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의 항공 시뮬레이션과 인적 요소로부터
영화의 시작은 설렌버거 기장이 테터보로 공항으로 회항하던 중 뉴욕 도심 한가운데에 추락하는 악몽을 꾸면서 시작된다. 사고 후 조사 과정에서 설리는 왜 공항으로 가지 않고 허드슨에 착륙했는가에 대한 조사를 받던 중, '데이터상 좌측 엔진이 최소 추력으로 작동 중이었다'는 미국 연방 교통 안전 위원회 조사관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자신을 영웅으로 대접하는 언론과 시민들, 자신을 사고의 원인으로 보는 조사관들 사이에서 정말 자신이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며 머릿속에선 항공기가 뉴욕도심 한가운데에 추락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떠오르고 밤에는 악몽을 꾼다. 한편 제프 스카일스 부기장 또한 조사관들의 태도에 어이없어하며 설리와 같은 증상을 보이고, 설리의 선택이 아니라면 모두 죽었을 것이라며 반박한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에어버스에서 실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첫 회항 결정지였던 라과디아, 두번째 회항 예상지였던 테터보로 공항에 각 20회 모두 무사 착륙이라는 결과까지 나와 설리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옳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사고 경위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던 중 밤 늦은 시각 사고에 관한 뉴스를 보던 중 무언가를 깨달은 설리는 곧바로 자신과 친분이 있던 직원에게 공청회에서 음성 기록을 듣기 전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는 시뮬레이션을 볼 수 있도록 요청한다.
이후 공청회 자리에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인한다. 에어버스사에서 진행된 비행 시뮬레이션 결과 둘다 무사히 착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객석에서는 술렁이지만, 설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조종사들이 얼마나 연습했는지 묻고 이에 대해 무려 17회의 연습을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듣게 된다. 설런버거와 스카일스는 이런 상황을 가정한 훈련조차도 해본 적 없었고, 게다가 그들이 겪은 것은 단순 시뮬레이션이 아니고 155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는 실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고 당시 어떤 행동을 했는 지를 강조하면서 버드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파일럿들이 새와 충돌하자마자 마치 기계처럼 즉시 라과디아나 테터보로로 회항하는 것을 이야기하며 인적 요소가 결여되어 타이밍의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설리의 주장대로 버드 스트라이크 직후 이에 대한 상황 판단과 해결 시도 등으로 인해 시간이 소모된 이후 기수를 돌려야 한다는 점이 인정되었고, 이 점를 고려하여 새떼의 충돌 이후 35초가 지난 뒤 회항을 하는 것으로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재시도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라과디아로 회항하는 경우 13번 활주로를 앞둔 상태에서 착륙유도등이 설치된 제방에 추락하고, 테터보로로 회항하는 경우는 아예 공항 근처도 못가보고 도심 한복판에 추락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 시뮬레이션에서조차 섬뜩하기 그지없는 GPWS 경보음은 덤. 즉, 설리의 주장대로 회항이 불가능함은 물론, 추가적인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뒤이어 CVR 청취에서 설런버거 기장과 스카일스 부기장의 놀랍도록 침착한 대처와 판단에 의한 것이었음이 직접 전달되며 청문회 분위기는 더더욱 숙연해진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실제 항공기의 왼쪽 엔진을 회수해 검사한 결과 설리의 말대로 왼쪽 엔진은 그야말로 처참하게 파괴되어 정지된 상태였음이 밝혀지게 된다. 그를 토대로 조사관인 엘리자베스가 ACARS DATA가 고장으로 인한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한다. 조사관들은 설리와 제프의 대처가 유례가 없을 만큼 대단했던 점을 인정하고 공식석상임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감정을 담아 사과를 전할 정도로 미안함을 표하고 이 사건에서의 설리 기장은 증명 불가능할 정도의 훌륭한 인물임을 언급한다. 하지만 설리는 자신만이 아닌 승무원과 승객 155명 전원, 관제탑, 페리 승무원, 경찰과 소방당국 등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공을 돌린다. 그리고 제프는 이런 상황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면 이번과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입니다. 