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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우 Jul 25. 2019

<놀면 뭐하니?>, 다시 시작된 김태호의 '무한도전'

나영석 vs 김태호

나영석과 김태호


PD지망생들에게, 그리고 예능을 사랑하는 대중에게 빠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김태호vs나영석. 각각 <무한도전>과 <1박2일>이라는 대표 리얼 버라이어티를 통해 한국 예능사의 정점을 찍었던 최고의 스타PD들이다. 두 PD는 <개그콘서트>를 필두로 '코미디' 장르가 주도했던 예능 시장을,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로 전환하며 예능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들이다. MC와 게스트의 이름값과 능력이 아닌, PD의 기획력과 연출력이야말로 프로그램의 성망을 가를 수 있는 핵심요소임을 증명해낸 최고의 PD임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여전히 잘나가는 나pd


최고의 자리에 있던 두 PD의 행보는 엇갈렸다. 나영석 PD는 보수적인 방송사인 KBS를 박차고 나가, 기회의 땅 TvN에 자리 잡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여행'과 '사람'이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 할 때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스스로를 증명해냈고, '나영석 사단'이라 불리는 스태프들과 함께 나영석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의 '시그니쳐'와도 같았던 <1박2일>도 수많은 성공작 중 하나에 불과하게 될 만큼, 나영석은 성공가도를 걸었다.


돌이켜보면, <1박2일> 이후 나영석의 작품은 모두 도전과 실험이었다. KBS에서 '까인' 기획안으로 유명한 <꽃보다 할배>의 엄청난 성공은 많은 사람의 우려를 뚫고 나온 것이다. '걸음도 못 걷는 노인들가지고 여행이 가능하겠어? 되더라도 그게 재밌을 것 같아?' 나영석에게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안겨준 <삼시세끼> 역시 기획단계에서 비슷한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엄청난 대박. '웹예능'의 시초와도 같은 <신서유기>는 또 어떠한가. 망하기는 했으나, 나영석표 힐링예능의 끝판왕인 <숲속의 작은집>까지, 그는 결코 안주하지 않은 PD임이 분명했다. 나영석은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어, 도전하고 혁신하며 나영석 이름 석 자의 가치를 드높였다.


김태호와 무한도전


반면, 김태호의 입지는 점점 낮아졌다. 소위 말하는 '무도빠'들조차 <무한도전>을 챙겨보지 않기 시작했다. 훌쩍 커버린 무한도전은 더 이상 어린아이같은 장난을 하지 않았고, 보다 어른스러운 역할을 다해야겠다는 강박이 <무한도전>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더이상 '평균 이하 남자들의 무한한 도전기' 일 수 없었던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내리막을 걸었고, 비난은 오롯이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PD에게 돌아갔다. 정치병, 의미병, 좌태호 등의 온갖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달고, 영원할 것 같던 <무한도전>을 보낸 김태호다.


두 PD의 필모그래피


지금의 위치로 본다면, 김태호vs나영석의 승자는 단연 나영석이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컨텐츠를 성공시키고, 힐링과 b급을 넘나들며 장르의 다양성까지 확보한 나영석과 유일한 브랜드인 <무한도전>을 빼앗기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 김태호. 그런 그가 돌아왔다. 김태호가 복귀한다는 소식만으로 방송가와 대중이 들썩거리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여전히 무너져가는 예능시장에서 가장 기대할만한 카드임에는 분명하다. 그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유재석과 함께라니, <무한도전 시즌2>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나 이 역시도 얼마나 반갑고 설레는 일인가.


그렇게 야심작 <놀면 뭐하니?>가 지난 주 처음 방송되었건만, 대중의 반응은 영 좋지 않다. 기대했던 <무한도전 시즌2>가 아닌 것에 대한 배신감이 컸을 것이고, 유튜브 업로드용 영상들을 짜깁기한 버전이기에 다소 투박했던 영상에 거부감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놀면 뭐하니?>의 우려와 실망이 적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안전하게 <무한도전 시즌2>로 복귀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에 김태호PD의 마음이 어지러울 수 있는 지금이다.


10%의 새로움이라도 발견한다면


그럼에도 나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 스타PD를 응원하고 싶다. <무한도전>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안주와 도전 사이에서 무수히 고민 끝에 내린 그의 선택이 반갑다. <무한도전> 안에서 매 회 새로움을 고민해야 했던 그가, <무한도전>의 그늘 밖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고민해 낸 답이 <놀면 뭐하니?>다. 모두의 의견처럼, 많이 서툴고 어지럽다. 불안하고 답답하다. 그럼에도 <놀면 뭐하니?>는 실험적인 형식과 예측 불가한 서사가 기대되는 그야말로 '처음 접해보는' 예능이다. 진부한 컨텐츠가 쏟아지는 예능판에, 오랜만에 등장한 진취적 예능이다. 참으로 '김태호'스럽다.


시작은 삐걱대고 있다. 격려와 박수보단, 우려와 실망을 짊어지고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도전은 으레 그런 것이다. 한 발 앞서나가고 있는 나영석 PD도 그런 편견을 밟아나갔다. 도전이라면 김태호도 일가견이 있지 않은 가. 모두가 혀를 차던 그 날의 <무한도전>을 떠맡던 그때처럼 불안하고 두렵겠지만, 지금은 당신의 도전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무한도전>으로 한국 예능의 역사를 뒤바꿨던 것처럼, <놀면 뭐하니?>가 예능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멋진 도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직 김태호vs나영석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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