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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Sep 23. 2019

무한도전 가요제가 그리운 이유

2019 가상의 무한도전 가요제, 그 두번째 이야기

2019 무한도전 가요제가 있었다면?

1. 인트로. 2019 무한도전 가요제 디너쇼

2. 이제까지 무한도전 가요제가 남긴 것, 이 프로젝트가 던진 메시지.

3. 5번의 가요제, 감히 Best 무대를 꼽아 봅니다.

4. 가상의 2019 무한도전가요제 라인업 이야기 ①

5. 가상의 2019 무한도전가요제 라인업 이야기 ②

6. 가상의 2019 무한도전가요제 라인업 이야기 ③

7. 가상의 2019 무한도전 가요제,

그 나머지 이야기


이 글은 레또르트 매거진

에디터 두 명이 공동집필한 글입니다


얕고 넓게 듣는 레또르트 에디터, 욜수기

좁고 깊게 듣는 레또르트 에디터, 정임용




편집을 맡은 필자와 정임용 에디터가 각자의 생각을 가감없이 전하기 위해 주제만 정한 상태에서 아예 글을 따로 썼다. 이게 왠걸, 둘 다 강한 애정으로 무도 가요제를 보며 자라온 사람이다 보니 느낀 점이 참 비슷하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도 본 무대가 나오기 전까지 거쳐야 할 수많은 과정들이 있다.

팀을 정해야 하고, 전야제도 해야 하고, 중간점검도 해야 하고.

가상의 2019 무한도전 가요제를 상상해보기 이전에, 우리는 왜 그렇게 무한도전 가요제를 사랑했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그 무한도전이 말야.. 그 가요제가 말야..


욜수기: 그 당시 무한도전 가요제의 컨텐츠 파워. 정말 어마어마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서 지레 겁먹고 태클을 엄청 놓았을 정도이니. 당시만 해도 기존 음원시장에 나는 가수다 같은 경연 프로그램의 음원이나 무한도전 가요제와 같은 이벤트성 음원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일부 기획사들에게는 눈엣가시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음원 시장 내 다양한 백그라운드가 섞이는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초창기였기에 무한도전 가요제는, 아군인 줄 알았던 그 씬 자체로부터도 견제를 많이 받았었다.


정임용: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그에 걸맞게 대규모의 고급 인력이 제작에 투입되는 매체인 TV에서 음악을 컨텐츠로 한 예능 가운데 가장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하여 작품 외적으로 그들이 평소에 보여줄 수 없었던 모습을 담는가하면, 프로 방송인이 한 명씩 붙어 색다른 재미를 만들고, 무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까지의 구성이 매우 자연스럽고 즐겁다. 예능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 음악을 간접적으로만 이용하는 '도레미 마켓'이나, 예능적인 요소를 줄이고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춘 '슈가맨' 같은 프로그램은 그 사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아쉬운 면이 있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그 사이의 완벽한 밸런스를 잡고 프로그램 자체와 아티스트가 서로 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특별한 이유라면?


욜수기: 무한도전 가요제가 남긴 가장 큰 것은 음악방송 컨셉의 변화이다. 

기존 공중파 음악방송이나 심야시간 음악방송, 그리고 음악경연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음악이라는 소재가 예능에 활용되고 있었다. 그 포맷이 바뀔 수 있게 큰 모티브를 제시한 것이 무한도전.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본 무대 자체만큼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 무게의 추를 비슷하게 두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지금의 '비긴 어게인', '놀면 뭐하니-송포유 편' 등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의 모태는 무한도전 가요제의 성공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임용: 공중파에서 아티스트의 '무대'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둘로 나뉘고 각자의 채울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뮤직뱅크, 인기가요, 쇼!음악중심은 가장 메인이 되는 음악프로그램들이지만 출연하는 아티스트가 대단히 한정적이다. 제한된 제작 환경 내에서 악기를 사용하는 아티스트를 활용하기 어렵고, 아이돌 장르로 대표되는 주류 음악이 시청률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EBS 스페이스 공감은 음악성에 초점을 맞추어 앞선 음악프로그램들이 채워주지 못한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하지만 심야시간대에 편성되어 마니아층을 제외한 일반 대중에게 큰 어필을 하기 어렵다. 비주류 아티스트들의 공중파 등용문 역할을 하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출연한 이후에도 홍보에 큰 역할을 하기 힘들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주류/비주류 장르를 가릴 것 없이 양적으로 고른 섭외가 특징이다. 이를 통해 이적, 유희열, 윤상 등의 아티스트는 더 넓은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으며 심지어 혁오 같은 경우 '나만 아는 밴드'를 뺏겼다는 마니아층의 하소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 파급효과는 단순히 개별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을 넘어 다양한 장르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넓은 대중에게 다양한 음악이 노출됨으로써 음악 생태계 전반에 좋은 자극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욜수기: 그렇다. 대중에게 압도적인 사랑을 받았던 무한도전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음악 장르, 스타일의 다양성을 추구한 점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 가요제라는 것이 경연의 모양새를 띄긴 했지만, 초기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순위를 적용했던 것도 사실상의 큰 의미는 없었고, 후반에는 아예 순위 제도를 없애기도 했다. 경연에서 떠나, 아티스트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음악을 좋은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불러 일으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가요제에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은 음원성적을 고려하고 음악을 프로듀싱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박명수 씨가 음원 차트에 대해 언급을 반복적으로 할 때마다 네티즌들로부터 숱한 비판을 받았던 것

박명수 씨가 아이유를 상대로 끝없는 EDM 앓이를 하다가 (EDM 씬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행동이긴 했지만) 네티즌들로부터 호되게 혼난 것. 비슷한 반응이 유희열 앞에서 댄스를 외치던 유재석 씨에게도 있었다는 것. 

