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거래 덕분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 이야기
제주도에 도착하니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께서 픽업을 와주셨다.
게하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고, 방에 짐을 풀고 나니 본격적으로 제주 생활이 시작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짐을 풀고 내려와 게하에 있던 다른 스탭들과 인사를 하고 밥을 먹었는데 속이 좋지 않았다.
아마도 육지에서 한동안 불규칙적으로 먹으며 많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안 좋은 속은 계속 이어져서 살짝의 몸살기운까지 생겼다. 게스트 하우스에 난방은 됐지만, 좀 더 몸이 직접적으로 뜨끈하게 지져지고 싶었다.
문득 중고 거래 어플, 당근마켓이 떠올랐다. 바로 당근에 전기요를 검색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가격대의 물건이 없었다. 그래서 혹시 하는 심정으로 원하는 가격에 전기요를 구하는 게시글을 올렸는데, 운이 좋았는지 바로 연락이 왔다.
거래 장소는 버스 타고 30분 거리, 버스를 타러 나가니 이미 버스는 떠나 있었고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는 30분이 더 남았다. 심지어 비바람이 불어서 점점 몸이 추워졌다.
아무 생각 없이 코트를 입고 나와서 점점 몸이 떨리며 몸살기운이 심해지는 게 느껴졌고 패딩으로 갈아입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간 순간, 당근 거래자분께 연락이 왔다.
「당근!」
"혹시 버스 타셨나요? 저 시내 나갈 일 있어서 가져다 드릴게요."
"아직 안 탔어요! 감사합니다ㅠㅠ"
"네~ 주소 알려주세요!"
감사한 마음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소를 알려드린 후 혹시 계좌이체가 가능하냐고 여쭤봤는데, 현금으로 달라고 하셨다. 수중에 있는 현금은 2천 원. 내 거래 은행은 근처에 없어서 편의점 ATM기를 찾아 나섰는데... 근처 편의점에 ATM기기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나가려는 찰나, 편의점 점장님께서 얼마를 뽑을 거냐고 물어보셨다.
"만원이요!"
"만원? 그럼 제가 현금으로 드릴게요. 저한테 이체해주세요!"
"헐 진짜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점장님의 친절한 호의로 나는 더 발품 팔 필요 없이 만원을 얻었고 잠시 후 당근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전기요를 얻을 수 있었다.
직접 와 주신게 고마워서 수중에 있던 2천원을 더 얹어서 드리려고 했는데 쿨하게 괜찮다고 하시고 즐거운 여행을 하라면서 돌아가셨다. 그 호의가 새삼 더 감사했다.
전기요를 가지고 방으로 가서 뜨끈하게 몸을 지지고 있자니 그동안의 몸살기운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제주도 스탭으로의 첫 휴일을 이불속에서 보냈다.
누군가는 첫 휴일을 이불속에서 보낸게 아쉽지 않냐고 물었지만 아쉽다고 하기엔 날씨가 너무 안 좋았고, 전기장판이 따뜻했고, 몸살기운이 사라졌다.
인스타툰으로 연재하는 제주 여행기를 브런치로 세세하게 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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