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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Dec 20. 2022

우리집 노디데이! NO Degital Day

지난번 '게임 실랑이를 그만두는 법'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 집에는 규칙이 있다. 바로 '책 읽은 시간만큼 디지털 하기'이다. 디지털을 하는 시간이란 유튜브 보기, 게임하기,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모두 말한다. 평일에는 딱 독서 시간만큼만 가능하고, 주말에는 독서한 시간의 2배를 허용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큰 거부감 없이 이 규칙을 잘 지키고 있고, 지금까지 시도했던 방법 중 가장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이 있으니, 아이들이 게임을 해야만 다른 놀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꼭 해야만 하는 미션처럼 게임을 하고 나야지만 셋이 같이 하는 놀이가 진행된다. 게임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려온 것 같은.. 이런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딱히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넘어가던 참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 아침, 아이들이 서로 보겠다는 영상이 달라서 다툼이 벌어졌다. 우리 집은 눈 건강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것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랬더니 둘째와 막내가 누가 먼저 탭을 보고, 누가 먼저 게임을 하느냐 하는 것으로 싸우고 있었다. 못하게 한 것도 아니고, 시간도 충분해서 순서만 정하면 될 일인데 싸우는 것을 보니 화도 나고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남편이 말했다. "아빠는 너희들이 남들이 하는 영상을 그냥 받아들이고, 보기만 하는 것이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너희는 셋이서도 잘 놀았는데, 언제인가부터 게임을 하지 않으면 잘 노는 것 같지 않아서 아쉬워. 오늘은 노디데이(NO 디지털 데이) 해보면 어때?" 아이들은 처음엔 "싫다, 그걸 왜 하냐" 고 했지만, 아빠의 설득에  그날은 '노디데이'가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 보고 나는 그날 일이 있어서 밖으로 나왔다. 

오후, 남편에게 메시지가 왔다. 


노 디지털 데이를 하니 큐브도 꺼내서 맞춰보고, 셋이 레고 조립도 하고 다양하게 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빠도 똑같이 하지 말라고 해서 남편도 하루 종일 폰을 못 보고 지낸 것 같지만(ㅋㅋㅋ) 아이들하고 온전히 지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도 아빠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저희들끼리 재미있게 놀아서인지 가끔 이렇게 노디데이를 하자고 했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디지털을 안 한다고 하니 창의성을 발휘해서 놀았다. 내가 집에 와서 듬뿍 칭찬을 해주었더니 아이들 스스로도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엄마인 나도 그런 아이들이 대견했다. 종종 이런 노 디지털 데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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