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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Oct 09. 2020

뷰티 회사 마케팅 이야기 (1) “라떼는 말이야”

뷰티 산업의 마케팅 속도란? 정말 5G를 넘어 500G 수준.

 뷰티 회사 마케팅 업무 5년차. 2016년에 입사해 벌써 5년차 대리가 되었는데 내가 보고 느낀 뷰티 산업 마케팅 업무에 대해 시시콜콜 적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브런치를 켰다.

 대단한 인사이트를 적고자 함은 아니라는 걸 서두에 밝히고 싶다. 일기처럼 사소한 얘기를 적지만 이 내용을 바탕으로 이 업계에서 일하는 또는 일할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으니까. 무엇보다, 나 자신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과거 순간을 기록하고 싶기도 하고.


 1화에 무슨 내용을 쓸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업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얘기하면, 조금은 프롤로그 성격을 띠지 않을까.

 2016년 내가 입사할 때는, 디지털 매체의 성장률이 가팔랐지만 그럼에도 전통매체와 디지털매체의 광고비 집행 비중이 반반 정도 되었다. 다만, 전통매체 (TV, 잡지, 신문, 옥외 광고 등) 타겟이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비싼 전통매체를 왜 집행해야 하는지 챌린지가 들어오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동일한 전통매체 TV일지라도 TV광고가 맞아? 그것보단 광고를 컨텐츠에 녹일 수 있는 PPL이 더 효과적인 거 아니야? 라는 식의 담론.

 2016년에 한창 PPL 붐이 불었기 때문에 뷰티 업종을 시작으로 정말 많은 PPL 집행이 넘쳐났다. 주인공은 외출하기 전 온갖 정성을 다해 쿠션과 립스틱을 발랐으며 남자주인공은 뜬금 없는 포인트에 립스틱이나 향수 로고가 떡하니 보이는 선물을 했지. 그러나 PPL 업계는 정돈되지 않은 영역이었고 업체별로 계약 구조나 수수료가 달랐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브랜드마다, 컨텐츠마다 PPL 비용의 편차가 극심했다. 어떤 곳은 1~2천만원으로 대행사-대대행사 간 계약을 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직거래로 2억씩 쓰기도 하고. PPL을 한다고 다 잘 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마케팅 담당자의 감을 통해 굉장히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주먹구구식 업계 현황을 분석하고 올바른 광고비 집행을 유도하기 위해 나는 입사하자마자 거의 반년 가까이 PPL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입사한지 3개월만에 착수한 업무인지라, 각 브랜드의 PPL 담당이 누군지도 모르고 최근 3개년 PPL 집행 내역은 다 광고비 사용 내역을 통해 유추해나갔다. 수수료 역시 건별로 계약서를 찾아야 했으며 계약과 집행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이해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 대학에서 ‘소비자 심리는 무엇인가’ 또는 ‘제품을 마케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을 알려주었는데 실제 회사 마케팅은 교과서와는 정말 다른 차원이었다. 물론 내가 브랜드 마케팅보다는 마케팅 전략에 가까운 업무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맨땅에 헤딩으로 반년만에 PPL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는데, 웃픈 이야기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회사 전체에 공유되지 못하고 내 하드디스크에만 남았다. 2016년이 끝나갈 즈음 간접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 심리가 커지고 자연스레 중구난방식의 PPL 집행 비용은 줄어들었기 때문. 지금 생각해보면 허탈했을 법한데 회사 일이란 게 뭔지 잘 몰라서 그랬는지, 가이드라인 자체를 완성했다는 후련함이 컸기 때문인지 전사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는지 여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PPL 열풍이 불었던 시절이 참 오래된 것 같다. 지금은 전통매체는 돈을 쓸 여력조차 없고 모든 광고는 디지털을 통해 이루어진다. 디지털 중에서도 효과가 별로 없는 매체들은 이미 꽤 검증되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 광고의 경우 프리미엄 유저의 증가와 5초 스킵, 광고에 대한 시청자 거부감 등으로 인해 요즘 광고주들이 집행 비용을 크게 쓰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집콕하는 시간이 늘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시청하는 시간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 매체에서 광고를 시청하는 소비자 자체는 크게 줄고 있을 뿐더러 거부감마저 심하니까.

