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정신노동 그 자체다. 무한한 정보 수집, 순간의 초 집중력, 베일 듯 날카로운 판단력까지. 다른 어떤 것보다 정신적 소모가 큰 행위가 바로 주식투자다. 장기투자면 그나마 낫다. 뚫어져라 모니터를 노려보거나,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는 시세 변동을 견디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하지만, 단기 거래자는 그렇지 않다. 장 시작부터 마감까지, 눈 깜빡일 새 없이 온 정신을 매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단기 거래는 특히 체력 소모가 크다. 나도 몇 번 해봤지만, 결코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정확한 원칙으로 칼 같은 거래가 수반되어야 한다. 반쯤 기계가 되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실수하기 십상이다. 투자에서 실수는 곧 손실이기 때문에 큰 실수 한 번에 어렵게 쌓아 올린 탑이 와르르 무너진다. 물론, 작은 실수 한두 번은 괜찮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니까. 문제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인정하지 않고 만회하려는 마음으로는 실수의 늪에서 허우적 댈 뿐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실수는 멘탈을 무너뜨리고, 감정적으로 뇌동매매(근거 없는 판단으로 하는 매매)에 손을 댄다. 운이라도 좋으면 본전이라도 건지겠지만, 이런 식의 레퍼토리는 결코 아름답게 끝나지 않는다.
나는 전업 투자자도 아니고 단기 투자자도 아니다. 일과 주식을 병행하는 직장인 투자자다. 직장인 투자자도 단기 투자자만큼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상당히 크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컴퓨터와 씨름하는데, 퇴근해도 눈은 모니터 손은 키보드 신세다. 그날 있었던 이슈를 정리하고, 매매일지를 작성하는데 한나절이다. 다음 날 전략을 짜고 종목을 발굴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훌쩍 넘어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오랜 모니터 응시로 눈이 점점 침침해진다. 스트레스로 흰머리가 늘어난다. 오랜 의자 생활에 허리와 어깨 통증이 나을 기미가 없다.
한 가지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자칫 시야가 좁아진다. 좁은 시야는 편견을 낳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아무리 집중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잃을 확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아이러니다. 그보다는 유연한 사고와 넓은 시각을 가진 사람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적절하고 꾸준한 운동이 유연한 사고에 도움을 준다는 건 팩트다. 아마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정신노동의 끝판왕 격인 철학자들이 산책을 즐겼다는 사실도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강인한 정신은 강인한 몸에서 비롯된다
모두 아는 뻔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알기만 할 뿐 강인한 몸을 움직이는 데 큰 관심이 없다. 게임하고 술 마실 시간은 모두들 충분하다. 그런데, 운동을 위한 시간은 그렇게 만들기 어렵다. 아침잠이 많아 안되고, 퇴근이 늦어서 안 된다. 수업료가 비싸서 안되고, 하고 싶은 운동이 근처에 없어서 할 수 없다. 온통 핑계뿐이다.
자주 가는 주식 커뮤니티에는, 신기하게도 운동 일지가 많이 올라온다. 새벽같이 일어나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그걸 또 굳이 글로 옮긴다). 무게까지 상세히 기록하며 헬스를 하고, 테니스나 골프를 치는 사람도 더러 보인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왜 주식 커뮤니티에 운동 일지를 올리는 걸까?’ 싶었다. 하지만, 글 하나하나 찬찬히 읽다 보니 이내 알게 되었다. 운동이 주식 투자의 연장선이었다는 것을.
만약 주식투자로 돈을 잃거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면, 모두 내려놓고 잠시 멈추자. 괜히 자책하며 만회하려 들다간 오히려 더 크게 잃을 수 있다. 차라리 모니터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산책도 좋고 가벼운 조깅도 좋다. 시간이 된다면 헬스 같은 조금 격렬한 운동에 도전하자. 주식은 잊고 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개운해 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게다가 주식 시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때, 오히려 더 나은 투자 아이디어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