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뚠뚠한 D Aug 17. 2022

뚠뚠한 생각 -2

2. 공모전에 떨어졌다.

음… 공모전에 떨어졌다. 사실 이 글은 공모전에 붙고서 그 자랑 글을 쓰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떨어졌다. 쪽팔림과 아쉬움, 자책이 뒤섞인 가운데 마이너스적인 감정이 한차례 가라앉고 나자 ‘그럴 줄 알았다.’와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 드는 것인가 대해서 기록이 필요할 거 같아서 쪽팔리지만 글로 남기려 한다.


공모전에 낸 작품은 내가 다니고 있는 브로스그룹의 아이덴티티 결과물이었다. 이젠 설립한 지 6년이 된 브로스그룹은 처음에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종합 커뮤니케이션 전문기업이다. 자체적인 디자인팀을 가지고 있으며, 행사대행과 입찰대행을 하며 B2B와 B2C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을 좀 해보자고 해서 브랜딩을 시작했다. 나름 나도 이 회사의 창업 멤버라고 할 수도 있는 입장이고 회사 내에서 디자인을 총괄하는 입장이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총대를 메고 브랜딩을 시작했다. 그게 벌써 1년 반전 얘기이다. 당연히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주어진 이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여러 팀장과 담당자와 머리를 맡데고 시작했지만 브랜딩에 대한 개념이 뚜렷하게 잡혀있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닻이 끊어진 배처럼 표류하기 일쑤였다. 막연하게 알기만 하던 브랜딩에 대한 개념을 바로 세워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은 표류한 배가 난파하기 직전이었던 것 같다. 여기저기 브랜드와 관련된 책들을 사서 읽고 관련 아티클을 모아 읽기 시작했다. 브랜드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과 강의를 찾아 들으며 정립된 개념을 하나둘 녹이기 시작하자 우리가 누구인지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어디로 갈지 방향이 보였다.


브로스그룹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자신이었다. 너무도 다른 사업부 두 개가 다른 곳을 보며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디자인팀과 기획팀 두 개로 나뉘어있었고 서로의 분야에서 조직의 성장이 이뤄지다 보니 마치 하나의 이름을 가진 두 개의 회사처럼 너무나도 단절된 상태였던 거였다. 브랜딩의 시작에서도 나는 디자이너의 시점에서 시작하다 보니 기획팀의 사업분야에 대한 이해가 없어 ‘우리’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는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우리의 핵심가치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한 대화를 많이 나누고 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답은 ‘사람’,’ 소통’,’ 가치’였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사람’을 위한 ‘소통’이었으며, 그 행위를 통해 ‘가치’의 확장을 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한 줄의 정의가 모든 출발의 시작이었고 끝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의 충격이란 아주 신선하고 강렬한 깨우침의 순간이었다. 그 후에 모든 과정과 행위에는 우리 나름의 행동철학이 생겼다. 가히 새로운 우주, 유니버스의 탄생인 것이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은 당연히 많다. 창세기 1장에서 ‘빛이 있으라’ 이후에 세상이 생겼다지만 그 뒤 세상을 구성하는 것들은 수많은 페이지의 성경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북극성을 찾은 여행자처럼 그저 정처 없이 허울 좋은 허상을 쫓는 것이 아닌 ‘우리 것을 찾는 행위’였다.


돌이켜보면 공모전은 하나의 과정이었다. 출품을 하는 게 하나의 퀘스트였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하였다. 실패한 이유라면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이렇게 했어요 이런 거도 하고 저런 거도 했어 다 봐줘 하고 욕심이 과했다. 1차가 되고 많이 흥분했던 거 같다. 욕심이 과해서 살이 많이 붙었고 그러다 보니 메시지가 클리어하지 못했다. 3개의 목소리를 하나의 얼굴로 내려니 이상해졌다. 하나씩 나갔으면 3개짜리를 하나로 묶으려니 아직 그럴 실력도 그런 정도의 제련도 덜되었다. 하지만 준비하는 동안 출품한 이미지들이 남았고 정리된 텍스트가 남았다. 그새 조금씩 다듬어져서 처음에 비해 더 세련되었다. 우리의 목소리를 찾았으니 양말 하나 티셔츠 하나 다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때인 듯하다.


남은 것들은 조금씩 제련하여 적재적소 브로스그룹이라는 브랜드를 다듬는 것에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브랜드로 다시 도전해야지.

아직 나는 가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뚠뚠한 생각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