 디지털 DA 광고 소재 최적화, 집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SNS AD, 기획전/제품 상세 페이지 제작 등이 그나마 중요도가 유지되는 디지털 광고 업무가 아닐런지. 아, 요즘 2016년 PPL급으로 모든 B2C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된 영역이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라이브방송’. 코로나19로 매장 구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뷰티 업종 위주로 라이브방송이 떠올랐고 지금은 패션쪽에서도 방송을 많이 하더라. 이 역시 투입 대비 ROAS가 잘 나오는지, 고객들이 어떤 라이브 방송을 좋아하는건지 등 효과 검증이 더 필요한 영역이긴 하다. (*이 모든 의견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검색 대응, 키워드 광고 등도 중요하다고 한참 떠들던 주제였는지 요즘은 살짝 잠잠해지고 소재 최적화와 기획전 페이지 - 즉, 디지털 매대 의 중요도는 아직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같다. 디지털 소재 최적화의 경우, 이렇게 수많은 DA 소재를 제작해야 하는건지, 주차별 소재 효율 보면서 신규 소재 제작하고 기존 소재 OFF 하는 등의 일이 필요한지 의구심이 없지 않았는데 최근에 A 브랜드에서 카카오톡 비즈배너로 제품 광고를 하는데 동일한 소재를 2주째 틀고 있더라. 난 이미 한번 클릭해보긴 했는데 별로 관심 있는 제품이 아니라 바로 페이지를 빠져나왔었다. A 브랜드 자사몰로 랜딩시키는 광고였는데 만약 내가 광고를 보고 30분 이내에 구매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는 디타겟팅으로 제외할 수 있었을텐데. 아니면 다른 소재를 보여주면서 어떻게든 구매로 연결시키고자 노력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드는 걸 보고 소재 최적화란 필요한 업무긴 하구나 라고 느꼈다.

 하지만 윗사람이 시켜서 의무적으로 소재 최적화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건 지양해야 하는 듯. 캠페인 시작하기 전에 배경 3종류, 문구 3종류 정도로 variation해서 의무적으로 틀고 효율 없는 소재 off 해나가고. 하지만 캠페인 끝나면 딱히 인사이트는 없는 경우도 많다. 아예 동일한 소재만 주구장창 트는 것보다야 여러 소재를 틀면서 효율에 따라 선택과 집중하는 게 백배 낫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어떤 광고가 고객에게 후킹할지 가설을 세우지 않고 단순 개수만 늘리는 방식은 맞지 않다는 거다. 스킨케어 제품이라면, ‘신제품 단독 런칭’으로 후킹할지, ‘000항산화 성분 47% 함유’ 등 성분을 소구할지 ‘00% 단독 특가 혜택’ 등 혜택을 메인으로 발신할지 등에 대한 방향성을 몇개 잡아야 하고, 그 안에서도 성별, 기존 자사 제품 유저, 관심사, 기존 광고 반응자 등 정말 다양한 타겟 그룹을 설정해야 한다. 이런 가설을 기반으로 실제 집행하면서 데일리로 성과를 트래킹하여 컨버전과 효율을 둘다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든 데이터가 나와서 좋지만 그만큼 할 일이 몇백배가 되어버린 디지털 세상. 솔직히 TV 광고는 컨텐츠 (심지어 케이블은 채널만) 선별해서 우리 광고 넣고 타겟 시청률만 잘 나오면 장땡인데. 이놈의 디지털 세상은 왜 이리 봐야 할 지표가 많은지. CTA, CPC, CPM, Reach 등등.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CTR을 중심으로 효율을 분석하고 집행 목적에 따라 컨버전, CPA 등 지표까지 추가로 보는 걸 선호한다.


 디지털 광고 업무야 실무를 몇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에게 너무나 뻔한 얘기로 보일 테고 내가 정답을 아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 광고 자체에 대해 더 길게 얘기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로써 말하고 싶은 건 - 세상이 이렇게나 빨리 변화한다는 것. 모든 직무가 세상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가지만 마케팅 직무는 특히나 속도가 빠른 것 같다. 미래를 계속 예측해야 하고 현재 변화에도 최적화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야 하니까. 특히나 뷰티 업종은 B2C 중에서도 패션과 함께 가장 변화가 빠른 업종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같은 5년차도 ‘라떼는 말이야...’로 2016년을 회상할 수도 있다는 점. 참 웃기지 않은가. 지금 입사한 1년차가 있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하하) ‘라떼는 말이야, TV 중간 광고 잡는 게 참 중요했는데 말이야’ 라고 할 수 있겠지.

 왜 이렇게 세상이 빠른지. 다음주 수요일에 페이스북 마케팅 컨퍼런스 생중계가 있다는데 무슨 얘기를 할런지. 라이브방송? VR? 커머스의 변화? 앞으로의 변화 방향성도 무궁무진하다. 금방 금방 ‘라떼’ 소리 나올 만큼 빠른 마케팅의 변화 속도, 이 업종에 계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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