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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athan Woo Aug 05. 2018

골목식당과 생산 관리

엔터테인먼트에서 발견하는 생산 관리

요식사업가이자 엔터네이너인 백종원을 처음 보았던 건 마리텔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던 2015년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송을 보았다기 보다는 연예란의 기사를 보면서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요리사인데 경연 방송에서 몇 주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몇 년전에 소유진과 결혼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 상기 시켰던것 같다.   


그 당시에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등 요리 중심의 경연 프로그램이 다수 등장하면서 이것도 하나의 시대적인 트랜드일 것 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거품이 꺼지게 되고 유명세를 탔던 요리사들이 계속해서 유명세를 유지하지는 못할 것 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4~5년이 지난 지금도 냉장고를 부탁해는 화제성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백종원은 그 이후 수 많은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평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서 독보적인 푸드테이너로 자리를 잡았다.    


한식대첩 프로그램의 백종원은 프로그램 초기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요리 전문가들도 감탄할 정도로 음식과 재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었다.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고 마리텔에 출연해서 보여준 요리들의 평범함 때문에 전문성보다는 대중성에 강점이 있을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백종원은 요식 전문가인 동시에 생산관리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 나의 관점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관리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고전하고 폐업이 속출하는 골목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하에 골목 식당 살리기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골목식당은 예능 프로인 동시에 식당 경영 및 음식 솔루션 프로그램의 역할도 하고 있다. 방송의 주요 패턴은 식당의 실태 점검 → 현장 점검 → 솔루션 적용 후 리뉴얼 오픈 형식으로 한 편(특정 지역 대상)을 5주로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이처럼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지만 기획의도에 대한 논란, 참가식당과 참가자의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제작자의 의도나 참가자의 인성 문제는 제외하고 백종원이 요식 컨설팅을 통해 어떠한 개선 포인트를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관점에 집중하고자 한다.    


원테이블  


내가 이 프로를 보게 된 가십거리이기도 했던 원테이블 얘기로 시작을 해보고자 한다. 원테이블은 이태원 해방촌 신흥시장에서 젊은 여성 2명이 약 6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하나를 놓고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이다. 모 사이트의 원테이블에 대한 평가를 잠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해방촌 편에서 원테이블 식당은 전작인 푸드트럭, 이번에 한 골목식당의 그 어떤 참가자들 보다도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음식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음식실력조차 모자란 터라 폐업 이야기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별 일 아닌 듯 웃고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식당운영, 요식업을 장난으로 아는 게 아니냐고 말할 정도. 특히 문제인 것은 사장들의 허영심에서 비롯된 외견고집. 백대표가 열심히 맛에 대한 지적을 해도 일단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 식당 운영, 요식업에서 제일 중요한 맛에 대한 고민이 뒷전으로 밀려나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


해방촌 편이 끝난 이후에도 한 동안 이러한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데에는, 원테이블 식당 주인의 무능과 고집이 큰 이유가 되겠지만 화재거리에 환장하는 언론에서 방송을 다루는 방식도 큰 기여를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실 중간편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직접 보니 분명 철이 없고 논란이 될만한 드립도 많이 했고, 또 결정적으로 요리사로서의 실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백종원과 여성 2명의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물론, 훈훈한 마무리를 위해 백종원이 타협을 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분명한 팩트는 백종원의 평가 기준과 원테이블이 지향하는 바가 달랐고, 이로 인해 장장 5주 동안 백종원의 일방적인 폭격이 지속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두 여자 사장의 요리사로서의 자격은 미달이라는데 동감한다. 하지만, 세상에 맛없는 식당이 어디 한 둘인가. 차라리 원 테이블의 음식은 적어도 TV로 보기에는 상당한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다만 백종원의 요리에 대한 자세와 식당에 대한 본질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편에서 이 두 명의 여성은 백종원에게 (방송에는 본심을 얘기하는 거라고 표현이 되었지만) 마지막 딜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본인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손님들이 원테이블에 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가는 것이라고. 소위 좋은 요리로서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방과 같이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살리고 싶다는 얘기를 전하고, 백종원은 (여전히 요리 실력은 엉망이지만) 그렇다면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면서 원 테이블의 정체성은 ‘식당’이 아니라 ‘파티룸’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제 다른 관점에서 평가를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 이후로 백종원은 서빙 되는 요리에 대해서 이전과는 달리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는데, 결코 요리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평가의 관점을 ‘음식’에서 ‘장소’로 바꿨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여기에서 생산 관리 관점을 대입해보면 두 가지의 관리 이론이 적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어떠한 관리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명확한 목적과 목표의 설정이다. 목적은 vision에 해당하고, 목표는 objective에 해당한다. '잘 살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간다’라고 하는 경우 잘 사는 것은 목적이 되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목표이 된다. 목적은 궁극적인 지향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측정이 어렵지만, 목표는 목적하는 바를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보통 명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잘 산다’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대학’은 (대학 평가도 논란은 많지만)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백종원과 두 여자 사장의 공통된 원 테이블의 목적은 '좋은 식당’,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의 관점에서는 백종원은 ‘맛있는 음식 제공’을 생각했던 반면, 두 여자 사장은 ‘즐거운 장소 제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맛있다’와 ‘ 즐겁다’라는 계량 불가한 대상을 목표라고 하기에는 약간 억지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와 방문객의 입장으로 보면 맛과 유흥은 어느 정도 평가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백종원과 두 여자 사장은 목표를 설정하는 부분에서 포인트가 어긋났었다고 할 수 있다. 지향하는 ‘목표’가 맞추어진 후에야 백종원의 음식에 대한 평가는 음식의 본질이라는 우선 순위의 굴래를 벗어날 수 있었고, 방송에서 만들어내는 그림으로 두 여자 사장에게 어느 정도 원 테이블에 대한 명분을 남겨주면서 마무리를 지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론은 첫 번째 이론과 연결되는 평가 기준이다. 평가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일의 전략과 성격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평가의 관점이 달라진다고 했듯이, 평가 관점 자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좋은 음식’이라는 평가 기준에서 ‘즐거운 시간’으로 평가 기준을 바꾸고 나서야 문제가 해소(된 것처럼 보이는?) 된 것 처럼, 평가 기준의 설정에 따라 산출물의 가치나 유효성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목적/목표와 관점의 차이가 원 테이블의 수준 낮은 요리에 면죄부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아무리 즐거운 장소가 캐치 프레이즈라 하더라도 누가보아도 식당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장소로서 요리의 품질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두 여사장이 요리 학원을 다니고 있는 모습에서 원 테이블이 앞으로 명품 요리, 시그니처 요리로서의 가치를 입증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기본은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중식당 H5NG


