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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Nov 22. 2021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웃겨

별거 아닌데 소소하게 웃긴 이야기 메모메모

 난 출근길 아침마다 앞머리에 그루프(뽕)를 말고 다닌다. 앞머리는 없는데 가르마를 5:5가 아니라 6:4? 7:3 정도로 하고 다녀서 많이 넘기는 쪽의 앞머리가 이마에 닿아 기름지는 게 싫기 때문이다. 물론 퇴근할 즈음엔 이미 지성피부가 된 이마를 막을 수 없지만 왠지 아침 출근길만큼은 내 이마를 보송하게 유지하고 싶어서다.

 근데 요 며칠간 그루프가 자꾸 쉽게 머리카락에서 빠졌다. 내 그루프는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따로 고정하는 뚜껑이라고 해야 하나? 하튼 고정 장치가 없어서 유난히 머릿결이 좋은 날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쉽게 그루프가 빠진다. 특히 버스 잡으려고 뛸 때 빠지면 그 빡침은 어마어마하다. 저 빨리 달리는 버스 잡으려고 뛰면서 동시에 교통카드 꺼내야 하는데 그루프까지 빠지면 아침 출근길에 소소한 빡침이 더해진다.

 며칠째 뚜껑? 고정장치? 있는 그루프를 사러가야지 가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출퇴근 동선에 다이소가 없다보니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 5시반, 회사에서 화장실을 가려는데 띵-동 결제 알람 문자가 왔다.

 우리 엄마가 가진 여러 장의 카드 중 내 명의로 된 게 하나 있는데, 내가 예전에 은행원 취업 준비하려고 거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은행 브랜드 계좌 1개씩 만들 기세였던 시절 수없이 만들었던 카드 중에 하나를, 그냥 본인이 쓴다. 그래서 엄마가 그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알림 문자가 나한테 뜨는데 평소라면 그냥 슥 지우고 말았겠지만 저 ‘다이쏘’ 이름이 무척 반갑게 다가왔다.

 엄마가 다이소 간 김에 내 그루프 하나 사달라고 해야겠다- 후다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역시나 우리 엄마답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빠와 나, 동생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지만 엄마는 한 번도 한 번에 받은 적이 없다. ‘무음이라^^’, ‘핸드폰 두고 나갔어^^’, ‘몰랐지^^’ 등의 다양한 이유로 엄마는 한 번에 전화를 받는 법이 없다. 카드 결제하자마자 전화했는데 이번에도 안 받는 이유가 뭐람? 통화연결음이 가는 동시에, 엄마한테 효율적인 주문을 하고자 네이버 앱을 켜서 ‘다이소 그루프’를 검색해서 대충 필요한 제품의 이미지를 찍어 카톡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10분 지났나? 사무실 자리에 앉아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응, 딸. 왜?”

 카톡은 보지 않고 부재중만 확인했군.

 “응? 아니 엄마 다이소에서 지금 멀리 떨어져나왔어?”

 “응, 아까 배추 하나 사려고 잠깐 갔다왔어.”

 “???”


 다이소에 배추가 팔았나. 무슨 소리.


 “아니, 다이소 갔다왔냐구.”

 “그래. 배추 하나가 모자라서 사왔다고.”


 하… 엄마! -_- 회사에서 여러 번 말하게 하지 말라구.


 “아니 엄마 다이소에서 왜 배추를 팔아.”

 “집앞 다이쏘 있잖아. 거기 야채 가게.”


 …순간 1초 정적 ㅋ……

 어쩐지 나 저 카드 결제 문자 받고 ‘다이소’는 왜 법인명을 ‘다이쏘’라고 한거야? 기업명과 브랜드명에 차이가 있는 줄 알았는데 다이쏘는 내가 집앞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봐도 관심 없어서 기억 못하겠지만) 야채가게 이름이었던 거다. 사무실에서 어이없음의 피식,, 을 했다.

 요 얘기를 곱씹으면서 퇴근하고 집에 오다가 엄마랑 대화하는 몇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떠올랐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해 메모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일화, 몇년 전 이야기.

 주말 오전에 내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누워있는데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왔다.

엄마, “야, 여기 좀 봐봐. 등에 화상 입은 거 같아.”

나, “응? (깜짝 놀람) 무슨 일인데?’’

엄마가 뒤돌아서 보여줌.

ㅋㅋㅋㅋㅋㅋ알고 보니 엄마 등 맨살에 스카치 테이프 같은 게 붙어있었다….^_^….

(이 당시엔 진짜 핵 빵터짐. 침대에서 데굴 구름)


세번째 일화, 이것도 몇년 전 주말 이야기.

주말 아침에 영어스터디에 다녀온 뒤 엄마와의 대화다.


나, “엄마 나 아침에 간 영어스터디에 잘생긴 대학생있어.”

엄마, “그래서?”

나, “화장하고 갈걸.”

정적이 흐른뒤

나, “엄마 오빤 왜 나같은 쓰레기를 만날까”

엄마, “그러게.”


나, “????”


나, “엄마 그래도 딸한테 쓰레기가 뭐야!”

엄마, “니가 먼저 말했잖아.”

나-.....


 ㅋㅋㅋㅋ무슨 짤인줄 진짜 웃겨 우리엄마랑 나랑 무슨 시트콤 찍는줄알았다.

 쓰다 보니 왠지 inner joke처럼  혼자만 웃긴 느낌이지만 여긴  일기장처럼 쓰는 브런치니까 자세하게 남기는  의의를 둬야지! ㅎㅎ 주말에  집에 있을 때마다 ‘엄마’, ‘근데 2 단어로 시작하는   폭탄 때문에 귀에서 자주 피가 나는 엄마지만 나는  엄마랑  때가 재밌다아..!


p.s. 와중에 이 글 다 쓰고 엄마한테 바로 ‘공유’해서 (모든 건 입과 손으로 공유해야 살맛 나는, 나는야 enfj) 아래와 같은 카톡을 받았다. 그루프 사다달란 건 아니었는데 ^^ 마침 잘됐다.

 그리고 음식명을 포함한 단어를 기억하는 데 지병이 있는 ^^; 난 역시나 무우를 배추로 기억! 쿄쿄 몇주전, 엄마랑 동생이랑 고기 먹으러 갔을 때

 “여기 파 좀 더주세요~”

 했는데 동생이 “누나 여기 파가 어딨어?”

 그래서 내가 “이거.”

 했더니..엄마와 동생이 경악하며

 “누나….이건 부추잖아.”

 하고 둘다 고개를 저었던 게 기억난다.

 배추와 무우는 이런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갑자기 또 연달아 떠오름! 이거까지 적고 마무우우리~ 무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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