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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Sep 07. 2023

말로 먹고사는 직업

남편이란 그 이름

친구가 50년 전 학생때 했던 쌍꺼풀이 풀어지고 늘어져서 살짝, 아니 많이 었다.

나름 쌈빡해지긴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한 수술이라서 그렇게 매끈하진 않았다고.

내가 보기에도 은 것이 아니고 많이 절개한 것 같았다. 요즘은 할아버지들도 눈밑 지방 재배치를 하려고 성형외과를 가면 재배치나 제거나 나이 때문에 효과가 20,30%밖에 없으니 그냥 그대로 사시라고.

눈밑의 불룩한 지방 주머니를 평평하게 하고 나름 산뜻하게 노년에 새 출발을 하려 했는데 에잇.

그래봤자 하얀 머리에다 구부정한 어깨에 가느다란 팔다리로 어기적 어기적.

턱밑의 새파란 면도 자국이 있고 단단한 팔뚝과 굵은 허벅지로 남성미가 풍기던 젊음의 기억도 희미한 채 늙어가는 사자가 있는 기, 없는 기를 모아서 르렁거리는 초라한 모습으로 겨우 남아있을 뿐.

남편도 중성, 부인도 중성. 결국 둘 다 무성.

그런데 그렇게 불쌍해진 남편이 눈치도 없어지고 막말이 취미생활이 되었으니 어쩜 좋아.

남편이 출장 간 사이 눈을 은 후 공항에 남편 픽업을 가서 짜릿하지도 않은 덤덤한 상봉을 하려는 순간,

" 어디 나가는 여자처럼 눈이 그게 뭐야?"

라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고.

내 친구가 나가는 여자 맞다.

얼마나 바쁘고 만나는 사람도 많고 배우는 것도 많은지 연예인은 저리 가라는 스케쥴러이다.

 

이민 와서 살면 여자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힘든데  남편들의 배려 없는 말에  화가 난다.

부부가  24시간 같이 일하고 한 몸처럼 붙어 있으면 진짜 부부가 일심동체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암수 몸인  단세포 동물인 것 같이 흐느적거리다 빡침이 세게 오면 자해를 하곤 한다.

사소한 것으로 한쪽은 트집 잡고 한쪽은 짜증을 내며 지나온 세월이여.

은퇴하고 큰 비즈니스는 매니저에게 맡기고 숨을 돌리는가 싶으면 본격적으로 한풀이와 방어가 시작된다. 몸도 슬슬 아프기 시작하므로. 별일도 아닌것으로 갑자기 화를 내며

'이혼하고 다 팔아서 반 반 나눠서 난 한국 가서 혼자 살 거야'라며 욱해진 남편이 여권을 찾는다. 캐나다에서는 일정기간 별거하면 합의 이혼이 쉽다.

여권을 찾는 시늉만 하다 휙 나가버린 남편의 뒷모습에서 전혀 애정이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말을 밴댕이 속처럼 고 따위로 밖에 못 하는지 한심하다 못해 헛웃음만 나온다.


차고에 가득 찬 잡동사니 아니 쓰레기 좀 치우라고 몇 년을 울부짖어도 그 모습 그대로이다.

차를 넣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차고 문이 내려오다가 다시 올라간다. 센서가 자기가 잘못이라도 한 듯 후다닥.

물건이라고 볼 수 없는 허접 쓰레기, 좀 더 적합한 표현이 있으면 좋겠다는 친구.

"난 이런 쓰레기 장 같은 데서 살고 싶지 않으니 하루 트럭 빌려서 다 갖다 버려줘"하면

"다 쓸데 있어서 놔둔 거 나중에 찾기만 해 봐라" 적반하장 더 화를 낸다.

그런데  꼭 필요한 것이 어쩌다 그 더미 속에서 있다고 남편이 찾아주면서 생색을 어찌 내는지.

의기양양해서 계속 주워다 쟁여두니 어쩌라고.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이 더 살림요정이 되어가니 고마운 것이 아니라 괴롭다.


북미에서 산다는 것은 여자와 노약자를 우선시하는 사회라서 여자들은 살기 편한 점이 있다. 반면에 한국 남자들은 다른 환경때문에 위축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누리던 것들을 뒤로하고 와서 언어로 인한 열등감에도 시달리고 처자식에 대한 책임감으로 탈모도 오고 몸 보다도 마음의 병이 오기 쉽다. 강도가 높은 일과 스트레스로 30분을 화장실에 서 있어도 소변이 나오지 않기를 반복해서 의사가 전립선 약을 먹으라고 한다. 희한하게도 탈모였는데 전립선 약의 부작용으로 돼지털같은 머리가 돋아나니 죽으란 법은 없는게 세상이다. 괴로워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면 울지도 못하는 남자가 된다.

그래서 여자들이 더 마음 써 주고 다독여 주면 좋으련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쌍방 과실로 난리가 나는 것이다.


우리 집도 코로나로 팬데믹이 시작되자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남편이 어떤 유튜브를  보고 절대 백신을 안 맞는다고 확고하게 주장했다. 내가 할아버지가 코로나에 걸려서 손자들한테 옮기면 어떡하냐고 딱 한마디 했더니 1초도 안 돼서

' 그럼 맞아야지' 했다.

옆에  있던 작은애가 이 말을 듣고 자기 서양 친구한테 아빠가 엄마 한마디에  주장을 강력하게 펴보지도 못하고 1초 만에 접었다고 얘기했더니 금방 자긴 결혼 안 한다고 했다나. 요즘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는데 결혼하는 순간부터 일이 생기다 꼬이면 골치 아파서 결혼을 안 한다고.


여자들은 일을 하건 전업주부이건 밥을 하는 천직에 적응한다. 남편들이 젊거나 늙거나 말이라도 곱게 하면 정성은 안 들어갈지언정 밥은 해 준다. 제발 우리말 고운말을 써 주세요. 영어도 괴로운데 우리 말까지 그렇게 밉게하면 누가 손해다?

이런 화려한 회덮밥은 못 해주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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