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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Dec 16. 2020

뷰티 회사 마케팅 이야기 (5) 라이브 방송 해야 돼?

올해 뷰티 마케팅을 휩쓴 트렌드 중 하나, 라이브 방송

 시작은 올해 3-4월즈음이었어요. 갑자기 라이브 방송이란 붐이 불기 시작한 게. 홈쇼핑과 비슷한 포맷인데 보통 1시간 내외 길이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생방송 콘텐츠가 제작된다는 게 살짝 달랐죠. 홈쇼핑 진입 비용 대비 라이브 방송은 훨씬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고요. 저희 브랜드는 우연히(?) 라이브 방송 시장 초창기에 진입했죠. 라이브 방송이란 게 뭔지 감도 잘 없었어요. 그렇게 감도 뭣도 없는데 저희 브랜드 첫 라이브 방송은 제가 직접 출연까지 했죠....^^; 전날까지 떨려서 잠 못 잤는데 라이브 방송 마친 그 당일엔 잠이 더 안 오더라구요. 다행히 큰 실수 없이 끝나니까 긴장이 풀렸는지 거의 잠 못 잤던 기억이 나요.

 라이브 방송이 한창 유행처럼 확산되던 여름 즈음에, 이게 우리나라 정서에 맞을까? 다들 그냥 이것밖에 할 게 없어서 너나 할것없이 하고 있나? 라는 회의감이 있었어요. 실제로 이거 말곤 오프라인 매장 영업 활동을 하기 어렵긴 했죠.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오프라인 세일즈 활동에 공백이 발생한 거에요. 온라인 기획전이나 상세 페이지로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는, 고객을 설득하는 사람 대 사람 세일즈 영역. 그게 사라지니 모든 브랜드가 라이브 방송에 뛰어들었죠.

 플랫폼이 나날이 성장한 것도 라이브 방송 시장의 확대에 영향을 미쳤어요. 11번가에선 브이커머스 플랫폼을 키우고 이때 매출을 확 높이면서 브랜드들의 참여를 이끌었구요, 카카오 쇼핑라이브는 본인들만의 철학을 가지고 라이브 방송을 하더라구요. 카카오 MD 분이 굉장히 까다로운 테이스트로 제품 구성이나 쇼호스트 섭외 등에 관여하시고 라이브 콘텐츠 촬영은 카카오 본사에서 해요. 저희 회사는 내부 스튜디오가 있어서 라이브 방송 촬영이 쉬운 편이지만 따로 스튜디오가 없는 브랜드의 경우 카카오 쇼핑라이브의 인프라로 라이브 방송이 좀더 수월할 것 같더라고요. 물론 카카오의 마음에 들어야 브랜드든 제품이든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답니다.

 라이브 방송이 왜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을까, 회의감이 많이 들었냐면.. 중국에선 왕홍들이 라방을 열었다 하면 한시간 안에 몇억씩 판매하더라고요. 이건 온전히 중국 스타일의 세일즈 방법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선 라이브 방송 켠다고 고객들이 미친듯이 구매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회의감이 들었어요. (타사 브랜드 매출을 잘 몰라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저희 브랜드는 1시간 매출이 꽤 나오는 편이긴 한데요- 그렇다고 방송 제품이 막 몇 억씩 완판되는 건 아니거든요.

 근데 홈쇼핑이 숫자 싸움이듯이 라이브 방송도 1시간 종료 이후 매출 실적이 바로 나오다 보니 방송 제작에 들어간 돈과 ROAS 분석이 돼요. 쇼호스트 섭외비, 소품과 판넬 제작비, (만약 필요하다면) 스튜디오 대관비나 촬영 감독료, 식대 등 꽤 돈이 들거든요. 특히 이름 들어본 쇼호스트 혹은 인플루언서 섭외하려면 백만원은 훌쩍 넘구요. 몇천만원대 섭외비가 필요한 인플루언서들도 있어요. 그 경우엔 투입비용이 당연히 몇천만원으로 훌쩍 뛰는데요, 매출은 그만큼 안 나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그때부터 회의감이 시작되는거죠. “우리 이거 하는 게 맞았을까?”

 저희 회사 이커머스 영업 담당분들은 그렇게 말씀하세요, “라이브 방송이 한번 한다고 매출 얼마 나왔다,도 중요하지만요. 그 브랜드 스토어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좀더 장기적으로 제품 매출이 상승해요. 사람들이 여기서 이런 제품을 파네, 하고 알게 되고 라이브 방송 콘텐츠가 플랫폼에 계속 남아있으면 클릭해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거죠. 그래서 꼭 1시간 매출만으로 라이브 방송을 판단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말도 일리가 있어요. 예를 들어, 네이버 스토어가 공식몰인 브랜드는 많이 없잖아요? 자기 브랜드 이커머스몰을 보유하고 있거나 올리브영, 시코르 등을 메인 판매 채널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브랜드라면 다? 가지고 있는 네이버 스토어가 그들의 메인 채널인 경우는 많이 없더라구요. 그럼 이 네이버 스토어에 투입하는 광고비가 많을 리 없는데 라이브 방송 하나 제작하면- 소비자들이 알게 되는거죠, 아 이 네이버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가 제품을 판매하고 있구나. 하고요.

