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이가 최근 꽂혀있는 놀이는 이렇게 종이블럭으로 탑을 쌓은 뒤 공으로 세게 쳐 부수는 놀이다. 와르르 무너질 때 쾌감이 꽤나 짜릿하다. 이런 놀이는 수안이 내면의 부정적 감정을 놀이로 건강하게 발현 시키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수안이는 최근 감기가 지속돼 바깥놀이를 하지 못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보단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안이가 공을 건네며 나에게도 종이블럭을 무너트릴 기회를 줬는데 세게 공을 던져 블럭을 내리쳤더니 묵혀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블럭을 쌓고 공을 던져 무너트리기를 반복했다. 실내 공기가 그리 덥지 않았음에도 수안이 머리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무아지경이었다.
아이와 놀 땐 나도 아이가 되어 같이 논다. 모래놀이를 하며 삽으로 모래를 힘주어 깊게 파거나, 그네를 높이 타거나, 종이블럭에 공을 던져 무너트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이의 놀이에 나도 흠뻑 빠져들면 재밌다. 어린 아이의 속성이 내면 깊이에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겨 노는 게 어려워진 세상이다. 그래서 난 종종 수안이에게 친구가 되어줘야 한다. 오늘도 5살 어린 아이처럼 놀 준비를 한다. 5살을 다시 살아보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