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도 전깃불도 없던 옛날 옛적 어는 여름밤, 고기 잡으러 나간 어부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둠과 짙은 물안개에 가려 어디가 어딘지 방향을 알 수 없었다. 육지가 어느 쪽이지? 이쪽인가? 저쪽인가? 자칫 잘못 가면 먼바다로 나가 표류될 수도 있는 이때, 비릿한 바다내음 사이로 꽃향기가 느껴진다. 뱃머리를 돌려 풍난향이 나는 쪽으로 노를 저었다. 마침내 육지가 보이고 높은 절벽이 나타났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절벽에 핀 풍난꽃들이 마치 등대처럼 육지의 위치를 알려줬다고 한다.
설마 꽃향기가 그렇게 진해? 에이 과장이겠지~~ .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새끼손톱만 한 꽃 세 송이만 달랑 펴도 밤이면 작은 방 하나는 채우는 풍난향인데, 절벽에 수천수만 송이가 일제히 피면 능히 등대가 될 듯싶다.
풍난은 근연속과의 교배로 기본 흰색뿐만 아니라 분홍 노랑 빨강 청보라색 등 다양한 색이 있어 취미가에게 수집욕을 불러 일으킨다.
풍난은 꽃과 향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잎과 뿌리의 멋으로도 키운다. 새촉이 날 때 잎에 노랗거나 하얀 무늬가 있으면 특이하다고 좋아한다, 또 뿌리생장점이 대개는 붉으스름한 갈색인데 , 메니큐어를 칠한 듯 진분홍색을 띠면 루비근이라 하고, 선명한 초록색을 띠면 청근이라고 하여 그 멋으로 키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