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게임 실랑이를 그만두는 법'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 집에는 규칙이 있다. 바로 '책 읽은 시간만큼 디지털 하기'이다. 디지털을 하는 시간이란 유튜브 보기, 게임하기,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모두 말한다. 평일에는 딱 독서 시간만큼만 가능하고, 주말에는 독서한 시간의 2배를 허용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큰 거부감 없이 이 규칙을 잘 지키고 있고, 지금까지 시도했던 방법 중 가장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이 있으니, 아이들이 게임을 해야만 다른 놀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꼭 해야만 하는 미션처럼 게임을 하고 나야지만 셋이 같이 하는 놀이가 진행된다. 게임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려온 것 같은.. 이런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딱히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넘어가던 참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 아침, 아이들이 서로 보겠다는 영상이 달라서 다툼이 벌어졌다. 우리 집은 눈 건강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것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랬더니 둘째와 막내가 누가 먼저 탭을 보고, 누가 먼저 게임을 하느냐 하는 것으로 싸우고 있었다. 못하게 한 것도 아니고, 시간도 충분해서 순서만 정하면 될 일인데 싸우는 것을 보니 화도 나고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남편이 말했다. "아빠는 너희들이 남들이 하는 영상을 그냥 받아들이고, 보기만 하는 것이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너희는 셋이서도 잘 놀았는데, 언제인가부터 게임을 하지 않으면 잘 노는 것 같지 않아서 아쉬워. 오늘은 노디데이(NO 디지털 데이) 해보면 어때?" 아이들은 처음엔 "싫다, 그걸 왜 하냐" 고 했지만, 아빠의 설득에 그날은 '노디데이'가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 보고 나는 그날 일이 있어서 밖으로 나왔다.
오후, 남편에게 메시지가 왔다.
노 디지털 데이를 하니 큐브도 꺼내서 맞춰보고, 셋이 레고 조립도 하고 다양하게 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빠도 똑같이 하지 말라고 해서 남편도 하루 종일 폰을 못 보고 지낸 것 같지만(ㅋㅋㅋ) 아이들하고 온전히 지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도 아빠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저희들끼리 재미있게 놀아서인지 가끔 이렇게 노디데이를 하자고 했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디지털을 안 한다고 하니 창의성을 발휘해서 놀았다. 내가 집에 와서 듬뿍 칭찬을 해주었더니 아이들 스스로도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엄마인 나도 그런 아이들이 대견했다. 종종 이런 노 디지털 데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