을 때는 땀 흘리고 기침 한덕에 더러워진 침구류를 빨래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같이 격리된 상태로 줌으로 강의를 하는 아내에게 방해되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사고 후에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꽤 건강해졌다고 생각했었지만 같은 날 확진을 통보받은 아내보다도 더 아팠던 것 같다.


나의 위시리스트는 아직도 위 5가지이다. 저번 사고처럼 아프고 난 뒤에 드라마틱한 심경의 변화 같은 건 오지 않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결론을 냈다. 사실 영어공부는 어찌 시작해야 할지 자체도 막막한 상태라 다방면으로 고민만 하는 상태이다. 디자인 강의와 부동산 강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결제해놓은 강의를 틈날 때마다 듣고 있다. 강의와 번갈아 가며 틈날 때마다 하려고 한다. 최대한 1달에 한 권은 읽겠다는 다짐이다. 운동은 또 잠깐 쉬게 되었지만 팔 굽혀 펴기와 스트레칭과 같은 홈트레이닝 어플을 통해 진행해야지..


코로나에 걸렸지만, 일주일의 격리를 겪었지만 나의 일상은 다시 흐르게 될듯하다. 상반기에 이미 연차를 모두 소진하여 하반기는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위시리스트 또한 성실히 임하려고 한다.


글의 첫 부분에도 썼지만 2022년은 뒤돌아보면 ‘쉼’, ‘건강’ 그리고 ‘미래’ 3가지 키워드로 정리될듯하다. 사고를 통해 3가지 키워드로의 전환점이 되었다면 이번 코로나에 걸리면서 내 일상의 지속을 위한 잠깐의 숨 고르기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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