이태원 해방촌 신흥시장(홍 H5NG)의 중식당은 한 명의 쉐프와 한 명의종업원이 운영하는 테이블 4개의 조그마한 중국집이다. 중간부터 보게 되어 1~2주차의 갈등 상황은 알 수가 없지만, 믿음직한 외모의 주방장은 적어도 요리에 대한 기본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대신, 이 음식 프로에서 중식당과 백종원의 갈등 상황은 주방장과의 갈등이 아니라 종업원과의 갈등을 다루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였다.    


서빙 담당 종업원은 손님을 안내하고, 주문을 받고, 주문을 전달하고 서빙하는 종업원의 모든 일들이 매우 서툴다. 기본적으로 그다지 머리가 좋지 못하고 몸이 일에 숙달되는 스타일이 아닌 듯 백종원이 아무리 코칭을 해도 그 때만 조금 다를 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식당에 들어오는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와 주방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    


방송이 진행되면서 백종원의 반복되는 다그침에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마지막회에서도 순서를 헷갈리거나 주방에 주문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음식 서빙이 늦어지거나 심지어 계산을 잘 못 하는 장면까지 보이면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끝나게 된다. 주방장의 실력이 기본 이상이고, 서빙 담당 종업원의 어리숙함과는 별도로 나름 호감을 줄 수 있는 모습과 성격으로 당분간 식당 영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중식당에서 생산 관리의 ‘작업의 표준화’와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산업공학의 아버지인 Fredrick Taylor는 철강회사에 재직할 당시 오랜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작업 관찰 및 작업의 표준화였다. 방송을 유심히 보면 백종원이 골목 식당 프로그램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시간 분석이다. 음식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 서빙하는데 걸리는 시간들을 관측하여 얼마나 시간 단축이 필요한지를 끊임없이 설파한다.    


사실 집중을 하고 보지는 않아서 백종원이 종업원의 서빙 활동 시간을 관찰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순서가 틀리고, 주문이 늦어지고, 음식 서빙이 지연되는 것은 결국 고객에 대한 납기 지연이라고 할 수 있다. 식당이라고 해서 거창한 납기라는 것이 있기야 하겠냐마는 식당 손님의 입장에서는 서빙 시간에 대한 암묵적인 기대치라는게 있다.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보통 10분 정도는 누구에게나 기다릴 만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고, 10~20분은 사람에 따라 인내심을 잃어갈 수 도 있다. 그리고, 20분이 넘어가면 굳이 성질 급한 손님이 아니더라도 불만을 가지기 시작한다. 또한 절대적인 시간 뿐만 아니라, 먼저 도착한 손님과 나중에 도착한 손님 사이에는 인식되는 수준에서의 서빙 기대 우선 순위라는 게 있다. 내가 먼저 왔는데 나중에 온 사람이 먼저 서빙을 받고 식당의 별다른 설명이나 양해 없이 음식을 먼저 먹게 된다면 불만이 생기고 한마디 하게 된다.    


