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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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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Oct 22. 2024

내가 가장 챙기고 싶은 건 나야

10.19~10.20의 기록

10.19

- 연수 시험을 준비하느라 오랜 기간 영어와 프랑스어 공부를 완전히 놨는데, 오늘 한 번씩 다시 도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좋은 어플들이 있어 모국어가 아닌 언어들을 배울 기회가 있다는 건 디지털 시대에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 즐거운 어른이란 책을 읽고 있다. 머리에 자꾸 흰머리가 생기고, 얼굴 피부에 점점 주름이 도드라져 나의 노화를 부쩍 느끼는 요즘, 나는 노화가 참 두려웠다. 그러나 즐거운 어른을 읽으니 노년의 삶이 꼭 나쁘고 비참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70~80세 어른들과 이런 류의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데, 친한 어른에게 삶의 비법을 듣는 느낌이다.


- 연수 최종 점수 93점을 맞았다. 이말인즉슨 96점을 받기 위해 재시험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 번의 실수로 93점을 받다니 속상하다. 어제 오후에 결과를 확인한 뒤에는 상실감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곧 정신 차리고 다음 연수 준비를 차분히 했다. 빠른 성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공이든 실패이든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해가는게 더 중요한 거겠지. 나는 미술사 연수 받은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언젠가 방문랑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위한 큰 준비를 했다 생각한다. 모든 것이 그저 감사하다.


10.20

- 서진(가명) 엄마와 우연히 시간이 맞아 가까운 지역의 체육공원에서 아이들 킥보드를 태웠다. 서진 아빠도 와서 아이들을 안아주시기도 하고 같이 뛰어놀아주시기도 해서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달 넘게 서진 엄마를 보지 못했는데, 요즘 왜인지 나의 직감이 서진이네 집에 무슨 일이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는데, 알고보니 서진이 할머니께서 병으로 아프셨다. 이야기를 하며 힘들어 하는 서진 엄마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면 더 무기력해질텐데, 기도를 열심히 해줄 수 있어서, 그게 나의 일이라서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서진 엄마의 좋은 지원군이 되어주고 싶다. 돌려 받을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가 없이 주는 마음이다. 누군가를 힘껏 응원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니까. 이번 주에 수술을 받으신다고 하니 열심히 기도하며 기다려야겠다.


- 예린이와 요새 말싸움을 자주 하는데, 논리력으로 매일 패배한다. 애가 크니 논리력도 생기고, 나는 늘 내가 애한테 너무하나 하는 생각이 깔려 있는 반면, 이 녀석은 매우 저돌적으로 모든 걸 걸고 덤비니 당연히 진다. 가끔씩은 기분이 확 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뇌가 크는 과정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매일의 싸움에 감정적이지 않고 현명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매일의 기술을 쌓는 마음으로 임해야겠다 생각이 든다. 나는 늘 감정적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니까. 배울 점이 있어 다행이다.


-예린이와 동네 독립서점에 들렀다. 독립서점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매달 1권 이상은 꼭 그곳에서 책을 사자는 마음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번 달에 2권이나 샀다. 다행이다. 나의 작은 돈으로 서점을 응원할 수 있어서. 내가 사는 지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렇게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책에 대한 철학이 깊은 사람이 이끄는 서점이 꼭 있어야 한다. 그것을 물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언젠가 사장님께 서평이나 서점에 대한 소회를 편지로 써서 정서적으로도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의 서평이 도움이 된다면 주기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다. 나는 책을 끊임없이 읽는 사람이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기에. 내가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고, 이런 능력이 있어서 기쁘다는 생각을 했다.


- 예린이와 세영 선생님이 강추한 무화과 케이크를 먹으러 투데이 무드 카페에 들렀다. 파스텔톤으로 깔끔하고 귀엽게 지어진 카페를 보면서 예린이가 무척 행복해했다. 여자아이는 여자아이이다. 종알종알 수다 떠는 예린이를 지켜보면서 케이크와 레몬에이드를 먹었다. 예린이가 무화과 말고 딸기 크림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종목을 바꾸었다. 대신 무화과는 포장해서 집에 가서 먹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유두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딸의 요구도 들어주면서 나의 요구까지 스스로 존중하다니 말이다. 딸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하지 않고, 또 예린이에게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건 간단하면서도 실제로 지키기 어렵다. 왜냐하면 항상 제일 뒤가 되는 건 내 자신이 되어버리니까. 그러나 나는 오늘 무화과 케이크를 꼭 내 자신에게 먹이겠다 다짐하였고, 그 다짐을 굳건히 지켰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화과 케이크는 한정 시즌에 나오는 것이고, 나는 분명히 먹고 싶으니까. 내가 이렇게 유두리가 생기고, 자신의 필요를 항상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자기 챙김을 놓치지 않아야겠다. 나를 챙기고 남도 챙기며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크리스천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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