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감이 타고난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사진을 찍으러 나서기 전에 글이 필요하다
아니, 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문장 정도는
떠올리고 나서야 간신히 운동화를 신는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입을 꾹 닫아 본다.
입 밖으로 새어나가 도망치는 단어들이 늘어나면
생각에 살이 붙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온적인 두려움과
낯선 설레임과
집에서 챙겨온 가벼운 문장이 만나
보잘것 없는 서사가 만들어 질 때
셔터를 누른다.
하지만 쑥쓰러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쌓여가는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