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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ul 20. 2021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이 길게

두서없이 써 내려가는 글 (설악산 국립공원을 거닐면서 든 생각들)



'내가 아니면 누가?'

'나 하나쯤은...'

모순처럼 느끼지만 그것의 목적은 같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해라는 말은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나 자신의 대단함을 표현하고 싶은 게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이다. 내가 짊어진 책임을 누군가에게 미루거나 변명거리를 찾지 않도록.


나 하나쯤은... 이 말도 내가 특출 나게 의식적인 사람이다라고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닌 나 자신이 그러한 유혹에 흔들릴 때마다 다잡는 주문이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지만 나 하나쯤은 하지 말자.


더 자세하게 얘기해보자면 - 환경에 대한 얘기다. - 환경에 대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며 그것이 실제로 '효과'를 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솔직하게 말하면 모르겠다.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지만 사실 그게 정말 위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의구심만 든다.


환경만 놓고 보면 사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미 너무 복잡하게 엉켜버린 사회 구조 속에서 단순하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전 세계 사람들이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옷을 구매하지 않는다 치자. 그렇다면 탄소발자국은 정말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매장, 공장, 유통 등 그 옷 하나에 매달린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 또한 사라진다. 수많은 실업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조 속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함부로 소비하지 않기 / 물건을 소중하게 쓰기 / 플라스틱 줄이기 / 로컬에서 해결하기 / 탄소발자국 줄이기 등등.


이러한 삶을 택했다는 것은 돈을 버는 방법 하나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자주 보이는 재테크, n잡, 파이어족과 같은 영상들을 보면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조급한 마음이 든다. 이른 나이에 많은 돈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삶. 누구나 꿈꿀 수 있고 정말 가능한 삶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n잡을 하고 돈을 아껴서 열심히 모아 재테크를 하는...


몇십 년 전에는 평생 일해도 못 모으는 돈을 이제는 그 반절 어쩌면 더 빨리 이룰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딱 줄어든 만큼 다른 누군가는 그 배로 착취당하고 있다. 쿠팡 파트너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등 소비의 굴을 더욱더 깊게 파서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그러한 일들.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 아니던가. 그러나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몰린다. 이러한 구조를 고착화시키는데 제 몫을 하는 많은 플랫폼들은 사회적 책임은 나몰라라 하는 식이다.


그래서 나 하나쯤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사회가 이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결국 그 끝은 다 알지 않은가. 이미 빙하는 녹고 있고 땅은 사막화되어가고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끌고 가주면 좋겠다는 수동적인 생각을 늘 하지만 결국에는 그래 나부터 하자라는 생각과 나는 하지 말자라고 다짐한다.


남에게 강요할 권리도 없고 남을 설득할 자신도 사실 없다. 뭐가 옳고 그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고 하기 싫다. 나조차도 남의 말을 사실 잘 안 듣는데 타인이라고 다를까?



이런저런 생각에 결국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자연 속이고 이곳을 정말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여름 별장을 떠올리며... 자연 그 어디든 여름 별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여름날이 정말 오래 그곳에 남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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