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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Jan 09. 2021

해외 코로나 투병 중 그래도 한국이 좋은 점을 생각하다

더블린 코로나 투병 일기#2

요즘 문득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참고로 이 글은 국뽕 글이 아니다.) 나는 원래 한국이 싫지 않았다. 특히나 해외 취업과 이민을 고민할 당시는 그래도 모국으로서 한국에서 사는 게 외국인 노동자로 해외에서 사는 것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한국 아니면 안 돼 이런 것도 아니어서 여행, 워홀 등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여전히 나는 내가 어느 나라에 정착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코로나에 걸렸다. 나는 걸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머무는 곳은 더블린인데, 작년 10월 처음 왔을 때 사실 좀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었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사방이 다 뚫린 밖에서도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데, 더블린 사람들은 굳이 타인을 대면하는 상황이 아니면 마스크를 끼지 않는 것이었다. 버스에서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마스크 없이 30분 내내 웃고 떠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차라리 대중교통을 포기하고 걸어 다니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한 3개월이 지나가니 나도 주변 환경에 익숙해진 걸까? 항상 조심한다고 했는데... 확실히 한국에서보다는 안일했던 것 같다. 어디서 걸렸는지 모르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품은 몸이 되어 버렸다. 




여기 의료 시스템은 일단 아프면 무슨 병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담당 보건 의사인 GP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한다. 그곳에서 1차 상담을 하고 특정 파트의 의사에게 안내를 하는 시스템이다. 경미한 질병은 대부분 GP에서 걸러진다. 그래서 약간 아픈 정도로는 의사를 만나보지도 못한다. 여기 사람들이 몸이 안 좋을 때 대부분 그냥 집에서 쉬거나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는 정도로 끝내는 이유가 이것이다. 


처음 증상이 심각해짐을 느끼고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GP에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 증상이 있는 듯하니 테스트 일자를 잡아주겠단다. 날짜와 장소는 48시간 안에 안내 문자로 전달해준단다. 성격 급한 한국인인 나는 '고작 테스트를 받기 위해 이틀이나 기다리라고?' 싶었다. 하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그리고 한 40시간이 지났을까 문자가 왔다. 다음 날 나는 테스트 센터로 향했다. 




테스트를 마치고 나오니 결과는 최대 72시간이 걸린단다. 오 마이 갓. 한국은 바로 다음날이면 결과가 나온다는데... 여기는 어째서 3배의 시간이 걸린단 말인가. 믿을 수 없었지만 불평할 수도 없었다. 최소한 코로나 테스트를 무료로 해준다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한국에서는 코로나 감염 시 어떻게 케어를 받는지 검색에 들어갔다. 일단 양성 판정이 나면 바로 짐을 싸서 코로나 생활치료 센터라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삼시세끼 밥과 간식이 제공되고, 필요시 약도 제공을 받는단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엑스레이 촬영 및 의사 선생님과 톡으로 실시간 건강 상태를 의논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직 많은 정보가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인 만큼 사람마다 증상도 후유증도 다르다. 이럴 때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과 그 증상들에 대해 이야기만 해 볼 수 있어도 혼자서 끙끙대는 것보다 100배 1000배 나을 것이다. 


나는 결국 양성 판정 문자를 받았고, 그때부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패닉에 빠졌다. 내가 안내받은 건 그저 자가격리를 철저히 하고 집에서 잘 쉬라는 메시지.. 그리고 첫 증상 발현 이후 10일째 되는 날부터는 외부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크고 작은 증상들이 느껴질 때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몰라 괴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후각을 잃어 입맛도 없고 온 몸이 무기력한데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 한 끼 또는 많아야 두 끼를 먹으며 그저 따뜻한 물을 마시고 잠을 자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몸이 아프니 한국 음식이 더욱 그리워졌다. 알싸한 마늘이 가득한 마늘통닭, 매콤한 갈비찜, 해물이 가득 들어간 얼큰한 짬뽕... 그 뜨겁고 자극적인 맛들이 너무 그리웠다. 왠지 한입만 먹어도 코가 뻥 뚫리고 속이 뜨끈해질 것만 같은 그리운 한식들... 하지만 현실은 차디찬 샌드위치, 조금 노력하면 오븐에 데운 닭고기나 파스타 정도가 다였다. 단 일주일 만에 4킬로가 빠졌다. 


또 하나 내가 정말 부러웠던 것은 엑스레이 검사이다. 나는 많은 후유증 중에서도 폐기능 손상이 제일 무서운데, 원래부터 기관지가 안 좋을뿐더러 폐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등이 생길까 두렵다. 코로나 감염 이후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콕콕 쑤실 때가 있는데 이럴 땐 내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이 엄습한다. 기저 질환이 없는 30대 젊은 여성이지만 혹시 모를 일 아닌가... 운이 나쁘게 바이러스가 폐 쪽을 공격하여 없던 병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요 며칠 블로그를 통해 한국의 양성 환자가 어떻게 치료받는지 염탐하다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여기서는 받을 수 없는 의료 케어. 한국과 이곳을 비교하며 불필요한 망상과 불안으로 스스로를 더욱 괴롭히는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이런 상황에 처해보니 한국은 꽤나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유는 사실 정부가 일을 잘해서 라기보다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희생과 노고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사명감과 이타심이 있는 평범한 국민들이 하나 둘 모여 이루어낸 성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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