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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Nov 26. 2021

영화리뷰 -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토마스 하디 원작 / 영국 배경 영화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2015)  

주연 캐리 멀리건마티아스 쇼에나에츠마이클 쉰톰 스터리지



1870년 영국 남부 웨섹스에서의 일이다. 

바스세바 에버딘(캐리 멀리건)은 부모님의 몰락으로 남의 집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던 차에 숙부가 남긴 유산으로 저택과 땅을 갖게 된다. 그시대에 보기드문 독립적인 성품과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농사를 짓고, 수확한 곡물을 내다 파는 일을 하며 당당히 자기 자신을 믿고 살아가던 그녀에게 세명의 각기 다른 남성이 나타나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댄다. 


가브리엘, 

말을 타고 들판을 지나 숲을 달리는 바스세바의 모습, 나뭇잎 사이로 드리우는 햇살을 한껏 받으며 그녀는 자유를 향해 달리듯, 거침없이 질주한다. 가브리엘은 우연히 그녀가 잃어버린 스카프를 주워주고 서로 호감을 갖는다. 바스세바는 가브리엘이 자신의 이름을 소개 했음에도 계속해서 파머 오크씨(오크 농부님)이라고 깍듯이 부른다. 가브리엘은 양치기 개'조지' 때문에 때때로 힘들어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처음 5-6분간의 영상이 압권이었다. 사실 뒤로 갈 수록 활활타오르던 장작이 부시시 힘없이 꺼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최소한 영상부분에선 말이다. 


가브리엘은 어린양을 가져와 그녀에게 돌봐달라고하면서 청혼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선듯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주물 하는걸 보면서 실망하여 가보겠다고 한다. 

"저는 독립심이 강해요. 교육받은거 말고는 가진게 없으니까요!"


그 후 가브리엘에게 재앙이 닥친다. 양들이 모두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직 덜 트레이닝 된 양치기 개 '조지'의 잘못된 인도에 따라 양들은 모두 해변에 떨어져버린다. 삶은 그런것이다. 예상치 않은 복병으로 몽땅 다 잃어 버릴 수도 있는 것. 그즘에 삼촌이 사망하면서 유언장을 남기고 바스세바 에버딘은 갑자기 대 농장의 지주가 된다. 그렇게 가브리엘과 바스세바는 일순간 입장이 뒤바뀌었다. 


웨더버리 농장, 바스세바는 혼혈을 다해 일을 했다. 일꾼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더 늦게까지 일했다. 그러던중 농장에 화재가 나고, 가브리엘은 화재를 목격하자 군중을 인솔해서 화재진화에 힘쓴다. 그렇게 화재는 어렵게 진화 되고, 농장주인이 돌아오는데, 알고보니 그 농장이 바스세바의 것이었다. 그녀와 재회하게 된 가브리엘. 한때 사랑하고 청혼까지 했지만, 이젠 입장이 바뀌어 그녀의 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볼드우드, 

이웃 농장 주인인 신사 돈많고 잘생긴 독신남 '볼드우드'는 그녀의 다앙함에 반하여 그녀를 신뢰하고 사랑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웃으로 잘 지내자고 했지만,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프랜시스, 

군인 프랜시스. 그의 붉은색 군복은 모든 화면에서 흑백속에 단 하나의 컬러처럼, 물에 뜬 기름처럼 겉돈다. 

프랜시스는 파니로빈과 결혼을 약속했지만, 예식이 있던 날 성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식장에 오던 길에 파니로빈은 장소를 착각하고 다른 곳으로 가게 되고, 프랜시스는 큰 절망에 빠진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이없이 이유도 모른채 헤어진다. 


에버딘의 농장은 날로 번창했고 그 중심에는 가브리엘이 있었다. 그는 노련하고 성실했다. 에버딘 역시 남자가 하는 일 조차 마다 않고 거친일을 서슴없이 했으며 농장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솔선하여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에 매력을 느낀 볼드우드는 그녀에게 자신을 어필하며 청혼을 한다. 볼드우드의 재력과 그의 신사다움은 누가 봐도 행복하고 안정된 결혼생활을 보장할 것 같았다.


그녀는 참 혼란을 야기하는 여자이다. 가브리엘에게도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볼드우드에게도 그녀가 먼저 편지를 보내 관심을 보였지만 두 남자가 청혼을 했을 때 모두에게 생각해 보겠노라며 부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완전하게 단념시킨 것은 아니었다. 


어두운 숲에서 갑작스럽게 만난 프렌시스와 에버딘. 

그는 매혹적인 남자였고, 저돌적이었다. 무엇보다 예의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남자였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에버딘은 프렌시스 차지가 된다. 


어쩌면 그녀는 그렇게 그녀의 말을 존중하는 사람보다는 그녀를 휘어잡아 줄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웠으며 스스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든 남자는 필요 없다고 스스로 해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성으로 가득한 자신의 심장에 펌프질을 하는 남자가 필요했을까.


이 영화에서 나는 에버딘의 이중성에 치를 떨면서 한편 너무도 공감하였다. 영화의 가장 섬뜩하고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 중반에 프란시스가 에버딘에게 검을 겨누는 것이다. 녹색의 숲과 높이 솟은 나무 사이로 프랜시스의 불은 유니폼과 현란하게 춤추는 가늘고 긴 검의 위협은 그녀를 위헙하였고, 갈색 머리카락을 싹뚝 잘라냈다. 마치 그녀의 의지와 신념과 결심을 모두 잘라 내듯이,, 그리고 그녀는 무너진다. 


언젠가 나는 당신을 떠나겠죠.

하지만 내가 곁에 있는 동안에는 당신을 지키고 싶소 - 가브리엘


프란시스는 결국 에버딘을 배반하고, 그녀를 파멸시킨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악역일것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가장 인간적이고 인간의 본심을 있는 그대로 잘 드러낸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첫 사랑, 하녀였던 파니로빈을 잊지 못한다. 사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는 두 남자보다는 얼마나 솔직한가! 


사랑도 사랑의 방법도, 그 쟁취 과정도 시대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는다. 

토마스 하디는 이 작품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온 여자들이 갑갑한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자신을 드러내며 자유롭게 살아가길 희망했을것이다. 돈 많은 부자라고해서, 귓속에 달콤한 단어를 부어주는 낭만적인 남자라고 해서 자신을 맡겨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싶었을 것이다. 남자와 대등하게 살아가 주길 바랬을 것이다. 

21세기에 사는 나에겐, 토마스 하디의 그녀가 썩 솔직하지도, 당당하지도 않아 보이지만, 하디의 '테스'를 생각하면 모든 불행을 거쳐 결국엔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찾았다는 것으로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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