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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팔랑 불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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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씸파파 SYMPAPA Jul 26. 2020

#1. 불혹으로 넘어가는 자정에

"팔랑, 불혹" - 아빠 육아휴직 복직 이후 그 1년......

아빠의 육아휴직 이후의 사회생활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효율성 측면서 보면 당연히 가정에 에너지를 많이 투자하는 직원보다는, 결혼과 육아 없이 24시간 일만 생각하는 직원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테니까. 24시간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AI 같은 분들이 실제로도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촛불로 권력의 이동을 보여준 세상, 전염병으로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이 어떻든, 나는 또 다른 새로운 기회를 꿈꾸며 2020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감사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여행지에서 써보았던 글을 정리하면서 초심을 떠올려 본다. 삼십 대 마지막 밤을 그냥 지나치자니 쉬이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삼십 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생 시절에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 생활도 바로 시작되었다. 평범하게 그 시절에 겪는 아빠가 되는 생명 탄생의 희열도 느껴보았지만, 반면에 이렇게 행복하고 자신만만해도 될까 싶을 즈음 먹구름이 드리워 오기도 다. 아버지의 췌장암 말기 선고, 그리고 사랑하는 그를 살려 내겠다는 집착은 나를 좌절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고 갔었다. 그로부터 1년여는 퇴근 후 병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암이라는 녀석과 싸웠다. 우리 가족의 간절함을 매몰차게 외면하는 죽음의 비정함에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좌절감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었다. 

솔직히 세상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삼십여 년 동안 보고 들은 바 이외에는 세상 두려울 것이 없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부끄럽지만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삼십 대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큰 파도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사십 대를 맞이하는 지금의 마음가짐은 그때와 크게 다르다.



공부를 순수한 내 의지대로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 새로운 공부도 시작해봤다. 시작할 당시 병상에 계셨던 아버지도 응원해주셨지만, 완치된 건강한 모습으로 졸업식에 참석하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는 곁에 계시지 않았다. 그리고 목표한 커리어로의 한 발짝을 내딛는 이직이라는 큰 변화도 있었던 지난 10년이다. 


일에서의 성취와, 가정에서의 환희는 내 인생 절정의 '행복감'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반면,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수술 침대에 실려 들어가시던 아버지를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때는 난생처음으로 극도의 '무기력'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오만함'이 아닌 '자신감'일 수 있도록 '좌절감'이 아닌 '겸손함'이 될 수 있도록, 어렵지만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나이먹은 어른이 아닌, 사십 대의 나는 '내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어른이어야 하겠다고 오늘도 다짐해본다.



나는 그냥 내 페이스대로 행복하려고 한다. 내 나이 육십이든 칠십이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어제보다 성장한 우리 가족과 서로 축하해주면서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런 삶의 태도를 우리 아이가 보고 배웠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내가 살아온 산업화 시대의 부속품과 같은 삶이 아닌, 정말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할 그들의 시대를 위해서 말이다.

'우수성'을 추구하면 그 뒤에 '충족감'이 따라온다는 어른들의 거짓말에 속는 세대는 우리 부부 세대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만큼은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시대에 '충족감'과 '우수성'을 함께 누리는 삶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빠도 사십 대에는 그렇게 살기를 기대해본다.



 누구나 어른이 된다.
그렇지만 누구나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1 - "팔랑, 불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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