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것
하루를 돌아본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 후 독서한다. 컨디션이 괜찮으면 7시쯤 운동하고 씻은 후 8시 15분에 출근한다. 약 1시간의 출근 시간 동안 유튜브를 보거나,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는다. 9시 30분부터 18시까지 근무 후 퇴근한다. 약 1시간의 퇴근 시간 동안 또 유튜브를 보거나, 아침에 읽다 만 책을 읽는다. 19시에 옷을 갈아입고 준비운동을 한 후 근처 공원에서 달리기한다. 30분 정도 뛴 후 집으로 돌아와 씻으면 대략 20시 10~20분쯤이다. 취침 전까지 1시간 30~40분이 남아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보통 글을 쓰거나 오전 시간에 하지 못한 운동을 했다. 피로를 느끼는 어느 날은 한 시간 넘게 유튜브를 바라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이다. 그렇게 하루이틀 반복하면 다음에는 핑계도 없이 그저 쇼츠에 빠져 시간을 죽인다. 하루 동안 3~4시간을 유튜브에 빠져 현재를 낭비하는 것이다.
글 박진권
과거의 나는 독서를 하며 휴식했다. 어려운 도서를 완독한 후 짧게는 3일 길게는 한 주 동안 가벼운 소설과 산문을 읽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산책을 즐기기도 했고, 공원 의자에 앉아 즐겨 듣는 음악을 들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명상하다가 공상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고, 어떤 상상에 피식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보아야만 했다. 산책 중에도, 공원 의자에 앉아서도, 책을 읽다가 쉬는 시간이라며 유튜브를 시청했다. 물론, 그곳엔 좋은 영상도 즐비하다. 책, 인생 조언, 괜찮은 팟캐스트가 넘친다. 하지만, 그런 긴 영상들은 설거지할 때, 씻을 때, 운동할 때 등등 일상의 백색소음으로 깔아둔다. 그렇게 끊임없이 어떤 소리에 갇혀 집중도, 휴식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최근 유튜브를 지우고, 오래간만에 조용히 걸었다. 선선해진 가을바람에 이유 없는 설렘이 찾아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집중해서 걸어보니, 근래 얼마나 산만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끊임없이 분산된 모든 것들이 일시에 정지되었다. 사람을 보고, 건물을 살피고, 하늘을 우러른다. 자연을 느끼고, 자유를 마음속 깊이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