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edsmupet
Nov 22. 2024
신장 공여 수술이 얼마 남지 않은 밤, 꿈을 꿨다. 꿈에서도 나는 신장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다만, 꿈에서는 내가 공여자가 아닌 수혜자였다. 현실의 남편과는 상관없는 꿈속의 남편(아마도 아니무스겠지?)이 나에게 신장을 공여해주기 위해 모든 검사를 마친 상태였다. 병실에 남편과 함께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었다. 깊은 안도감 속에서 눈을 떴다.
아침에 일어나서 비몽사몽간에 꿈일기를 쓰고, 바쁘게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아직 못다 한 신장 공여자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캄캄한 고속버스 안, 문득 어젯밤 꿈이 생각났다. 기분이 묘했다. 현실에서 나는 동생에게 나의 왼쪽 신장을 주고, 꿈에서 아니무스는 나에게 자신의 신장을 준다.
하나의 신장이 사라진 자리는 어떨까, 막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아니무스의 신장이 채워준다니, 세상에 이렇게 기가 막힌 위로가 또 있을까!
옛사람들은 신장을 생명의 정수를 보관하는 곳간이자 지혜의 샘물로 여겼다. 동양전통의학이나 서양의 바디마인드 사상은 여전히 신장에 그런 상징성을 부여한다. 이런 의미대로라면 아니무스가 나에게 주는 것은 무의식에 담긴 생명력과 지혜가 아닌가.
막연함과 두려움이 설렘과 감사함으로 바뀐다. 이 수술이 나의 몸과 마음, 영혼에 선사하는 변화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