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자스타니 Jul 19. 2024

고목에도 꽃은 핀다

난초는 사는 방식에 따라 크게 착생난과 지생난으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아는 춘란처럼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난을 지생난이라 하고 ,  그 외 대부분 호접난이나 석곡, 풍난처럼 어딘가에 착 붙어서 뿌리를 공기 중에 노출하고 사는 난초를 착생난이라 한다. 동남아 여행을 가보면 살아있는 야자나무에서 호접난이나 덴드로븀이 붙어서 꽃핀 걸  많이 보게 된다. 우리나라겨울이 추워서 그렇게는 안되고 화분에서 바크나 수태로 키우거나, 나무조각에  붙여 목부작이나, 돌에 붙여 석부작을 만들어 키우다 겨울에 실내에 들이게 된다.

어머니집 창고 깊숙이 숨어있는 나무판을 발견했다. 35년 전 남편 중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이 선물해 준  것이다.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축졸업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 가장 멀리 본다


우리 때는 리처드바크의 이런 글이나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라는 글귀가 유행했었다. 태우는 도구로 나무판에 글씨나 그림을 그려 졸업식장이나 관광지에서 팔곤 했었다.


애기손가락 같이 통통하던 호접난 뿌리가 나무판을 기어가며 활착을 잘하더니 기특하게도 꽃대도 올렸다.

흙  한 줌 없이 이렇게 뿌리가 다 노출되어, 바짝 마른 고목을 기어가면서도 살 수 있는 것이 착생난이다.


사람도 다 똑같은 방식으로 사는 건 아니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환경도 다 다르다.


35년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던 고목에도 꽃이 핀다.

작가의 이전글 제라늄 오덕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