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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May 16. 2024

비 오는 날, 성수동을 다녀왔습니다.

트렌드 리포트: 처음 발견 되거나, 가치 있게 다시 발견되거나

비 오는 날, 성수동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힙한 상권으로 자리 잡은 성수동에서 일어나는 마케팅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우선적으로 중점을 둔 키워드는 '뜨는 오프라인 공간'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커머스가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감에 따라 오프라인 공간들은 제각각 새로운 의미 부여와 역할들을 만들어나갔는데요. 이러한 변화의 흐름들 속에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만 한정적으로 운영하여 방문객들에게 차별화 된 경험을 제공하는 팝업스토어 마케팅에 많은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실제로 방문해서 보고 만지고 맛보고 체험하는 부분이기에 이러한 특성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특정 분야의 기능이 강조된 신규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자신들을 처음 알리거나, 기존의 브랜드들이 리뉴얼을 해서 좀 더 가치 있게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려나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MZ세대라고 지칭되는 2030 고객군들에게 우호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 빅브랜드부터 스몰브랜드들까지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요. 인플루언서로 대변되는 SNS 시대에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결국 주목을 받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소비를 통해서 SNS에 홍보하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게 일상이 된 시대에 브랜드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적절한 채널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오고 있습니다.


성수동 거리


이러한 배경에서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최근 들어 가장 힙한 상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수동은 과거 1960년대를 거쳐 수제화 제조 관련 인프라가 모여서 운영되던 공업단지였습니다. 수제화 관련 생산 및 원자재, 유통업체들이 클러스터처럼 모여있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던 곳이었죠. 그러던 것들이 1980년대 이후 해당 지역의 산업공동화가 진행되면서 회사들이 타 지역으로 떠나고 주거구역과 여러 가지 빈 공간들이 혼재된 공간으로 남아있던 동네입니다.


이러한 지역은 새롭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창업가들에 의해 이색적인 카페나 문화공간, 소품샵 등이 입점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성수동 카페거리 등 동네 전체가 특색 있는 공간을 가진 곳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의 전통적인 힙한 상권인 홍대와는 또 달리 성수동은 기존 산업유산의 배경(건축)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테리어로 남다른 감성을 전달했고 이러한 부분들이 패션기업(무신사), 엔터테인먼트(SM) 등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이 본사를 옮겨오는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공간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 먼저 찾은 곳은 하이엔드 타월 브랜드 '테토'의 플래그십 스토어였습니다. 취향의 시대에는 조그마한 무언가라도 디테일과 전문성에 따라 개개인이 다른 소비 성향을 보이는데요. '테토'는 위메프 본부장 출신의 제너럴컬러 김응혁 대표가 작년에 신규 론칭한 하이엔드 타월 브랜드로 캘리포니아 목화솜으로 만든 수피마 원단을 사용하여 압도적인 촉감은 물론 오브제라는 것을 강조할 만큼 디자이너블한 색감과 MD 구성을 갖추었습니다. 스토어 1층은 형형색색의 타월들이 비치된 쇼룸으로 구성되었고, 이색적인 타월 모양의 계단을 올라가서 2층으로 가면 주요 제품들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특히나 색달랐던 건 삼성 BESPOKE와 콜라보하여 감각적인 디자인의 생활가전 주변에 생활에서 사용하는 테토 타월을 전시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타월의 쓰임을 좀 더 직관적으로 연출하고 표현한 부분이었습니다.


하이엔드 타월 브랜드 '테토' 플래그십 스토어


타월의 순기능도 탁월하지만 이쁜 색감과 디자인에 많은 방문객들이 매장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사진 찍고, SNS 공유 이벤트에 참여하며 공간을 소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이러한 신규 브랜드를 우호적인 환경에서 인지하고 바로 구매로 이어지게 하거나 아니면 향후 타월 구매에 있어 우선적으로 생각나게 하는 브랜딩으로 연결될 확률을 높게 만들겠죠. 실제 몇 가지 상품을 비교해 보고 타월을 5~6장 이상씩 구매해 가는 분들도 꽤나 보였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시대에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의 시장 개척을 위한 참신한 마케팅 활동으로 수 있겠습니다. 