이 케이스들만 봐도 시청자가 무도 가요제 음악으로부터 기대하는 음악은 '차트에 오를만한 음악'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유재석이 혼나는 경우가 어디 흔하나!


시청자들은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고, 무한도전에서 나온 음악이었기에 들었다. 평소에 잘 듣지 않던 장르를 이를 통해 접하게 되었고, 방송에서 오랜 기간동안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비춰주고 그 음악에 친숙해지면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음악들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한도전이 가진 컨텐츠 파워와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려는 기획 의도가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부른 셈이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공연 이벤트의 방향성


정임용: 무한도전이 남긴 것 중 하나로 공연문화의 대중화를 꼽고 싶다.

드림 콘서트나 연말에 편성되는 야외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이들이 모여 공연 문화를 즐긴다는 개념이 TV를 통해 전달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앞서 언급한 메인 음악 프로그램의 확장된 버전쯤으로 볼 수 있고, 때문에 비슷한 한계를 보인다. 대다수의 관객이 거대한 아이돌 팬덤으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 대중이 직접 참여하기 쉽지 않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넓은 시청자층과 음악 다양성을 기반으로 페스티벌 문화에 대한 벽을 낮추었다. 많은 이들이 부담없이 무한도전 가요제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섰고, 나중엔 서울 근교를 넘어 평창 등 지방까지 방문했다. 

이런 식의 확장 가능성은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이다. 거대 음악 페스티벌의 대중화는 지지부진한 지역 축제를 대신하여 해외의 사례처럼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페스티벌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기반이 마련된다. 실제로 일어난 과정은 아니지만 무한도전 가요제가 보여준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욜수기: 필자는 페스티벌 덕후이다. 국내 페스티벌 업계에서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로 이벤트 개최지가 지나치게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방에서 페스티벌이 시행되면, 웬만큼 좋은 라인업이 오지 않는 이상 관객 수가 확 줄어들어버린다. 서울 근교인 인천만 해도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에서도 엄청난 인파를 부른 무한도전만의 컨텐츠 파워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요소이다. 

어떻게 하면 지방에서 무한도전은 웰메이드 공연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었을까.

유명 아티스트들이 나와서일까, 무한도전이라서 그런 것일까, 컨텐츠 파워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
세 가지 모두 해당되지만, 그 중에서도 마지막, 무한도전이 지닌 컨텐츠 파워에 집중하고 싶다.

제 아무리 무한도전 가요제였기에 그렇게 사람들이 모였다 해도, 이벤트가 지닌 컨텐츠 파워가 있다면, 사람들이 지방이라도 찾아간다는 인사이트 정도는 충분히 얻을만 했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린 2013 자유로 가요제는 약 3만5천명의 인파를 모았고,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약 3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무한도전이니까 저만큼 가지'라는 말도 물론 맞다.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아무리 무한도전이라도' 관객들을 그만큼 불러올 수 있었던 건 무한도전이라는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 본 공연 전 약 50일 정도동안 방송을 통해 축적된 각 아티스트+무한도전 멤버 팀의 색깔과 캐릭터. 그런 스토리텔링이 관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 먼 발걸음을 이끈 것도 분명 있다고 본다. 지방에서 약 2~3시간 정도의 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갈 정도의 명확하고 매력적인 이벤트 컨셉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욜수기: 아쉬웠던 점은 무한도전 팬으로 온 관객들의 시민의식과 매너. 

특히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이후 평창올림픽이 열릴 부지에 관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들은 언론에서 심각하게 조명되었다. 마지막 가요제에서 관객 논란을 빚었던만큼 아쉬움도 더 남는게 사실이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가요제 이벤트로 기억될 수 있었을텐데.

  

정임용: 무한도전 가요제에 아쉬웠던 점이라곤 하지만 무한도전의 마지막 가요제였던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아쉬웠던 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아닐 것이다. 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첫 번째, 두 번째 가요제는 아쉬웠던 점을 꼽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이고, 세 번째, 네 번째 가요제는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을 제외한다면) 딱히 아쉬운 점이 보이지 않는다.

욜수기: 그렇다, 얘길 안할 수가 없다. 아쉬운 점이라 하면 프라이머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당시 무한도전의 화제성, 브랜드파워를 뭘로 보았기에 무슨 배짱으로 표절곡을 들고 나온 것인지.

혹자는 가요계에 수많은 표절곡들이 아직 제대로 검출당하지 않은 상태로 잘 돌아다니는 것에 비해 프라이머리가 과하게 가요계에서 '처단'당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그정도의 표절곡으로 가요계에서 완전히 아웃이 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한도전의 가요제 파워였다. 독이든 성배에서 독만 쏙 빼먹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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