 11번가는 좀더 1시간 매출이 잘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말 있잖아요, 소비자들이 노는 곳에서 광고를 해야 놀던 소비자들이 하나라도 얻어 걸린다. 시장에 가서 광고를 해야지, 놀이동산에 가서 광고를 하면 누가 제품 사겠어요? 결국 11번가가 시장이죠. 11번가에서 돌아다니는 고객들은 신용카드를 들고 장바구니를 쉽게 채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요. 거기서 라이브 방송을 하면 상대적으로 구매까지 쉽게 연결되죠. 물론 11번가 라이브 방송은 돈이 더 듭니다. 유튜브 라이브 시스템은 전문가가 조작해야 하고 기본적인 기획전 구좌비도 따로 들고.. 등등 해서 네이버보다 돈이 좀 더 드는 방송이에요.

 카카오 쇼핑라이브는 제가 참여한 건 딱 1번밖에 없는데요, 11번가나 네이버가 기업에 라이브 방송 제작을 일임한다면 카카오는 본인들이 주도하더라구요. 쇼호스트도 카카오에서 고용한 1인을 쓰고, 나머지 인플루언서 1인은 저희가 섭외했어요. 근데 그 인플루언서도 쉽게 결정할 수 없고 카카오 MD의 허락이 필요하더라구요. 방송 시스템도 되게 홈쇼핑스러워요. 자막이나 화면 전환, 영상 삽입 등 기술력이 갖춰져있어요. 카카오 라이브 방송도 매출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제품 판매를 위한 라이브 방송 말고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랜딩 라이브 방송도 진행하고 있어요. 브랜드가 가진 철학, 기술력 또는 고객들의 피부 고민 등을 주제로 실시간 소통하는, 브랜딩 활동의 일환이죠. 제품 판매 라이브 방송보다는 시청자 유입이 덜한 편이지만 이런 활동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같고 장기적으로 쭉 유지되었을 때 그 효과가 더 나타날 거 같아요 (라고 믿고 있어요 ㅋㅋ)

 이번달 12월이면 올해도 끝이 나는데요, 올해 4월 이후에 라이브 방송은 한달에 한번정돈 한 것 같더라구요.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중국 왕홍 라이브 방송이랑은 또 다른 문화겠지만, 이 라이브 방송 자체가 미래엔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고요. 꽤 긍정적인 미래 전망론으로 바뀌었죠. 코로나19가 세상을 아예 다른 식으로 변화시킨 게 아니라, 앞으로 흘러갈 당연한 변화의 속도를 앞당긴 거라고 하잖아요. 라이브 방송도 그런 점에서 필요한 변화지 않을까요? 오프라인 매장은 좀더 제품 실제 체험형, 공간 브랜딩, 전시/디자인/아트 요소를 갖춘 장소 등으로 변화하고 온라인 카운셀링이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 모두 비대면이 익숙해져버린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라이브 방송이라는 트렌드를 어떻게 잘 이용해야 할까? 고민이 많습니다. 할인율과 혜택 경쟁이 계속 되어야 할지, 외주판촉이나 콜라보가 답일지,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게 장땡일지 등등 고민할 요소가 많아요. 배경이나 소품, 판넬 이런 게 계속 진화하는 건 말할 것도 없죠.

 며칠 전엔 촬영 감독료 아끼겠다고 제가 직접 라이브 방송 촬영을 해봤는데요,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카메라 앵글에 쇼호스트를 어떻게 잡느냐, 줌업과 장면 이동을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을 1시간 동안 집중하는데 촬영이란 영역은 아트에 가깝구나, 라는 걸 처음 느꼈어요. 그렇다고 제가 대단한 봉준호 감독님만큼 촬영을 경험한 건 아니지만, 카메라 구도 안에 어떻게 인물을 넣느냐에 따라 그림이 완전 달라지길래 이것도 아트의 영역이구나- 느낀 정도? 하지만 이 모든 고생을 하면서, ‘내가 왜 촬영 감독료 100만원도 안되는 비용을 세이브 하겠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지’라는 현타가 살짝 왔습니다. 그래도, 매출이랑 광고비 비교해서 ROAS 계산하는데.. 100만원 잘 아꼈다 싶더라구요.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라이브 방송이란 게 사실 이런 자질구레한 고민과 시도 투성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요. 방향성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실행에서 할 일이 많다 보니까 손 가는 게 참 많아요. 긴장되고 신기하고, 짜릿한 그런 분야인 것 같아요.

 평소에도 그랬듯이, 굉장히 허심탄회하게 뷰티 산업의 트렌드 중 하나인 라이브 방송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해보았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별 상황은 계속 변화중이기 때문에 제가 위에 적은 내용들이 지금 이 글을 읽으실 때 다 맞는 내용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뷰티 마케팅 담당자 친구가 이런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 이런 걸 느꼈구나 하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이번주 금요일즈음엔 평년 기온을 회복한다고 하는데요, 다들 건강 유의하시구 안전한 연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우리, 내년에도 계속 마케팅 고민 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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