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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점 Jul 14. 2021

한적함을 찾겠다면 노스쇼어로

하와이 여행기-9

북쪽으로 떠나는 날, 아침 일찍 7시쯤 눈을 떠 아침거리를 사서 나가본다. 와이키키는 조깅하는 사람으로 벌써 분주하다. 나시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무리들이 땀이 흥건한 채로 뛰고 있다. 호놀룰루 커피에서 아사이 볼, 콜드브루, 라떼를 포장해서 온다. 컵과 빨대는 대부분 reusable이다. 아침을 놓고는, 조깅러들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해안가를 따라 다이아몬드 헤드 비치 쪽으로 달린다. 잔디밭에서 요가 수업이 한창이다. 수강생도 열댓명이 넘는다. 어느 순간 바다는 자취를 감추고 주택이 모인 마을로 이어진다. 고급진 주택들이 질서정연하게 있고, 그 사이 골목골목 간간이 바다가 보인다. 골목으로 몸을 틀어 기어코 들어갈 결심만 하면, 5분 만에 바다에 닿는 셈이다. 여행지에서의 짧은 조깅 3km는 몸의 리듬을 깨워줄뿐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일상적인 행위를 하는 - 낯선 것과 낯익은 것이 어우러지는 -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낯선 숙소에서는 책만 읽어도 특별해지듯이, 생경한 곳에서 달리면 조깅은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다.



포르투갈식 도넛, 말라사다를 파는 곳은 줄이 길다. we have the right to refuse costomers.라고 당차게 쓰인 안내판이 인상적이다. 손님이 왕이던 시대는 끝났다. 무례한 손님은 식당에서 거부하는 시대다. 마우이의 shave ice도, 말라사다도, 유명한 가게는 그들의 로고를 박은 기념품이나 캐릭터를 만들어 판매한다.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확장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가게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따라해 아무 정체성 없이, 유행만을 좇는 가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North Shore는 마우이와 느낌이 비슷하다. 인공적인 건물보다는 자연이 가득하다. 중간에 잠시 들른 할레이바 마을도 그렇다. 잔디밭에 닭들이 자연스럽게 풀어져 놀고 있는데, 우리가 벤치에 쉬러 들어각니 마치 우리에게 너희 왜 여기까지 들어오니? 우리 구역인데, 라고 무어라 하는 것 같다. (벤치에 쉬면서 아사이볼을 먹는 내내, 병아리들은 내 발을 쪼으려고 수번 시도했다.) 




마을은 노스쇼어에 방문한 관광객들의 배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듯 하지만, 관광지치고 붐비지 않는다. 와이키키와는 다른 노스쇼어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노스쇼어에서 하룻밤 지내도 좋을 것 같다. 거북이의 성지, 라니아케아 비치! 진입하기전부터 차량 정체가 시작된다. 운 좋게도, 오늘 거북이가 물 밑으로 나와주었다는 뜻일까? 설레기 시작한다. 


천고의 기다림 끝에 바위계단을 내려가보니,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해안에 인파가 몰려있다. 틀림없다. 역시나 거북이가, 그것도 대왕 거북이가 밀물에 밀려들어와 바위에 붙은 뭔가를 먹다가, 파도가 쓸려나가자 스르르 같이 밀려나간다. 완전히 파도에 몸을 맡긴 모양새다. 물 밖으로 나온 거북이 주변으로는 빨간 줄이 쳐져있고 관리인이 그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만지면 하와이 주 법에 의해 어마어마한 벌금이 부과된다. 저마다 이름이 있는 건지, 허가된 관리인만이 들어가서 거북이 얼굴 사진을 찍는다. 하와이의 자연을 지키려는 노력과, 이를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감동스럽다.


. 오바마가 즐겨찾는 휴양지라는 카일루아 비치는 그 명성 때문일까,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하얀 백사장이 길게 펼쳐져있고 주변엔 산과 나무뿐.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동네는 깨끗하고 부유함을 숨길 수 없다. 하와이의 동쪽 해안은, 북쪽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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