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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자스타니 Jun 14. 2024

대추나무 같은 고1 딸에게 보내는 편지

고1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내준 편지쓰기 숙제였다

고1 딸의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내준 편지쓰기 숙제였다.


결혼식 폐백 때 어른들은  결실의 대표적인 과일인 대추를 신부에게 던져주며 자식 많이 낳길 기원한단다. 엄마도 받았었지. 그렇게 태어난 예쁜 대추 두 알이 사랑하는 우리 딸과 아들이야

너 대추꽃이 어떻게 생겼는 줄 아니? 아마 본 적 없을거야.

대추나무는  초여름에 연두색의 아주 작은 꽃을 피우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꽃이 핀 줄도 잘 몰라. 너무 작아서 눈에 안띄는데  엄마 같은 사람만  대추꽃향을 고  알아채지. 대추꽃이 피는 6월  여름이 막 시작될때 나무 근처에 가면 좋은 꽃향기가 느껴진단다. 마치 우리 딸에게서 느껴지는 향긋한 아름다움처럼.  잘 보이지도 않게 작은 꽃이  콩알 한 초록대추가 되고 , 점점 커져 가을에  붉고 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그때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알아보고 놀란단다.

"어 ~ 대추가 많이 열렸네. 언제 이렇게 대추가 생겼지?"

  봄부터 열심히 잎을 키우고, 초여름 작은 꽃을 피우며, 여름 장마와 가을 태풍, 비바람을 견딘 후에 비로소 얻게된 달디단 대추인데 말이야.


그에 비해 꽃집에서 보는 수국꽃은 크고 탐스럽고 누가 봐도 눈에 띄게 화려한 꽃을  피우지. 파란색 분홍색 솜사탕 같은 꽃송이를 보면 눈길이 절로 간다. 하지만,  수국꽃의 예쁜 부분은 헛꽃으로, 벌나비를 꼬이기 위해 치장에만 신경 쓴 나머지  열매를 맺지 못한단다. 


우리 딸은  대추꽃처럼, 눈에 금방 띄는 아이는 아닐지라도, 가을날 붉은 대추 같은 결실을 주렁주렁 맺을 거라  엄마는 믿어. 새색시에게 주는 첫선물이기도 하고, 대추 보고도 안 먹으면 늙는다는 말을 할 정도로 건강의 상징인 열매. 우리 딸은 그런 소중한 대추 한 알을 품은 단단한  대추나무거든.


  초여름에 귀찮고 힘들다고 나중에 할게 하 작은 꽃조  피우지 않으면 맛있는 대추는 안 열리겠지?


지금 이 시간에도 힘들게 공부하고 있을 우리 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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