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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점 Jul 14. 2019

여행지에서의 환대를 갚는 방법은

하와이 여행기 - 7

호놀룰루로 떠나는 날. 집 정리를 끝내고 나온다. 아쉬움에, 묵었던 집 앞에서 캐리어를 든 채로 사진 한 장을 찍어본다. 공항 가는 길에 주유를 하고(3일간 300KM 가까이 움직였는데 30불이 채 나오지 않았다. 놀라운 일본 차의 연비와 기름 가격이다.) 부랴부랴 반납을 하고, 반성이 부족했는지 비행기 시간에 쫓겨 달리는데. 두리번거리는 우리를 보고는, 보안검색 줄에 서있던 한 관광객이 얼른 먼저 들어가라며 손짓을 한다. 우리에게 비행기 시간을 물어보고는, 10시라고 하자 본인들이 더 펄쩍 뛰며 우리를 들어오게끔 한다. Peopel are nice. you are fine. Tell them you are with us. 여기 사람들은 착해요. 우리 일행이라고 얘기해요.라고 말하면서. 머뭇거리던 우리는 줄로 들어가 그들 옆에 선다. 정말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니, 괜찮다고 웃으며 말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부부인데 4일간 마우이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따뜻한 곳의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온화하다. 여행지에서 갑작스럽게 받은 환대에 몸 둘 바 몰라하는데, 어서 가라고 한다. 보안관에게도 우리를 더 먼저 보내줄 수 없는지 굳이 물어봐주신다. 나는 그때 다짐했다. 이 은혜는 꼭 다른 곤경에 빠진 관광객을 만났을 때 도와줌으로써 갚아야지. 그렇게 make it a better place 해야지.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여행과 비슷하다. 승객처럼 잠깐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여행은 신뢰와 환대의 순환 과정이다. 낯선 자는 현지인에게 신뢰를 보내고, 현지인은 대가로 환대를 한다. 내가 여행지에서 받는 환대를 갚기 위해서는, 낯선 여행자를 맞닥뜨렸을 때 돕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여행은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현지인에게서 받은 마음의 여유는, 한국으로 돌아가 바쁜 일상 속에서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는 순간에, 내 눈에 들어올 길 잃은 관광객에게 다가가 안색을 살필 여유를 다시금 만들어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집 앞 풍경
조깅을 못하고 떠나 아쉽다.
우리의 숙소였던 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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