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의 로망
디지털 노마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면서 품었던 로망이 하나 있었다.
제주도 여행을 결심했을 때 마침 프리랜서로 두 업체와 일을 하고 있는 상태였고, 제주 여행이 결정되자 예전부터 꿈꿔왔던 여행 하며 돈을 버는 로망을 실현해볼 기회라고 생각했다.
"바다를 보면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게 일거리를 가지고 제주 한 달 살이를 시작했고, 스탭으로써 두 번째 휴일에 오션뷰 카페에 가서 일을 하기로 다짐했다.
전기요 덕분에 몸살기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소화가 잘 안돼서 도보 여행을 하기로 하고, 지도를 켜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의 바다 근처 카페를 찾아봤다. 40분 정도를 걸으면 갈 수 있는 카페가 있었고 평소 걷는 걸 좋아했기에 망설임 없이 아이패드를 챙겨서 카페로 향했다.
카페로 가는 길 생각지도 못한 벽화들과 제주스러운 돌들을 보며 제주를 실감했다.
또 가는 길에 우연히 있던 기념품 점에서 토퍼도 샀다. 매일 들고 다녀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2일을 찍고, 게스트하우스의 트리 위에 장식했다. (트리 사진을 안 찍어둬서 아쉽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바다에 도착하니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춥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공항 근처라 비행기가 바다 위로 낮게 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한동안 바다 풍경을 즐기다가 일을 하기 위해 카페로 가서 창가에 앉아 아이패드를 켰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기분 좋게 작업에 들어가려 했지만 계속해서 눈앞의 바다에 눈이 갔고 주변은 놀러 온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일에 집중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결국 이날은 집중하지 못하고 다시 바다로 나갔다.
이날뿐 아니라 12월의 제주는 내 예상을 뛰어넘고 좋은 날들이 많아서 실내에서 있는 게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이렇게 좋은 날, 좋은 풍경 속에서 일을 해야 하다니..."
그렇게 며칠을 보내자 깨달았다. 여행하며 일을 하는 건 일상에서 카페에 가서 일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자제력이 필요하다는 걸.
"나도... 나도 놀고 싶다...!"
"일하기 싫어...!!ㅠㅠ"
그러나 당연히 집중이 안된다고 일을 때려치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꼭 해야 하는 일은 중간중간 집중력을 끌어다가 시간 안에 마무리했고, 마감 날짜가 여유로워 조율할 수 있는 일은 조율했다.
다행히 마감 시간에 여유로웠던 일은 같이 일하는 편집장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12월은 느긋하게 일하고 다시 육지에 돌아와 1~2월에 빡세게 일해서 일을 마무리 지었다.
이 경험으로 얻은 여행 하며 일하기의 결론은,
여행하면서 일하면 집중도 안되고 마음껏 즐기지도 못한다. 로망은 로망으로 남겨둘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걸 완벽하게 깨달았다.