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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Jan 08. 2021

코로나 일자별 증상

더블린 코로나 투병 일기#1

 Day1 (주요 증상: 열)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프다. 처음 느낀 증상은 열이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목이 부어 꽉 막힌 느낌과 열감이 내 몸을 휩싸고 있었다. 조금 쉬면 나아질까 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러 부엌으로 가기 전 문득 "설마 내가 코로나면?" 싶은 마음에 체온계를 꺼냈다.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띠띠띠띠....

나의 체온은 37.4도였다. 어디서 봤던가 코로나는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난다고. 나는 0.6도 차이에 안도하며 심한 감기가 단단히 걸렸구나.. 또 하필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그 날까지 겹쳐서 제대로 고생하는구나 했다. 




Day2 (주요 증상: 열과 말도 안 되는 피로감)


여전히 몸에서는 열이 난다. 온도를 재보니 37.6도. 어제보다 조금 올랐다. 그리고 몹시 피곤하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냥 누워있거나 소파에 기대앉아있었다.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봐도 몇 분 뒤 잠에 들곤 했다. 그냥 누가 내 머릿속의 스위치를 '틱'하고 끈 것처럼 그렇게 전원이 나가버렸다. 또 열 때문인지 몰라도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흔히 말하는 근육통이다. 





Day3 (주요 증상: 코막힘, 두통, 브레인 포그)

열은 다행히 조금 내렸다. 36.8도. 나는 이때까지도 내가 코로 나인 줄 몰랐다. 열도 내렸겠다 근육통이나 피곤함은 생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날 밤 '이건 좀 이상한데?'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브레인 포그 현상이다. 어느 순간부터 코가 막혀오더니 숨 쉬는 것이 불편했고 목 뒤부터 코와 눈 부근이 속이 부은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지 두통이 찾아왔고 뇌의 앞부분(이마 속)이 마치 부어서 둥둥 떠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뇌가 마취상태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계속해서 두통과 안면의 답답함을 느꼈다. 




Day4 (주요 증상: 코막힘, 언어기능 저하)

이제 열은 아예 없다. 그나마 살만해졌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이어진 코막힘과 두통, 얼굴의 구멍들이 꽉 막힌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됐다. 그러면서 뭔가 언어기능을 상실한 것 만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내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이거다. 원격근무로 일을 하고 있기에 화상 미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단어로 바로 떠오르지 않고 자꾸 횡설수설하는 나를 발견했다. 원래 커뮤니케이션이 완벽한 타입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바를 남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표현하는 나였는데... 이날은 도무지 뇌가 작동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Day5 (주요 증상: 코막힘, 후각 상실)

열과 피로감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코막힘이 심하다. 오늘은 콧물이 줄줄 흐르기도 했고, 코 속이 막 간지러웠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냄새를 맡지 못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코가 막혀서 그런 줄 알았다지.... 


코로나 증상은 한 번에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기보다는 하나 없어지면 또 다른 하나가 생기고 하나 없어지면 생기고 이런 식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걸까? 




Day 6 (주요 증상: 코막힘, 피곤함)

이 날은 갑자기 또 말도 안 되는 피곤함이 엄습했다. 그냥 또 누워서 하루 종일 잘 수밖에 없었던 날. 사람의 의지로는 이길 수 없는 피곤함이 몰려온다. 카톡이고 메일이고 뭐고 다 팽개쳐두고 잠만 잤다. 그리고 여전히 냄새는 맡을 수 없다. 후각 상실이 흔한 증상이면서 후유증이라고 한다. 빠르면 일주일 만에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지만 1달 만에 돌아온 사람도 있고 수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Day7 (주요 증상: 가슴 답답함, 마른기침)

피곤함도 많이 나아졌고 코가 막히는 것도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았는데.... 이젠 또 기침을 시작한다. 마른기침이다. 누가 옆에서 참아보라면 참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마른기침. 그나마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숨을 쉬는 게 조금 힘들다고 느껴졌다. 뭔가 의식해서 쉬지 않으면 못 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리적인 이유가 작용하는 게 아닐까 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숨을 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브래지어는 못할 것 같다. 넉넉한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착용해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누워있는 자세에 따라 폐 부근이 콕콕 쑤시는 느낌이 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게 폐의 기능 손실이다... 코로나 완치 후에도 폐의 기능이 정상기능의 60-70%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제발 이 놈의 바이러스가 폐 쪽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이후.....


첫 증상 발현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나면 심각한 증상은 거의 사그라드는 듯하다. 여전히 피곤함에 기복이 있고 숨 쉬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 정도면 일상생활은 가능할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후각기능은 아직도 회복을 못했는데... 그냥 차분히 기다려보려고 한다. 좀 더 기다려보고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후각 트레이닝을 하면서 회복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코로나의 후유증이 다 밝혀지지 않았단다. 어떤 병인지 알 수 없기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만이 최선이다. 거진 1년간 우리를 괴롭혀 온 코로나.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도 있지만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방역수칙에 따라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주변 소독 등 철저히 하시길 바란다. (이미 걸렸다면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기저질환이 없고 회복기간에 최선을 다해 몸을 잘 보살펴 준다면 그나마 후유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신 건강의 회복과 마음 돌보기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후 다른 글에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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