저라면 7월에 할 것 같네요" 라고 아재개그를 날리며 공청회장이 웃음바다가 되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에 대해 대부분의 기사와 평론은 비행기 추락 사고의 알려지지 않은 감동 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조금 다르게 항공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에서 인적 요소 고려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모든 경우를 고려하여 시뮬레이션 대상의 거동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목표이기 때문에 인적 요소(영화에서는 새와의 출동 후 회항 결정 시점까지 관세 센터와의 교신 및 의사 결정에 필요한 시간)를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와 고려했을 경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즉 비행기와 새의 충돌 직후 아무런 의사 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회항을 하게 되면 출발지였던 라과디아 비행장에 착륙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지만, 인적 요소를 고려한 35초(긴급 상황에 대한 체크 리스트 확인 및 의사 결정에 소요되는 최소의 시간)의 지연을 고려하게 되면 착륙하지 못하고 근방에 추락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를 통해 일촉즉발 상황에서의 설렌버거 기장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고 과실이 없었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
제조업에서 공장 개선이나 계획 검증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는 생산 시뮬레이션에서도 인적 요소는 항상 뜨거운 감자다. 생산 시뮬레이션을 전공하는 학자나 컨설팅 전문가들이 공장 관리자나 작업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가 인적 요소에 대한 고려 여부이다. 작업 수준도 다르고 변동성이 심한 인적 요소를 생산 시뮬레이션에서 어떻게 고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제기되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생산 시뮬레이션에서 인적 요소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업자 개개인의 능력 편차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편차가 발생되는 확률 또한 적절한 통계 모델을 이용하여 모델링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작업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입력하더라도 대부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작업자의 편차와 편차에 대한 통계 모델에 대하여 또다시 이의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결국 시뮬레이션의 도움을 받아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담당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생산 시스템과 인적 요소의 복잡함의 문제를 시뮬레이션에 대한 불신으로 치환하여 거부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비행 시뮬레이션은 핵심 기술의 수준으로 평가하면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시뮬레이션 기술 중 로켓이나 우주선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더불어 가장 고도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파일럿 지원자들은 실제 비행기를 조정하기 전에 비행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훈련을 한다. 이는 시뮬레이션의 수준이 실제 비행 거동을 제대로 나타내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인적요소에 대한 부분은 단순히 상황에 대한 사람의 인지 감각을 통한 의사 결정 시간을 반영한다라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생산 시스템에서의 인적 요소는 훨씬 복잡하다. 생산 현장에는 다수의 작업자가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다수 작업자의 수준도 모두 다르고 그들의 작업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볼 수 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한 관점에서 인적 요소에 대한 고려는 항상 어려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산업공학의 아버지 프레드릭 테일러가 작업자의 기량 차이에 의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했던 일이 관측과 표준화이다. 다수 작업자의 작업 내용을 기록하고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작업 표준화를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 일화는 지금도 산업 공학 교과서에 소개가 되고 있다.
프레드릭 테일러 이후로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적 요소를 표준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작업자의 주관이 개입됨으로써 수식이나 모델로 정형화하기 어렵다는 반증이 될 수 도 있다.
PS: 극중 주요 갈등 요소로 등장하는 미국 연방 교통 안전 위원회가 사고 조사에서 보이는 태도가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 청문회는 사고 후 1년 반이 지나서 열렸고, 당시 사고의 원인이 너무도 명확해 따로 조사를 크게 하지는 않았으며, 실제 에어버스사의 항공 시뮬레이션에서 35초 지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5회 회항 시도 중 겨우 8회 성공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더군다나 시뮬레이션상 사고 인지에서 대응까지의 지연시간 35초를 처음 제안한 것도 설런버거가 아니라 교통 위원회측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