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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용 Dec 03. 2024

나의 두 번째 출산(2)

친정엄마와 드디어 친해졌다

한창 진통을 하고 있는데 수안이의 울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밤에 함께 자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얼마나 놀랬을까. 내가 진통을 하는 동안 수안이를 재우러 남편이 잠시 다녀오려는데 곧 아이가 나올 것 같아 병원에서 제지했다. 아이가 30분 안에 나왔고, 남편은 급히 탯줄을 자른 후 수안이를 재우러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두 번째 출산의 보호자는 친정엄마로 교체됐다.


엄마가 옆에 있어 너무 좋았다. 엄마는 민감하게 나를 살펴주는 따뜻한 사람이라 마음이 안정됐다. 남편의 부재에 서운하기는커녕 엄마와 출산 이후를 함께 할 수 있어 큰 위로가 됐다. 수안이를 낳았을 때 엄마가 밤중에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자신이 없다며 매정하게 산후조리를 거절했었는데 그게 참 상처였다. 직접 얼굴 보고 말하진 못했지만 사이좋던 모녀 관계에 처음으로 밉고 서운한 감정이 싹텄던 때였다.


출산을 한 날 엄마와 나는 낯선 병실 속 잠을 이루지 못했고 우리는 밤새 이야기했다. 엄마의 출산은 어땠는지, 엄마는 본인의 친정엄마가 몸이 약해 산후조리를 못해줬는데 그게 서운하지 않았는지, 딸이 출산한 병실에 함께 입원한 기분이 어떤지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이 텄는데 우리는 그때서야 잠이 들었다.


잠이 들어 보호자식을 시키지 못해 내 몫으로 나온 밥을 반절 덜어 엄마에게 주었다. 난 14시간 공복에 배가 고팠을 법했지만 엄마에게 밥을 덜어주어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엄마도 엄마로 사느라 힘들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가난해서 아이를 보건소에서 낳은 나의 엄마는 요즘 산모들이 아이 낳고 지내는 1인실을 경험해 봐서 재밌다며 껄껄 웃었다.


 자식에게 그늘을 보이지 않으려 방어기제가 하늘만큼 높아진 엄마의 모습을 따뜻하게 품게 됐다. 내 상처의 근원이었던 엄마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지난 3일이었다. 어쩌면 하나님이 그 시간을 통해 엄마와 나의 화해 계획을 세우셨던 것 같다. 마침 엄마가 돌아간 날은 어버이날. 엄마는 엄마가 된 나를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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