납기 준수는 생산 관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단위 작업의 소요 시간을 파악하고 단위 작업들 간의 적절한 순서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계획법을 네트워크 계획법이라고 한다. 단위 작업들이 있고, 각 작업들의 정해진 시간이 있고, 작업 간의 선후행 순서가 결정이 되면 유일한 최적 작업 순서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최적화 된 작업과 작업 순서를 여러 검증 과정을 통해 테스트하고 수정함으로써 작업 표준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복잡도의 차이와 변동성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표준 작업 방법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중식당의 서빙 종업원은 안타깝지만 이러한 표준 작업에 대한 인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 백종원이 지적하는 여러 사항들을 순서 없이 기억하다 보면 아무리 스마트한 사람이더라도 손님이 여러명 동시에 오기 시작하면 헷갈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종업원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것은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하고 일들의 순서를 정리해 보는 것에서 답을 찾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프랜차이즈라고 하는 외식업체의 경우에는 이러한 서빙의 문제를 거의 발결할 수 없는데, 이는 프렌차이즈 본사가 음식을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의 주방장과 종업원들의 업무들에 대한 명확한 표준 작업 방법을 설계하고 교육 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별도의 사실로, 요식 프랜차이즈의 정말 중요한 핵심 역량은 공급망 관리이다.)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수 많은 패스트푸드 식당이나  TGI로 시작된 수 많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이유는 표준화 된 레서피와 표준화 된 식당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국경을 벗어나서도 유효하다. 외국 문화에 익숙치 않은 해왜 여행 초보자들이 흔히 선택하게 되는 것이 현지 맥도날드 또는 현지 버거킹인데, 부지불식간에 기대하는 표준화에 대한 선호와 익숙함이 있기 때문 아닐까.    


시장회집  


두 노부부가 31년간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 온 시장회집은 해방촌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고 할 수 있는 식당이라고 한다. 백종원의 평가에서도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찬사가 터져나왔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에서 시장회집에 대한 접근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백종원은 여기에 대해 음식점의 트랜드를 이야기 한다. 허름해보이고 어두침침하고 뭔가 오래된 찌든 분위기에서 직관적으로 맛집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름 미식을 한다는 주위 사람들과 식당을 고를 때 보통 위의 기준에 해당하면 ‘뭔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의 표현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돈되지 않음과 어수선함이 맛집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유지하고 있는다는 것에서 기본 이상의 맛을 유지함으로써 식당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오래된 때가 묻어날 수 밖에 없는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현상이 만나는 접점이 있을 뿐이다.    


백종원은 두 노부부에게 식당 리모델링에 대한 제안을 한다. 그리고 이 두 노부부는 난처함을 보이며 처음에는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방송의 갈등 상황을 표출했다.    


1970년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제조 담당 부사장이 개발한 JIT 체계를 구출할 때 그 방법론 중 하나로 추진된 것에 3정5S라는 것이 있다. 3정은 ‘정리’, ‘정돈’, ‘정위치, 5S는 정리(seiri), 정돈(seiton), 청소(seisoh), 청결(seiketsu), 습관화(shitsuke)를 의미한다. 이는 눈으로 보는 관리(visible management)에 대한 현장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수 많은 제조 작업장에서도 3정5S라는 말은 고유명사처럼 널리 사용이 되고 있다.    


백종원이 제안한 식당 리모델링은 생산 관리의 3정5S와 다름이 아니다. 특히, 한 눈에 제공 가능한 메뉴를 확인할 수 있는 신 메뉴판은 KANBAN의 식당 버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시장회집의 외양과 내부 인테리어는 아무리 봐도 고풍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랜 세월을 견뎌오며 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에 있어 ‘형태’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시장회집은 3정5S가 없이도 오랜 세월을 버텨온 음식에 대한 기본 품질로 앞으로도 현상 유지를 해 나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두 노부부는 백종원의 리모델링 제안에 변화를 거부하며 새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이기 때문에 짜여진 각본일 수 도 있지만, 이는 생산 현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이기도 하다. 새로운 공법,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은 많은 생산 전문가들의 해묵은 숙제이자 우리나라 제조업의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거듭된 백종원의 설득과 당근(방송 스태프의 적극적인 지원) 제공에 두 노부부는 마침내 동의를 하고 방송 마지막회에서는 변화된 회집의 모습이 공개된다.     


생산 관리의 관점으로 보면 시장회집은 3정5S 실천을 통해 작업 환경의 개선을 이루어냈고, 이로 인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보다 많은 손님을 유치함으로써 음식 제조와 서빙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언


백종원이 목적과 목표가 어떻게 다른지, 네트워크 계획법이 무엇인지, 또는 3정5S라는 현장즉실천이라는 것이 있는지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모를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종원 본인이 요식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순히 요리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당이라는 서비스 시스템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 어떠한 부분들을 관찰하고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러한 개선 방안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전파할 지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백종원은 푸드테이너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요식 사업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백종원의 사업가로서의 발전과 푸드테이너로서의 포지셔닝이 어떤 균형을 이루어낼지는 시청자의 한명으로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기도 하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음식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과정에서 볼 수 있을 여러 사례들은 생산 관리 전문가로서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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