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서 성공하려면, 소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변호사가 되려면 해박한 법 지식이 필요하고, 의사가 되려면 복잡한 의학 지식과 고도의 의술 훈련이 필요하다. 흔하디 흔한 회사원조차 자기 조직에서 일종의 전문가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어떤 전문적 기술이 없더라도 조직이나 인재 관리에 탁월하거나, 회사 업무 프로세스에 정통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든 전문가가 되어야만 살아남는 세상에 살고 있다.
주식 투자는 어떨까? 주식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전문가가 되어야 할까? 요즘 개인 투자자들의 전문 지식은 그 어느 때보다 상향 평준화되었다. 어딜 가나 전문가들이 차고 넘친다. 시황이 어떻고 어떤 섹터가 주목받을 거라며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닌다. 삼프로TV의 댓글 창에도 전문가로 가득 차 있다. 너 나할 것 없이 그럴싸한 전문 용어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진짜 본인 견해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흔히 주식에 성공하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크로 환경, 전문 용어, 재무제표 등, 모든 것을 알아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착각이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된 큰 착각이다. 주식이라는 건 절대 지식에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은 지식은 판단에 방해가 된다. 지식이 전부라면 증권사 직원이나 학벌 좋은 사람이 세상의 부를 모두 쓸어 담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증권사에서 일하든 어느 대학을 나왔든 상관없이 어떤 사람은 수익을, 또 어떤 사람은 손실이 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주식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다.
이유는 주식시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안다해서 당장 내일과 다음 주의 가격을 맞출 수는 없다. 저점인가 싶으면서도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침체가 올 거라며 겁 주면서도 20% 넘는 상승장을 만들어낸다.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에 주식이 폭삭 내려앉는가 하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폭탄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 어질어질하다. 그래서 전문가라는 사람조차 쉽사리 의견을 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이렇게 흘러갈 거라 단정적으로 말하고 다닌다면, 사기꾼이거나 뭣도 모르는 초보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시장 예측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지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더 많은 지식을 쌓아야 상황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책을 읽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뉴스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좀처럼 수익이 나아지지 않는다.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답답하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왜 결과는 그대로일까?
우리는 전문가도 실패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유튜브에 보이는 수많은 전문가도 실은 우리처럼 실패하고 또 실패한다. 개인에 비해 규모도 훨씬 크다. 증권사 리포트가 얼마나 안 맞는지 투자해본 사람들은 잘 안다. 읽어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 주가는 리포트와 전혀 상관없이 흘러간다. 아예 목표가 근처도 도달하지 않는 종목도 있고, 하락을 예상한 종목이 급반등 하는 경우도 있다. 주식 참 어렵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주식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예측하려 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어쩌다 한 번 맞을 수 있지만, 실력이 아닌 운이 좋았을 뿐이다. 몇 번 맞췄다고 실력이라 자만하다가는, 언젠가 시장의 따끔한 싸대기를 맞는 날이 반드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럼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 전문가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미 말했듯 수익은 그 사람의 지식에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심리적 요인에 더 많이 좌우한다. 지금 팔면 다시 오를 것 같아 작은 손실을 확정 짓지 못하고, 더 많은 수익에 눈이 멀어 현재의 수익을 날려버린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확실한 매매원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원칙에 맞게 매매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욕심을 절제하는 것. 간단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진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싶다면, 지식 쌓기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매매 원칙과 심리가 안정적인지부터 점검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