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이드, 가이드하는 가이드
가이드의 문장은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
여행가이드, 가이드하는 가이드
여행가이드, 가이드하는 가이드 연재를 시작하면서
나의 경험이 앞으로 여행일을 직접 하고자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금도 여전하고. 내가 관광학을 처음 배울때는 이미 나는 여행가이드일과 투어오퍼레이터 일을 겸하고 있었다. 배운 것도 없이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일을 하면 할 수록 경험은 늘어가지만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또한 전공이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과 자격지심도 많았다. 그래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 수업에 갔을 땐 사실 너무 실망이 컸다. 수업시간에 단 한 마디도 가이드를 어떻게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고 돌덩이 슬라이드를 연속으로 보여주면서 고대시대때부터 시작해서 지질학 얘기만 하는 것이다. 말도 어렵고 대체 이 정보를 숙지하여 어디다 써 먹나 하면서 고단한 몸으로 겨우겨우 수업을 따라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킬이 아닌 기본적인 지식을 쌓은 덕분에 어느 도시를 가든, 어느 지역을 보든 나는 그 지역의 지질 형성 연대와 시대, 캐슬이 만들어진 연대를 모두 맞출 수 있었다.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을정도로 말이다. 만약 내가 기술만을 배웠다면 새로운 건축물이나 자연을 접할 때마다 나는 그것에 대해 공부하고 달달달 외워야만 설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여행가이드, 가이드하는 가이드는 그런 기본적인 지지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나간다.
가이드가 역사에 대해, 문학에 대해, 예술이나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할때 그 당시의 사건이나 인물을 다루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 사건,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때 가이드 자신의 편견이나 정치적 성향, 국가적 편향성등을 배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하여 종종 여행자들과 마찰을 빚기도한다. 가령 영국의 처칠 수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그를 세기의 영웅으로 보는 영국인, 엄밀히 말하면 잉글랜드 사람들의 시각도 있지만, 아일랜드 사람들이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독일 사람들은 또 어떠하겠는가?
언젠가는 마가렛 대처를 신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처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여행자 M씨가 있었다. 나는 요크 지역을 지나면서 자연스레 '빌리 엘리어트' 영화 이야기를 꺼냈고 당시의 배경이 탄광촌에서 발레를 하는 소년과 그의 가족들이 겪는 갈등, 사회적 문제점 등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가이드는 영화, 드라마, 음악이나 미술등의 대중 매체를 역사와 사건 사고의 이해를 위해 수시로 사용한다. 영화의 주인공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에서 아버지의 태도변화는 관객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와 대비되는 모습이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가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니 대처를 존경하는 M씨는 화가 났던지 내 이야기를 끊고 대처 덕분에 그 어려운 경제상황을 다 이겨내고 세계 강국이 되었다며 이 모든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지나칠수 없었다. 왜냐하면 여행은 개개인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느낌표를 주는 것! 그리고 물음표를 갖게 하는것이 훨씬 더 큰 감동과 이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고정관념을 벗고 한걸음 더 성장하는 것, 그것이 나의 가이드 철학이고 보람이며 역할이라고 믿는다.
가족끼리 만나도 종교얘기와 정치얘기는 피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이런 부분을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 들이며 그에 따라 편을 가르기도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물론 정의를 애매모호하게 숨겨두자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너무나 당연한 문제와 사건 앞에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단지 다양한 상황과 경우에 따른 간접 경험을 통해 그 입장이 되어 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이드로서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이드는 컨쿨루젼(conclusion)을 피해야 한다.
가이드의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느낌표가 있는 문장, 물음표가 있는 문장이다.
그럴때 여행은 더 큰 가치를 발휘하며
여행자는 처음 올때보다 되돌아 갈때 성장한 자신을 느낄것이므로.
"네, 그럴수도 있겠네요, M님의 말씀처럼 대처의 역할이 영국의 부실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국가 재정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그건 사실로 드러나지요, 이 영화는 그에 따른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음을 상기시키고 있는것 같아요! 나라가 잘 살게 되어도 누군가는 더 가난해 질 수 있는것이겠죠? 대처가 사망하여 장례를 치를때 많은 젊은이들이 축제를 벌였어요. 그녀의 업적을 폄하하려는것은 아니고, 공과가 있다는 것이죠. 지금의 2~30대 젊은이들은 대처를 잘 알지도 못해요. 그런데 왜 파티하듯 노래하고 즐거워 했을까요? 그당시 시행된 법령들이 지금의 청년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대처는 누군가에게 위대한 정치인이 맞을거에요! 한편으로 그의 가족들은 모두 그녀를 떠났어요. 역시 그녀를 위해 오랜 시간 희생을 한 가족들의 입장도 우린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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