삼성 BESPOKE 콜라보 전시 (생활가전 X 타월)


이쁜 타월을 실컷 구경하고 길을 따라나선 곳은 요즘 최고로 힙하다는 성수동의 팝업스토어 '더 크림 아뜰리에'였습니다. 사실 사전조사를 많이 하고 간 것은 아니라 처음에는 자세히 몰랐으나 면밀히 살펴보니 SPC삼립에서 정통크림빵 출시 60주년을 맞이하여 성수동에 크림빵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삼립의 크림빵을 먹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빵 안에 하얀 크림이 들어있는 전통적인 오리지널 크림빵입니다. 삼립은 해당 제품의 60주년을 맞아 상품의 핵심인 '크림'에 주목했습니다. 우선 성수동의 복합문화공간인 '퓨처 소사이어티' 공간을 빌려 부띠크 호텔 콘셉트로 팝업스토어를 꾸몄습니다. 스토어에 입장하면 마치 호텔 공간에 들어간 것처럼 전담직원이 컨시어지 서비스로 안내를 해주고, 내부에는 크림의 역사를 보여주는 '히스토리존'과 크림을 맛볼 수 있는 '레시피존', 크림빵 관련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굿즈존'으로 구성되었습니다.


SPC삼립 크림빵 팝업스토어, 더 크림 아뜰리에


기존 크림빵은 하얀 크림 한 종류지만, 여기 팝업에서는 AI가 추천해 주는 다양한 맛의 크림빵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차별화된 포인트였습니다. 아뜰리에라는 명칭을 쓴 것처럼 마치 '크림'을 재료로 예술을 하는 작업실(아뜰리에)에서 만난 다양한 크림빵 세상을 볼 수 있는 곳이었죠. 하나의 상품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시장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 요건들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리브랜딩이라는 가치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도 쉽지가 않죠. 기존에 해오던 정체성이 소비자들한테는 확고할 테니깐요. 하지만 이번 크림빵 팝업스토어는 오래된 제품의 본질적인 특성인 '크림'을 키워드로 다양한 변주를 하여 SNS 등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분석해 보면 꽤나 브랜드적으로 얻은 이득이 큰 사례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크림빵 작업실 이후 길을 따라간 곳은 공간 와디즈였습니다. 와디즈야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플랫폼이지만 와디즈에서 거래되는 제품들을 선별하여 오프라인 공간인 '공간 와디즈'에 다양한 콘셉트로 전시하고 판매하는 방식은 새로웠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제품들이 있지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운영하는 공간답게 그 제품의 이점이 뭔지, 그 제품을 써야 하는 이유들을 표시해 놓은 부분들이 눈길이 갔습니다. 또한 공간 2층에서는 리빙트렌드와 관련된 제품들이 전시되었는데 와디즈만의 느낌을 보여주었죠.


공간 와디즈


브랜드. 그것이 기업의 브랜드이든 개인의 브랜드이든 하나의 브랜드가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R&D와 더불어 끊임없이 시장의 가망고객들에게 다가가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기존의 제품을 개량하는 작업도 1차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개량된 제품의 차별점이 무엇인 매력이 무엇인 지를 가망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시 중요합니다. 성수동의 오프라인공간을 둘러보면서 유통시장에 있어 온라인으로 대변되는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 마케팅이란 것이 현시대에 가지는 의미와 그리고 향후에도 오프라인 공간은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전달해 나가야 하는 지를 살펴본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하이엔드 타월 브랜드 '테토' 올해 매출 100억 목표 (패션비즈, 24.05.09)

https://www.fashionbiz.co.kr/207726


환갑 맞은 삼립 크림빵… ‘MZ 성지’ 성수에 팝업스토어 열었다’ (조선일보, 24.05.13)

https://www.chosun.com/economy/market_trend/2024/05/13/FMIYLYTLRNHZVJPH6AOQEWAAH4/


‘팝업 성지’ 성수, 언제까지 힙할까? 상권 성장의 공식 [딥다이브] (동아일보, 24.04.27)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61648?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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