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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Nov 15. 2022

회사의 복지는 마약 같다


회사의 복지는 마약 같다



그동안은 작은 에이전시에 다녔어서 그런지 회사의 ‘복지’를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회사는 중견기업인데도 회사 복지가 상당히 많다. 회사의 복지를 경험하며 느낀 바에 대해서 공유하려고 한다.



현 회사 복지 리스트

1. 주 2회 재택근무
2. 식대 법인카드 사용
3. 점심시간 1시간 30분
4. 골프 회원권 및 레슨비
5. 명절 상여금
6. 복지포인트 지급
7. 독감 접종비 지원
8. 코로나 키트 지급
9. 생일 반차
10. 경조사비 지원
11. 도서구매 지원


지금 생각나는 복지만 해도 위와 같이 아주 다양하다. 어제 입사 후 진행했던 큰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한 뒤 팀 저녁 회식을 갖었는데, 또 새로운 회사 소식들을 알게 되었다.


우리 팀은 그룹 직속팀이니 만큼 예전부터 타 부서보다 많은 수혜를 받았다고 한다. 대외협력팀과 함께 있었을 때는 고급 호텔이나 택시 타고 멀리 가서 점심을 먹고 올 정도였다고.


중도 경력자인 사수는 상사가 타 부서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고 인맥 쌓으라고 법카로 밥을 사주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지금까지 인맥이 이어져오고 있고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지고 조직이 개편되면서 지금 상태로 바뀌었지만 나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전에는 과도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회삿돈을 쓴다는 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편하지 않다. 물론 재테크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쓰고 있다. 처음에 인수인계받은 대로 하고 있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하는 중이다. 헷갈릴 때는 일단 물어보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된다. 원래부터 잘 물어보지 않고 일을 진행시키는 나의 성향에는 굉장히 낯간지럽지만 어쩌겠는가, 남의 돈을 쓸 때는 그만큼의 희생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지금 회사에 다니면서 대기업에 뼈를 묻는 사람들의 심리도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항상 큰 기업들에 다니는 사람을 얕잡아 본 내가 어쩌면 해보지 않은 것을 욕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걸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깨달았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대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만큼 편하고 안전하고 달콤하니까. 마치 마약처럼. 그렇기에 한 번 발을 담그면 나오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나는 반대의 케이스다. 밑바닥을 치고 고생을 오래 하다가 중견기업에 들어와서 너무나도 상반된 대접을 받게 되니까 처음에는 그게 너무나도 어색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 감정을 느꼈을 때 새삼 깨달았다. 아, 내가 그때 많이 힘들고 아팠구나. 그런 나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법카도 쉽게 쓰지도 못했었다. 택시, 식대를 자유롭게 사용하라는 팀장님 말 한마디 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기존에 다녔던 곳들은 그런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야근 식대 8천 원, 그뿐이었다. 그래서 지금 너무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입사 8개월 차 복지에 스며들어버렸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퇴사를 하고 나왔을 때 이 복지가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그 빈자리가 상당히 크게 느껴질 것 같다는 점이다. 지금은 사실상 나의 지출에서

식비, 도서 구매비, 골프 레슨비 등 큰돈이 세이브되고 있는데, 회사라는 존재가 사라지면 그 돈을 고스란히 나의 지출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배로 고정수익이 늘어나야지만 저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지금 세이브되는 그만큼을 추가로 저축을 해야 한다는 말도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상실감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 이 회사에 다니고 있기에 회사의 복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게 공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걸로 절약되는 부분들을 더 모아 가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복지도 보너스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회사의 복지는 가장 유혹적이면서도 위험한 시스템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나의 라이프에 반영할지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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