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해서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걸 좋아한다. 매일 저녁 남편과 수안이를 위해 맛있는 한 상을 차린다. 남편이 직업상 건강검진을 자주 해 건강하게 밥상을 차리려 노력한다. 수안이는 본래 밥을 잘 안 먹는 편이었는데 새로운 식재료로 요리를 해주거나 쌈을 싸서 먹게 마련해주니 근래엔 잘 먹어 꽤 통통해졌다.
식사를 준비하기 전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할 수 있는 요리 두세 가지 정도를 제안하고 선택할 수 있게끔 한다. 부모교육을 배울 때 메뉴를 선택하는 건 민주적인 양육 방식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나는 본디 먹기 싫은 걸 억지로 먹는 걸 싫어해서 되도록이면 가족들도 먹고 싶은 걸 해주려고 한다.
저녁상에 둘러앉아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눈다. 주로 남편은 회사에서 있던 이야기를 하고, 수안이는 유치원에서 어떤 친구랑 무슨 놀이를 했는지 말하고, 나는 수현이랑 낮 동안 뭘했는지 얘기한다.
아마 이렇게 가족이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학령기가 되면 불가피하게 가족이 소원해질테니 몸이 고단해도 하루 한 끼 정도는 정성을 다하고 싶다. 잘 먹이는 일에 소홀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