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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씸파파 SYMPAPA Nov 25. 2018

#8. 헬싱키에서 에스토니아 당일치기

"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육아휴직 여행기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헬싱키에서 배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다. 가까운 거리면서도 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해서 술을 좋아하는 핀란드 사람들도 대량으로 술을 사기 위해 일부러 배를 타고 다녀오는 곳이 바로 에스토니아 탈린이다.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여행지로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곳은 중세 유럽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과는 반대로 인터넷 전자 영주권(e-Residency) 시행과 블록체인(Blockchain) 도입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디지털 강국으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라이기도하다.



배편은 갈 때는 Eckero line으로, 올 때는 Tallink를 타고 돌아왔다. Tallink가 운임이 더 비싼 만큼 깔끔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사람들 모두 아침 일찍 승선을 해서 배에서 간단한 아침을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씸씸이도 에그스크램블 같은 간단한 아침을 먹고 놀이방을 발견해서 포크를 놓자마자 직행했다.


우리는 여행 일정을 최대한 여유 있게 잡고 돌아다니는 편이다. 단체 일정이 있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돌아다니다가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무언가를 만나 씸씸이가 그것에 빠져 있을 때면 몇 시간이고 그곳에서 함께 즐기는 여행을 하는 편이다. 말이 안 통해도 서로에게 호기심이 생겨 금세 친해지는 여행지에서의 놀이터도 그런 장소들 중 하나이다. 다섯 살이던 작년 여행 때와는 또 다르게 올해는 좀 부끄럼을 타는 듯하는 씸씸이었지만, 그래도 애들은 역시 애들이었다.


탈린 페리 예약 사이트

https://www.directferries.com/

실시간으로 운임료 변동이 반영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듯했다. 방금 확인했던 가격이 불과 몇 분 후에 또 확인하면 바뀌곤 했다.




한 달 머무는 동안 처음으로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 당일치기 여행이라 마음이 여느 때처럼 여유롭지는 못했다. 비가 오다 말다 흐리다가 맑았다가 오락가락해서 씸씸이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거기에 가지고 올까 말까 고민했던 접이식 유모차도 울퉁불퉁한 올드타운 길에서는 꽤 짐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가 즐기면 아이도 따라 즐긴다고 믿는 우리 부부이기 때문에 배에서 내려 바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드타운(Old Town)으로 향했다.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으로 오랜 세월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에스토니아. 199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러시아로부터 최종적으로 독립을 했다고 하니 불과 최근에서야 독립국가로서의 모습이 갖춰진 셈이다. 그리고 수도인 탈린이라는 이름조차도 과거 덴마크 식민지 시절에 '덴마크 사람의 거리' '덴마크의 도시'라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하니 일제 식민지의 아픔을 가진 우리나라와 동질감마저 느껴지는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주목받는 관광지인 만큼 단체 패키지 여행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하지만 신선한 부분은 그동안 어디를 가나 치이게 많이 봐왔던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아니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유럽 단체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생소한 언어로 가이드들이 열심히 그곳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고 열심히 듣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올데한자(Olde hansa)'라는 유명한 식당을 찾아갔다. 중세 유럽 식당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해서인지 전혀 어떤 실내조명도 없이 오로지 촛불에만 의존해서 식사를 해야 하는 식당이었다. 분명히 밥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어두컴컴한 실내로 들어가니 씸씸이가 의아했는지 "왜 이렇게 깜깜한 데로 온 거야. 하나도 안 보이잖아." 할 정도로 어두웠다. 눈이 어둠에 적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어두워서 음식을 눈으로 즐기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빙하는 스태프들도 모두 중세 유럽 사람들의 복장을 하고 있어서 씸씸이와 우리에게도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오전 10시쯤 도착해서 6시 헬싱키로 돌아가는 배편을 예약했다. 울퉁불퉁한 거리에서 낮잠 잔다고 유모차에 누운 씸씸이 데리고 다니랴, 갑자기 쏟아진 비 피하느라 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랴 오래간만에 스펙터클한 여행을 했던 에스토니아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언제나 새로운 곳에서 만나게 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좋아한다. 같이 고민해서 여행 코스를 만들고, 그곳에서 마주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경험 자체도 바로 여행이 주는 행복 중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부딪히게 될 문제들에 대해서 미리 두려워하지 않고 그 경험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우리 씸씸이가 자라길 바란다.



우리의 여행에서처럼 낯선 곳에서 부딪히게 될 문제들에 대해서 미리 두려워하지 않고 그 경험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우리 씸씸이가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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